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의 밤 안전가옥 FIC-PICK 6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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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 6권이다.

YES24 크레마클럽에 연재된 것이 종이책으로 나왔다.

이 모음집에 참여한 여성 작가들은 ‘미스 마플 클럽’ 멤버들이다.

이 클럽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서미애 작가의 말에 나온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에 대한 평가도 바뀌는데 이것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다섯 작가 중 세 명은 너무 낯익은 작가들이고, 다른 두 명, 홍선주, 이은형은 조금 낯설다.

홍선주 작가는 다른 단편집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이은영 작가는 처음이다.

다섯 여성 빌런들이 보여주는 이 단편집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서미애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한 소녀의 어린 시절 기억과 경험이 자라면서 어떻게 극단적으로 변했는지 보여준다.

단편이란 한계 때문에 주희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쉽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말 속에서는 사람을 죽였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예쁘게 생긴 듯한 헬스 트레이너 주희에 집적거리는 남자들이 달라붙어 여성 전용으로 옮긴다.

그런데 회원 중 한 명이 전 남친에게 스토킹을 당한다.

전화번호도 바꾸었다고 하지만 SNS는 바꾸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

이런 전 남친을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가한 후 택시를 탔는데 이 택시기사가 문제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면서 그녀가 빌런이 된 단초 중 하나를 보여준다.


송시우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읽으면서 서늘했다.

18살 여자 청소년 김윤주가 8살 소년 서정우를 납치해 살인한 것이다.

이 날 서정우를 데리러 오기로 한 삼촌은 1시간이 늦었고, 그 사이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왜 그 아이는 낯선 김윤주를 따라갔을까?

그리고 왜 김윤주는 서정우를 납치했을까?

형사 이규영은 스스로 촉법소년이란 생각하는 김윤주의 빈틈을 파고든다.

김윤주는 잡히기 전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바다거북 먹을래?”란 질문 속에 담긴 의미는 섬뜩하다.

후반부로 가면서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인증 욕구와 탐욕이 뒤섞인 무시무시한 사실이다.


정해연의 〈좋아서가 아냐〉는 스토킹 문제를 다룬다.

태현은 낯선 남자에게 쫓기는 지영을 도와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첫 데이트를 하고, 사귀게 된다.

그런데 지영이 하는 행동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태현에게 집착하고, 감시하고, 고가의 선물을 주면서 심리적 부담을 준다.

회사에서도 문제가 생기면서 지영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집에 떨어져 있는 누군가 침입한 흔적, 자신의 휴대폰을 훑어본듯한 느낌.

지영의 압박은 점점 강도가 더해지고, 잠적하기로 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 태현의 시점이었던 이유도 여기서 밝혀진다.


홍선주의 〈나뭇가지가 있었어〉는 한국 대학 연구실 문제를 담고 있다.

3년 전 실종된 스타 과학자 김민규 교수가 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가장 강력한 유력 용의자는 김민규 교수의 연구비 비리를 발표한 한경이다.

한경의 발표에 연구실 사람들은 동참하지 않고, 언론도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미 3년 전 한경에 대한 혐의가 벗겨졌지만 경찰은 다시 연락을 한다.

그리고 3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도제 시스템 안에서 학교에 교수로 남으려면 지도 교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

교수의 비리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연구실 석박사들.

진실에 한걸음 다가갈 때 나오는 성 착취와 성 폭행.

통쾌하기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복수가 평안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영의 〈사일런트 디스코〉는 어렵다.

아버지를 계곡 물속에 빠트려 죽이는 엄마.

다시 나타난 남자를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여동생.

어떤 경계를 벗어나려고 하면 숨을 못 쉬고 죽는 현상.

다시 태어나도 그 세상이지만 다른 사람의 몸이다.

기억을 가지고 있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지만 마음은 다르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움직인다면 다른 생각도 하겠는데 그들은 차를 몇 시간이나 탄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부분은 그들이 갇힌 지옥 같은 공간에 대한 설명이다.

왠지 머릿속이 복잡하고 작가의 세계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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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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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0번째 책이다.

이번 작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나왔다. 바로 강화길이다.

문학상 수상 목록에서 본 작가가 안전가옥에서 책을 내다니!

