용서할 수 없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30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프롤로그에서 빨간색 문을 말하면서 시작한다. 댄은 이 문을 열면 자신의 삶이 끝장 날 것이란 예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다. 이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그를 기다린 것은 방송국 리포터와 카메라다. 의 웬디 타인스가 말한다. 열세 살 소녀와 섹스하려고 온 것이냐고? 뭐지? 라는 의문을 가지기 전에 소녀 헤일리의 실종 사건이 나온다.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기 전에 석 달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알려준다. 빠른 전개다. 그리고 댄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예상 외로 이번에는 웬디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댄의 법원 심리 장면이 나오는데 뛰어난 변호사가 그를 무죄로 만든다. 하지만 법보다 가까운 것은 주먹이다. 말이다. 댄의 일상은 파괴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가한다.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영상이 사실 여부를 떠나 그를 판단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나오는 다른 사건들과 연결된다. 그것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인데 이 소설에서 악의적 소문이 어떻게 한 개인을 파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작가의 상상력과 극한으로 몰고 간 상황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판결이 난 후 웬디는 왠지 꺼림칙하다. 심리 과정에서 나온 변호사의 지적 외에도 그녀를 가슴 깊은 곳에서 흔드는 뭔가가 있다. 이 판결이 난 후 해고된다. 그녀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다 댄의 전화가 온다. 만나자고 한다. 리포터라면 얼씨구나 할 상황이다. 그리고 에드 그레이슨이 찾아온다. 소아성애자로 소문난 댄을 찾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다. 불쾌하다. 가슴 한 곳에 불편하게 남아있던 감정을 품고 댄을 만나러 간다. 당연히 댄은 소아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때 한 남자가 들어와서 댄을 향해 총을 쏜다. 죽는다. 그를 피해 달아난다. 쫓아온다. 차를 타고 달아난다. 경찰에 신고한다. 다시 현장으로 온다. 그런데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 

웬디는 살인자가 그레이슨이라고 생각한다. 그녀 집에 찾아왔을 때 차고 있던 시계나 키나 체형 등을 생각할 때 그가 분명하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역시 뛰어난 변호사가 그를 경찰서에서 풀어준다. 시체가 없으니 사건이 성립되기 힘들다. 여기서 또 다른 사건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헤일리 실종사건이다. 댄이 잤던 호텔 중 한 곳에서 그녀의 스마트폰이 발견된 것이다. 그녀 실종에 댄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댄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자라고 있던 웬디에게 의문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녀는 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소아성애자와 한 소녀의 실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댄이 소아성애자인지 하는 의문과 헤일리의 실종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추측하게 만든다. 여기에 웬디의 불행을 같이 집어넣어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든다. 그녀의 불행은 알코올 중독자의 차에 치여 죽은 남편 이야기다. 그녀는 그 일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가족의 문제로 이야기를 이끈다. 가해자의 가족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가혹한 고통을 당하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으로 산산조각나고 심리적으로 파괴되는 가족의 내면을 그려낸다. 단순히 이런 내면의 연속이었다면 조금 재미가 덜 했을 것이다. 거장은 스릴러 속에 이것을 녹여내어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한다. 

상관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보다 하나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과 이야기를 미로 속으로 이끄는 과정이 더 흥미롭다. 바로 댄의 진실이다. 언론에 의해 소아성애자로 낙인 찍힌 그지만 과거 어디에도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지만 어느 순간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 어떤 액션도 없다. 천재적인 탐정도 없다. 발로 뛰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맞춰나간다. 어떤 엄청난 사건과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배후 세력은 무얼까? 왜 그랬을까?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놀랍다. 복잡하게 파고들어갔던 사건들이 하나로 풀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처음부터 가졌던 의심도 역시. 책 뒷면에 나온 인간, 친구, 진실. 이 세 단어에 가족을 더하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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