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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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날 옛적 토스카나의 한 마을에 동생에게 연인을 빼앗긴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동생을 원망하며 가문의 모든 둘째 딸에게 평생 사랑 없이 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 후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 중 누구도 결혼에 성공한 여성이 없었다.

이 과정을 보면 둘째 딸의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의 미모를 탐한 남자의 욕망과 언니의 질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 가문에게 이런 사실보다 저주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세대를 뛰어넘은 세 명의 둘째 딸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스물아홉 살 에밀리아는 가족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파티시에로 일한다.

어릴 때 병으로 엄마를 잃었고, 할머니의 강력한 통제 아래 살아간다.

그녀의 아버지도 장모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성이 있지만 그 어떤 행동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모 할머니 포피가 여든 번째 생일맞이 이탈리아 여행에 에밀리아를 초대한 것이다.

로사 할머니는 포피 할머니를 욕하고, 이탈리아 여행을 강력하게 막는다.

에밀리아의 친 언니도 은연중에 그녀의 여행을 막지만 그녀는 여행을 강행한다.

그런데 이 여행에 다른 동행이 한 명 더 있다. 사촌인 스물한 살 루시아나다.


루시는 여행 초반 계속 투덜투덜거리고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루시는 이번 여행이 폰타나 가문 둘째 딸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포피 할머니의 59년 전 연인 리코를 만나는 것이다.

소설 중간 중간 끼어들어 있는 포피의 이야기는 바로 리코와의 로맨스와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리코는 동독에서 이탈리아로 탈출한 독일인이고, 그곳에 약혼녀가 있다.

하지만 공산 독재를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의 바람대로 혼자서 몰래 탈출했다.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에서 평생의 연인 포피를 만났다.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슴 아픈 로맨스다.


세 여성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에밀리아와 루시는 포피 이모 할머니가 뇌실막 세포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루시는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에밀리아의 죽은 연애 세포를 깨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그녀의 안경을 바꾸고, 옷도 새롭게 입히고, 늦은 밤 클럽으로 간다.

갑자기 낯선 세계로 들어간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은 재밌다.

복잡한 베니스에서 길을 잃고 한 멋진 남자의 도움으로 호텔에 오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다.

멋진 그와의 로맨스를 꿈꾸는데 그의 말 한 마디에 그 꿈이 날아간다.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깨어나고 그 남자와의 미래를 꿈꾸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는 그냥 평범한 하룻밤의 사랑을 바라는 남자일 뿐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들을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바란다고, 멋진 하루를 보냈다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행은 계속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피의 이야기는 점점 더 핵심에 다가간다.

이런 과거와 함께 에밀리아의 불행했던 과거사 하나가 같이 흘러나온다.

저주를 믿지 않던 여성이 저주의 굴레에 갇히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경험이 루시에게도 일어났지만 이 여행은 그녀의 사랑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강렬한 한 방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저주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진실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랑이 진짜 마지막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다음 사랑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의미에서 포피의 사랑은 진짜이고,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순진한 에밀리아가 남자에게 농락당하는 순간을 그려내고, 그 놈을 포피가 욕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경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그렇게 바라는 사랑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난다.

그때 그 사랑을 잡는 것은 준비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예상한 내용과 조금 다르지만 좋은 가독성과 함께 잔잔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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