그만큼 안전가옥의 장르나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을 하면 이 작가의 이름은 잘 알지만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다.

집에 찾아보면 강화길의 소설들이 몇 권 있을 것이다.

요즘 한국 작가들의 경우 장르 쪽이 아니면 이름만 알지 거의 읽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 출판 브랜드에서 나온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단편 세 편이 실려 있다.

부제처럼 ‘세 번의 봄’이 붙어 있는데 제각각 다른 봄이다.

이 단편들 중 앞의 두 편은 이미 발표한 것이고, 마지막 <산책>만 새롭게 쓴 것이다.

세 편 모두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각 다른 느낌을 전달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녀 관계가 나온다.

하지만 이 모녀들은 흔히 보는 평범하게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다.

둘 사이의 거리와 결핍이 느껴지는 관계다.

아마 이 단편들이 실린 감정은 실제 모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좀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깊은 밤들〉은 나는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엄마처럼 변한 ‘나’의 이야기다.

딸의 실수를 인정해주고 따스하게 앉아주면서 고쳐줘야 하는데 나의 엄마는 그렇지 못하다.

딸이 할머니에게 보낸 카드의 오타가 이 갈등을 심화시킨다.

자신과 다르게 딸에게 애정을 쏟는 엄마이지만 오타는 딸의 잘못으로 몰아간다.

사람들은 흔히 별것 아닌 것에 화를 내면서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 화와 늦은 밤 엄마를 찾아가는 발걸음과 딸의 지름길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자신처럼 자랄 것이란 생각이 무너지는 그 밤의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비망(備忘)〉은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 엄마의 이야기다.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웠고, 직장에서도 성공한 삶을 살았고, 암도 물리쳤다.

이런 그녀의 딸이 여행을 말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쌓아 둔 세계 밖으로 나갈 마음이 없다.

딸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해도 떠날 마음이 없던 그녀였다.

이런 그녀가 홀로 상해로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일과 감정 등을 풀어낸다.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 옛날 같지 않은 구매 의욕, 낯설고 처음 보는 공항의 풍경.

실물로 거대한 비행기를 보면서 그녀가 느낀 감정은 딸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산책〉의 화자는 죽은 딸이다.

종숙 언니의 엄마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막장 드라마에 나오면 좋을 것 같은 엄마다.

종숙 언니가 집에 찾아오는 딸을 위해 다슬기를 잡으러 가자고 말한다.

영애 씨가 죽었을 때 유일하게 위로가 된 주변 사람이 종숙 언니였다.

함께 이른 다슬기를 잡으러 가지만 강에서 다슬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종숙 언니의 가족들이 종숙 언니에게 언니의 엄마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 말하는 그 이면이 나오는 순간이다.

읽으면서 불안감을 유발하는 소리와 알 수 없는 기분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현재까지 왜? 라는 의문을 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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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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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정보는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처음 만났다.

이전에 다른 작가의 책이나 과학 정보를 통해 꿀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읽었지만 피상적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키우는 아내를 보면서 조금 더 다가왔다.

우리가 그냥 피상적으로 듣는 이야기와 실제 생활이 만나 만든 차이다.

이 차이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 수확량의 감소, 인구 폭발.

작가는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 가능성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이런 미래를 작가는 <기억>의 주인공 르네를 등장시켜 과거 속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기억>에서 퇴행 최면을 전생과 엮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번에도 퇴행 최면은 과거 여행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은 한다.

이 최면 요법은 단순히 과거만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까지 가는 것이 가능하다.

오팔과 함께 유람선을 개조해 최면술 공연을 펼친다.

많은 사람들이 최면을 통해 과거와 만났고, 미래의 나를 만났다.

밝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한 사람이 미래 여행을 바란다.

이 사람, 베스파 로슈푸코가 30년 뒤 세계를 보러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넘어지고, 사람들은 그녀를 밟고 지나간다.

공포에 질려 최면을 풀지 않고 유람선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교통 사고를 당한다. 르네 커플에게 비극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 비극은 커플이 깨어지게 만들고, 르네는 새로운 일을 찾게 한다.

