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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종말이 정해진 세계를 다룬 미스터리다. 종말 직전에 일어난 한 의문스런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다. 자살처럼 보이는 죽음을 대부분의 경찰은 자살로 처리한다. 소행성 마이아와가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예정된 세계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기존 생활을 포기한 상태다. 이런 사회 분위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살의 형태를 가진 죽음은 자살로 생각한다. 종말이 정해진 후 경찰력마저 엄청나게 약해진 상태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세상에 변수가 있다. 그것은 종말 때문에 정식 일정보다 빠르게 형사가 된 헨리 팔라스다. 그의 의심으로 모두의 죽음이 확정된 세계에서 살인자 찾기가 시작된다.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보험 회사 직원 피터 젤이 목매단 채 발견된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단정짓는다. 당연하다. 세계 곳곳에서 자살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 죽음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임무에 충실하고 강직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느끼는 헨리는 다르다. 이미 경찰의 행정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세계에서 숨겨진 진실 찾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른 동료나 상부 부서에서 이상한 놈 취급당한다. 누구도 그의 범인 찾기에 관심이 없다. 몇몇은 이미 경찰을 떠난 다른 사람처럼 떠나지 못해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참 형사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한다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
사건을 파헤치면 금방 단서가 나올 것 같은데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가 일했던 근무처에도 가고, 그의 집에 있던 메모를 단서로 누나를 찾아가보기도 한다. 근무처에서 하나의 과거 소식을 듣지만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경비가 알려준 정보가 다른 단서를 쫓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누나는 왠지 모르게 자꾸 그를 피한다. 왜 피할까? 동료들의 비협조와 경찰 조직 붕괴와 사회 기본 시설 파괴에 따른 어려움 때문에 진도는 더디기만 하다. 어떤 때는 정말 자살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이런 의문을 부채질하는 것은 당연히 세계의 종말이다. 물론 이런 종말 때문에 사소한 범죄로 경찰서에 갇히는 것을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종말까지 갇힌 삶이란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처음 소설을 읽으면서 초반에 범죄자가 금방 잡힐 것 같았다. 아니면 자살로 결정되거나. 하지만 종말이 예정된 사회를 통해 삶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더디게 진행된다. 어쩌면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고 협업이 사라진 현실에서 결코 더딘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여동생 남편 실종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헨리 팔라스를 힘들게 만든다.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구타와 협박을 당하고, 종말을 피하기 위해 기도하라는 무리에 갇히기도 한다. 전혀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강한 의지와 책임감이 없다면 앞으로 더 나가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소설은 바로 이 지점을 무리없이 연결한다. 단서가 하나씩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숨에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말을 다룬 수많은 소설이나 만화나 영화와 다르게 종말 전 세계를 다룬다. 죽음이 정해진 세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낼까 하는 의문을 하나씩 풀어낸다.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도 있고, 자살로 현실을 바로 벗어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날까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 소설은 바로 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풀어낸다. 금제가 풀린 세상에서 기본 욕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이다. 읽으면서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도 살인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사람의 욕망이 얼마나 강하고 깊은지 알 수 있다. 반면에 사회조직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현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뭐 이럴수록 더 강한 통제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