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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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정보는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처음 만났다.

이전에 다른 작가의 책이나 과학 정보를 통해 꿀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읽었지만 피상적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키우는 아내를 보면서 조금 더 다가왔다.

우리가 그냥 피상적으로 듣는 이야기와 실제 생활이 만나 만든 차이다.

이 차이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 수확량의 감소, 인구 폭발.

작가는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 가능성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이런 미래를 작가는 <기억>의 주인공 르네를 등장시켜 과거 속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기억>에서 퇴행 최면을 전생과 엮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번에도 퇴행 최면은 과거 여행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은 한다.

이 최면 요법은 단순히 과거만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까지 가는 것이 가능하다.

오팔과 함께 유람선을 개조해 최면술 공연을 펼친다.

많은 사람들이 최면을 통해 과거와 만났고, 미래의 나를 만났다.

밝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한 사람이 미래 여행을 바란다.

이 사람, 베스파 로슈푸코가 30년 뒤 세계를 보러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넘어지고, 사람들은 그녀를 밟고 지나간다.

공포에 질려 최면을 풀지 않고 유람선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교통 사고를 당한다. 르네 커플에게 비극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 비극은 커플이 깨어지게 만들고, 르네는 새로운 일을 찾게 한다.

그는 소르본 대학 시절 은사를 찾아가 일자리를 부탁한다.

알렉상드르 학장과의 검술 대결을 통해 마침 비어 있던 강사 자리를 얻게 된다.

학장에게 퇴행 최면을 걸고, 꿀벌의 예언과 관련된 시대로 여행한다.

두 사람이 같은 시대, 같은 공간, 같은 뜻을 품은 사람으로 만난다.

이런 전생의 인연은 다음 생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솔직히 조금 황당한 설정과 전개이지만 예언서를 둘러싼 둘의 대결은 흥미롭다.

각자 자신의 전생에게 자신을 천사라고 소개하면서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때 둘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알려주는데 이는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 둘을 보여준다.


이번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하나 있다.

그 유명한 성전 기사단이다. 템플 기사단이라고도 불리는 단체다.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이 조직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꿀벌의 예언’을 남긴다.

이 예언서는 단장만 볼 수 있고, 확정된 미래에 대해 그들은 그대로 인정한다.

예언서를 그대로 따르면서 예언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 예언서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탐욕의 대상이 된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를 알게 되면서 생기는 불안과 공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르네와 알렉상드르가 퇴행 최면을 통해 전생으로 가서 ‘꿀벌의 예언’이란 예언서를 뒤쫓는다.

이 과정에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오는 <므네모스>는 일종의 역사서 역할을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대의 역사다.

모세 이전 이야기와 어떻게 그리스도 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는지 단편적으로 기술한다.

이미 낯익은 이야기도 많지만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도 있어 생각보다 재밌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나’를 만나고, 그 역사를 보는 것은 반감이 생긴다.

작가가 과하게 연출한 설정이라고 해도 너무나도 쉽게 과거로 가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이렇게 쉽게 된다면 역사는 얼마나 많은 변곡점을 만나게 될까?


변함없이 가독성이 좋다.

몇 가지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사실적인 표현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그 시대의 환경과 냄새에 대한 것이다.

지금과 비교해 얼마나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했는지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

전생의 인연이 한정된 관계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습은 조금 아쉽다.

퇴행 최면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다 보면 한 편의 스릴러 같다.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두고 쫓고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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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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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날 옛적 토스카나의 한 마을에 동생에게 연인을 빼앗긴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동생을 원망하며 가문의 모든 둘째 딸에게 평생 사랑 없이 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 후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 중 누구도 결혼에 성공한 여성이 없었다.

이 과정을 보면 둘째 딸의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의 미모를 탐한 남자의 욕망과 언니의 질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 가문에게 이런 사실보다 저주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세대를 뛰어넘은 세 명의 둘째 딸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스물아홉 살 에밀리아는 가족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파티시에로 일한다.

어릴 때 병으로 엄마를 잃었고, 할머니의 강력한 통제 아래 살아간다.

그녀의 아버지도 장모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성이 있지만 그 어떤 행동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모 할머니 포피가 여든 번째 생일맞이 이탈리아 여행에 에밀리아를 초대한 것이다.

로사 할머니는 포피 할머니를 욕하고, 이탈리아 여행을 강력하게 막는다.

에밀리아의 친 언니도 은연중에 그녀의 여행을 막지만 그녀는 여행을 강행한다.

그런데 이 여행에 다른 동행이 한 명 더 있다. 사촌인 스물한 살 루시아나다.


루시는 여행 초반 계속 투덜투덜거리고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루시는 이번 여행이 폰타나 가문 둘째 딸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포피 할머니의 59년 전 연인 리코를 만나는 것이다.

소설 중간 중간 끼어들어 있는 포피의 이야기는 바로 리코와의 로맨스와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리코는 동독에서 이탈리아로 탈출한 독일인이고, 그곳에 약혼녀가 있다.