그는 소르본 대학 시절 은사를 찾아가 일자리를 부탁한다.

알렉상드르 학장과의 검술 대결을 통해 마침 비어 있던 강사 자리를 얻게 된다.

학장에게 퇴행 최면을 걸고, 꿀벌의 예언과 관련된 시대로 여행한다.

두 사람이 같은 시대, 같은 공간, 같은 뜻을 품은 사람으로 만난다.

이런 전생의 인연은 다음 생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솔직히 조금 황당한 설정과 전개이지만 예언서를 둘러싼 둘의 대결은 흥미롭다.

각자 자신의 전생에게 자신을 천사라고 소개하면서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때 둘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알려주는데 이는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 둘을 보여준다.


이번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하나 있다.

그 유명한 성전 기사단이다. 템플 기사단이라고도 불리는 단체다.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이 조직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꿀벌의 예언’을 남긴다.

이 예언서는 단장만 볼 수 있고, 확정된 미래에 대해 그들은 그대로 인정한다.

예언서를 그대로 따르면서 예언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 예언서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탐욕의 대상이 된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를 알게 되면서 생기는 불안과 공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르네와 알렉상드르가 퇴행 최면을 통해 전생으로 가서 ‘꿀벌의 예언’이란 예언서를 뒤쫓는다.

이 과정에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오는 <므네모스>는 일종의 역사서 역할을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대의 역사다.

모세 이전 이야기와 어떻게 그리스도 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는지 단편적으로 기술한다.

이미 낯익은 이야기도 많지만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도 있어 생각보다 재밌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나’를 만나고, 그 역사를 보는 것은 반감이 생긴다.

작가가 과하게 연출한 설정이라고 해도 너무나도 쉽게 과거로 가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이렇게 쉽게 된다면 역사는 얼마나 많은 변곡점을 만나게 될까?


변함없이 가독성이 좋다.

몇 가지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사실적인 표현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그 시대의 환경과 냄새에 대한 것이다.

지금과 비교해 얼마나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했는지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인다.

전생의 인연이 한정된 관계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습은 조금 아쉽다.

퇴행 최면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다 보면 한 편의 스릴러 같다.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두고 쫓고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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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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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날 옛적 토스카나의 한 마을에 동생에게 연인을 빼앗긴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동생을 원망하며 가문의 모든 둘째 딸에게 평생 사랑 없이 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 후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 중 누구도 결혼에 성공한 여성이 없었다.

이 과정을 보면 둘째 딸의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의 미모를 탐한 남자의 욕망과 언니의 질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 가문에게 이런 사실보다 저주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세대를 뛰어넘은 세 명의 둘째 딸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스물아홉 살 에밀리아는 가족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파티시에로 일한다.

어릴 때 병으로 엄마를 잃었고, 할머니의 강력한 통제 아래 살아간다.

그녀의 아버지도 장모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성이 있지만 그 어떤 행동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모 할머니 포피가 여든 번째 생일맞이 이탈리아 여행에 에밀리아를 초대한 것이다.

로사 할머니는 포피 할머니를 욕하고, 이탈리아 여행을 강력하게 막는다.

에밀리아의 친 언니도 은연중에 그녀의 여행을 막지만 그녀는 여행을 강행한다.

그런데 이 여행에 다른 동행이 한 명 더 있다. 사촌인 스물한 살 루시아나다.


루시는 여행 초반 계속 투덜투덜거리고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루시는 이번 여행이 폰타나 가문 둘째 딸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포피 할머니의 59년 전 연인 리코를 만나는 것이다.

소설 중간 중간 끼어들어 있는 포피의 이야기는 바로 리코와의 로맨스와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리코는 동독에서 이탈리아로 탈출한 독일인이고, 그곳에 약혼녀가 있다.

하지만 공산 독재를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의 바람대로 혼자서 몰래 탈출했다.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에서 평생의 연인 포피를 만났다.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슴 아픈 로맨스다.


세 여성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에밀리아와 루시는 포피 이모 할머니가 뇌실막 세포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루시는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에밀리아의 죽은 연애 세포를 깨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그녀의 안경을 바꾸고, 옷도 새롭게 입히고, 늦은 밤 클럽으로 간다.

