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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1 : 뼈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평점 :
책보다 영화 예고편으로 먼저 만난 소설이다. 예고편을 보면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었다. 그런데 그 원작이 영화 개봉보다 조금 빨리 무려 3권이 함께 나왔다. 원작이 있는 영화가 나오면 원작을 읽은 후 보려고 한다. 영화의 이미지가 원작을 읽을 때 끼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설은 조금 실패다. 소설을 읽으면서 클라리의 이미지와 마법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예고편이라서 자동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차단되었다. 예고편 몇 장면은 원작과 왠지 모르게 달라 의아한 부분이 많지만.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거의 600쪽에 육박한다. 재미있다는 먼저 읽은 사람의 평은 회사 다니는 시간을 쪼개 읽은 나에게도 단숨에 읽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그 분량은 역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피곤한 일상으로 며칠을 보내다 어느 조용한 저녁 커피숍에서 그 절반을 단숨에 읽었다. 앞부분에서 그 재미와 속도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면 후반부는 새로운 이야기와 예상한 출생의 비밀과 예상하지 못한 전개들과 전투 장면 등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해졌다.
이제 곧 16살이 될 클라리는 절친 사이먼과 클럽에 간다. 이곳에서 클라리는 이상한 장면을 본다. 그것은 한 아이가 묶여 있고 3명의 아이가 둘러싸고 있다. 폭력의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것을 말리려고 하는데 싸움이 벌어지고 묶여 있던 아이가 죽는다. 이보다 더 이상한 것은 자신은 이 현장을 보는데 사이먼을 비롯한 다른 사람은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세 명의 아이들이 그녀가 본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바로 이 장면이 영화 속 예고편으로 나온 것이다. 클라리가 섀도우 헌터스들과 처음으로 만난 장면이다.
예고편을 보면 클라리가 이들과 만난 후 금방 악마를 사냥하는 섀도우 헌터스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원작은 1권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녀에게 이런 재능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작가가 창조한 세계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복잡하게 엮어서 시리즈의 기초를 탄탄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 나오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마법사 등은 기존 판타지 소설의 설정을 어느 정도 따라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발렌타인의 존재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를 연상하게 만들었고,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대립은 영화 <언더월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뱀파이어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고스트 라이더> 속 바이크가, 섀도우 헌터스들이 몸에 새긴 룬 문자는 기존 판타지 마법의 변주로 다가왔다.
세계를 기존 판타지 설정을 빌려와 새롭게 만드는 와중에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섀도우 헌터스는 천사 라지엘의 피로 창조되었고, 네피림이라고 불린다. 천사와 인간의 결합이다. 네피림을 검색하니 구약에서 거인들인데 왠지 이름만 빌려왔지 다른 존재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것과 상관없이 10대 소년들이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훈련되었다고 하나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약간 과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어른들이 큰 역할을 하지 않거나 이 아이들이 큰 위협에 처할 때면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다. 어른 섀도우 헌터스가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더욱 강해지는 의문이기도 하다.
클라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출생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첫 부분에서 시작하여 섀도우 헌터스로 자란 아이들과의 만남은 거대한 서사의 조그만 시작이다. 클라리에게 금제된 것에 대한 의문과 거대한 악의 존재인 발렌타인의 등장은 그녀의 기존 관계를 뒤흔들고 새로운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 곳곳에 벌어지는 다양한 모험과 사건은 이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예상한 출생의 비밀과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지고 엮이는 이야기는 기존 판타지 소설에서 잘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주인공들을 10대 설정한 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그만큼 재미도 있을 것이다. 다음 권도 조용한 커피숍에서 몰입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