하지만 공산 독재를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의 바람대로 혼자서 몰래 탈출했다.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에서 평생의 연인 포피를 만났다.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슴 아픈 로맨스다.


세 여성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에밀리아와 루시는 포피 이모 할머니가 뇌실막 세포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루시는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에밀리아의 죽은 연애 세포를 깨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그녀의 안경을 바꾸고, 옷도 새롭게 입히고, 늦은 밤 클럽으로 간다.

갑자기 낯선 세계로 들어간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은 재밌다.

복잡한 베니스에서 길을 잃고 한 멋진 남자의 도움으로 호텔에 오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다.

멋진 그와의 로맨스를 꿈꾸는데 그의 말 한 마디에 그 꿈이 날아간다.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깨어나고 그 남자와의 미래를 꿈꾸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는 그냥 평범한 하룻밤의 사랑을 바라는 남자일 뿐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들을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바란다고, 멋진 하루를 보냈다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행은 계속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피의 이야기는 점점 더 핵심에 다가간다.

이런 과거와 함께 에밀리아의 불행했던 과거사 하나가 같이 흘러나온다.

저주를 믿지 않던 여성이 저주의 굴레에 갇히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경험이 루시에게도 일어났지만 이 여행은 그녀의 사랑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강렬한 한 방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저주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진실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랑이 진짜 마지막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다음 사랑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의미에서 포피의 사랑은 진짜이고,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순진한 에밀리아가 남자에게 농락당하는 순간을 그려내고, 그 놈을 포피가 욕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경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그렇게 바라는 사랑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난다.

그때 그 사랑을 잡는 것은 준비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예상한 내용과 조금 다르지만 좋은 가독성과 함께 잔잔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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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코드 - 모두에게 익숙한 소년과 처음 만나는 나 사이 생각학교 클클문고
이진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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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작가들이 ‘남자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스러움이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남자다움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다섯 작가 중 두 명이 남성 속에 갇힌 여성이나 동성애를 다루었다.

이것 이외에 사회 문화적으로 강요된 남성상에 짓눌린 소년들이 나온다.

이 분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존재는 흔들린다.

나다움을 찾아가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장르와 시대를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전건우의 <더블>은 공포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수혁은 자신 속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부인하고 없애려고 한다.

늦은 밤 화장실에 가서 허벅지를 찌른 후 자신의 여성성을 지우는 행위를 한다.

인터넷에 나온 방법인데 자신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남자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는 귀신 같은 여성이 그의 주변에 나타난다.

그가 버린 여성이 귀신으로 변해 찾아온 것이다. 서늘한 기분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워’란 반전을 마주한다.

남자와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반전은 없을 것 같다.


차무진의 <맹금류 오 형제>는 일본 애니 <독수리 오형제>의 패러디다.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애니를 비틀었다.

물론 공간은 한국으로 바뀌었고, 악당도 다른 이름이다.

이 코믹한 비틀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을 제외한 다른 네 남자의 행동이다.

1호와 2호가 서로 싸우다가 여성이 끼어들면 서로 합세한다.

용기와 만용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불새의 주체와 전혀 예상 못한 나머지 형제의 모습이 재밌다,


정해연의 <기둥>은 단어에 집착한 태수와 그 동생 태경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부탁한 ‘우리집의 기둥’이란 단어가 태수를 짓누른다.

여동생의 치마 길이를 탓하고, 늦은 밤 귀가 시간을 단속한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은 보통이 남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오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태경과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의 태수.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동생의 연인.

풋풋한 청춘들과 엄마의 새로운 기둥 해석이 눈길을 끈다.

가끔 이렇게 밝고 유쾌한 정해연의 소설도 좋다.


<소년에겐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조영주의 단편이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가 떠올랐다.

가벼운 도시 괴담과 은이란 고등학생과의 만남이 만들어낸 만남은 아주 강렬하다.

이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아주 멋지다.

그들이 만든 아지트가 또 다른 아지트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춘의 빛을 잠시 본다.

아주 어릴 때 나의 유치했던 동네 아지트를 잠시 떠올려본다.


이진의 <정거장에서>는 일제 강점기 이야기다.

지금보다 훨씬 남자다움을 강요하던 시절이다.

영수는 전차에서 한 소년을 보고 반한다. 그는 일본 학생이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국가와 성별이 따로 없다.

3대 독자 영수는 집안 어른들과 누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첫 사랑의 실패와 이 감정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는 예상 외로 재밌다.

영수의 짝사랑 상대가 영수의 방해 때문에 내뱉는 비하의 말과 행동은 그 시대의 한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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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세계들 문 너머 시리즈 1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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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 시리즈 1권이다.

세계 3대 SF판타지상을 수상했다.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라상 등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고, 화려한 수상 이력이 눈길을 강하게 끌었다.

그런데 취향 탓인지 아직 그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재미를 완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이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 대한 이해 부족은 집중력을 깨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그 재미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엘리노어 대안 학교는 문 너머를 갔다 온 아이들이 모인 학교다.

교장인 엘리노어는 다른 문을 여러 곳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문은 간단하게 말하면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다.