갑자기 낯선 세계로 들어간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은 재밌다.

복잡한 베니스에서 길을 잃고 한 멋진 남자의 도움으로 호텔에 오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다.

멋진 그와의 로맨스를 꿈꾸는데 그의 말 한 마디에 그 꿈이 날아간다.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깨어나고 그 남자와의 미래를 꿈꾸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는 그냥 평범한 하룻밤의 사랑을 바라는 남자일 뿐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들을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바란다고, 멋진 하루를 보냈다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행은 계속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피의 이야기는 점점 더 핵심에 다가간다.

이런 과거와 함께 에밀리아의 불행했던 과거사 하나가 같이 흘러나온다.

저주를 믿지 않던 여성이 저주의 굴레에 갇히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경험이 루시에게도 일어났지만 이 여행은 그녀의 사랑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강렬한 한 방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저주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진실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랑이 진짜 마지막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다음 사랑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의미에서 포피의 사랑은 진짜이고,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순진한 에밀리아가 남자에게 농락당하는 순간을 그려내고, 그 놈을 포피가 욕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경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그렇게 바라는 사랑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난다.

그때 그 사랑을 잡는 것은 준비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예상한 내용과 조금 다르지만 좋은 가독성과 함께 잔잔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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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코드 - 모두에게 익숙한 소년과 처음 만나는 나 사이 생각학교 클클문고
이진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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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작가들이 ‘남자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스러움이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남자다움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다섯 작가 중 두 명이 남성 속에 갇힌 여성이나 동성애를 다루었다.

이것 이외에 사회 문화적으로 강요된 남성상에 짓눌린 소년들이 나온다.

이 분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존재는 흔들린다.

나다움을 찾아가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장르와 시대를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전건우의 <더블>은 공포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수혁은 자신 속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부인하고 없애려고 한다.

늦은 밤 화장실에 가서 허벅지를 찌른 후 자신의 여성성을 지우는 행위를 한다.

인터넷에 나온 방법인데 자신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남자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는 귀신 같은 여성이 그의 주변에 나타난다.

그가 버린 여성이 귀신으로 변해 찾아온 것이다. 서늘한 기분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워’란 반전을 마주한다.

남자와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반전은 없을 것 같다.


차무진의 <맹금류 오 형제>는 일본 애니 <독수리 오형제>의 패러디다.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애니를 비틀었다.

물론 공간은 한국으로 바뀌었고, 악당도 다른 이름이다.

이 코믹한 비틀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을 제외한 다른 네 남자의 행동이다.

1호와 2호가 서로 싸우다가 여성이 끼어들면 서로 합세한다.

용기와 만용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불새의 주체와 전혀 예상 못한 나머지 형제의 모습이 재밌다,


정해연의 <기둥>은 단어에 집착한 태수와 그 동생 태경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부탁한 ‘우리집의 기둥’이란 단어가 태수를 짓누른다.

여동생의 치마 길이를 탓하고, 늦은 밤 귀가 시간을 단속한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은 보통이 남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오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태경과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의 태수.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동생의 연인.

풋풋한 청춘들과 엄마의 새로운 기둥 해석이 눈길을 끈다.

가끔 이렇게 밝고 유쾌한 정해연의 소설도 좋다.


<소년에겐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조영주의 단편이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가 떠올랐다.

가벼운 도시 괴담과 은이란 고등학생과의 만남이 만들어낸 만남은 아주 강렬하다.

이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아주 멋지다.

그들이 만든 아지트가 또 다른 아지트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춘의 빛을 잠시 본다.

아주 어릴 때 나의 유치했던 동네 아지트를 잠시 떠올려본다.


이진의 <정거장에서>는 일제 강점기 이야기다.

지금보다 훨씬 남자다움을 강요하던 시절이다.

영수는 전차에서 한 소년을 보고 반한다. 그는 일본 학생이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국가와 성별이 따로 없다.

3대 독자 영수는 집안 어른들과 누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첫 사랑의 실패와 이 감정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는 예상 외로 재밌다.

영수의 짝사랑 상대가 영수의 방해 때문에 내뱉는 비하의 말과 행동은 그 시대의 한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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