크게 고도의 로직 세계, 난센스의 세계로 나누어져 있다.

그 아래에 요정의 나라, 언더월드, 위키드의 세계, 캔디 랜드, 뱀파이어 세계 등 다양하게 있다.

소설의 주인공 낸시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막 돌아왔다.

부모님은 문 너머에서 돌아온 낸시를 엘리노어 대안 학교에 입학시켰다.

현실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직 문 너머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낸시는 현실 세계가 오히려 낯설다.

그 세계에서 낸시는 호흡과 움직임을 거의 없는 듯이 하면서 살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왕이 만진 다섯 가락을 빼고 모두 흰색으로 변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녀가 염색한 줄 안다.

이런 그녀가 밝고 정신없는 듯한 스미의 룸메이트가 된다.

그런데 다음 날 스미가 손목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된다.

누가 스미를 죽였을까? 그리고 살인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학교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하고, 학생들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정해 안심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판타지 세계와 살인 사건에 대한 추리를 엮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다녀온 문 너머의 세계를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한다.

그들이 다녀온 다양한 세계는 충분한 설명이 없지만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한 번 본 곳들이다.

각자의 경험이나 상상력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문 너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엘리노어의 현실 나이와 외모가 달라 보이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살인 사건이 덧붙여지고, 각자 경험한 문 너머의 세계가 나오면서 조금씩 조각이 맞추어진다.

각자 그 세계에서 배운 마법이나 과학 등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리즈가 더 늘어나면 색다른 재미도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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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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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내용의 3분의 1정도를 덜어내었다고 한다.

덜어낸 만큼 가독성이 좋아졌겠지만 어떤 대목들이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비약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버스터의 탈출과 동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아쉽다.

감옥에 갇힌 최악의 테러범 아이버스터가 탈출하고, 다시 테러를 계획한 부분이 더욱 그렇다.

아무리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광범위하고 강대하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속도감과 흥미로운 설정은 절로 눈길이 간다.


휴머노이드 경찰과 푸른 살이 거의 잠식한 형사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레미는 푸른 살이 커져 청나무로 변한 존재를 제거하는 휴머노이드다.

드레스덴은 남들보다 커다란 푸른 살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인간 형사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지만 레미 납치 사건 후 조금씩 연결된다.

레미가 납치되기 전 청나무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가 엄마를 보호하려는 인간 아이 동수를 만난다.

동수는 엄마를 죽이지 않기 위해 레미를 공격한다.

피부에 상처를 남길 지 모르지만 그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나무를 제거하고 복귀하려는 그를 인디고 탈주범들이 납치한다.

아이와 휴머노이드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디고 탈주범들이 탄 항공기에 열 명의 과학자들이 타고 있다는 이유로 폭파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이 과학자들은 모두 죽었다.

세 명의 인디고만 살아 도망치고 있는데 혹시 이 중에 최악의 테러범 아이버스터가 있을 수 있다.

아이버스터는 섬광의 대학살로 2억 명을 죽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사형하지 않고 감옥 섬에 격리시켰다. 그런데 탈출했다.

감옥의 폭발로 정확하게 누가 탈출했는지 밝혀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정말 대단한 연쇄살인범이다.

여기서 이 소설의 세계관 하나가 또 드러난다.


2035년 아프리카대륙 남단에 운석이 떨어진다.

이 운석에 묻어온 외계생명체가 인간의 뇌에 기생한다.

재밌는 점은 인간의 폭력성이 드러나면 종양처럼 푸른 살이 커진다.

이 푸른 살이 너무 커지면 청나무로 변한다.

이 청나무는 인간 크기가 아니라 실제 거대한 나무로 자란다.

그런데 온몸이 푸른 살로 가득 찬 인간들이 있다. 바로 인디고다.

원래대로라면 청나무로 변해야 하지만 이들은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다.

섬광의 대학살은 2억 명이 청나무로 변해 죽은 사건이다.

이때 드레스덴의 어머니와 연인이 죽었다.


푸른 살의 범위는 그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척도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인간들은 푸른 살을 보고 그 사람의 선악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정부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강력 범죄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푸른 살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부자들이 선택한 것은 휴머노이드로 자신의 몸을 대체하는 것이다.

인간 뇌와 전자 뇌의 공존. 강력하고 매끄러운 몸.

하지만 이런 대체는 거액이 필요하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서 푸른 살 제거 수술을 받는데 이때 죽는 사람들이 많다.

부자들과 정부에 편리하고 유리한 디스토피아 세계가 만들어졌다.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푸른 살로 폭력성이 통제되는 사회.

한국의 금환일식은 폭력성을 내보여도 푸른 살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시간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작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 시기를 모든 사건의 종착지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하나씩 흘러나오는 왜곡된 정보, 진실, 뒤틀린 욕망들.

작가는 이야기를 억지로 비틀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 각자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놓는데 조금 더 나왔으면 어땠을까?

재밌지만 아직 거친 느낌이 가득하다.

이 흥미로운 설정의 세계를 더욱 확장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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