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매월 읽고 싶은 책들이 출간된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과 이름을 들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아 궁금한 작가들의 소설들이.

 1. 리틀 스트레인저 : 세라 워터스

 워낙 많은 호평을 이미 받은 작가다. 레즈비언 소설의 총아로 불리는 그녀가 쓴 유일하게 레즈비언 이야기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맨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스티븐 킹이 '2009 최고의 소설'로 선택하기도 했다니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인데 나의 취향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2.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 : 앨런 에스킨스

 20년 경력 변호사가 쓴 미스터리는 어떤 것일까?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말에서, 표지와 제목에서 단순한 유망주를 넘어선 포스를 느낍니다. 표지는 작품과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가끔 책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지적이고 눈을 뗄수 없다는 표현에 다시 빠져듭니다.



 3. 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나는 이 작가의 대표작을 영화로 보았다. 워낙 명배우들이라 섬세한 감정의 선을 잘 표현해서 정신없이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원작을 놓쳤다. 하지만 다른 단편집을 한 권 읽고 반했다. 그의 글은 섬세하고 유려했다. 장편을 한 번도 읽지 않았고, 읽은 책도 한 권밖에 없지만 늘 기대하고 읽고 싶은 작가다.



4. THE 좀비스 : 스티븐 킹 외

  정말 화려한 작가진이다. 호러물을 엄청나게 즐겨보지는 않지만 작가 목록을 보고 나면 그냥 지나가기가 힘들다. 물론 잘 모르는 작가가 대부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알고 있는 몇 명의 작가만 가지고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책보다 더 다양한 좀비물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요즘 좀비 영화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더 흥미롭다.


 5. 사십사 : 백가흠

 백가흠의 네 번째 단편집이다. 2011년부터 발표한 9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가지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읽은 책도 있다. 그 읽은 책 한 권이 나로 하여금 작가 백가흠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가다. 9월에 나온 한국 소설 중 가장 나의 시선을 끈 작가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크 트웨인의 미완성 소설을 편집자 앨버트 페인이 종합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종합했다는 말의 의미는 미완성작이 네 편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버전은 실체가 없는 초안이고, 두 번째는 결말이 미완성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마지막으로 가는 과정에 있고, 네 번째 버전은 그나마 가장 완성된 형식을 갖고 있으나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럼 이 작품의 방향이나 결말 등에 얼마나 마크 트웨인의 의도가 반영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은 나의 경우 이것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표제작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탄이 아닌 그 사탄의 조카인 사탄이 등장한다. 스스로 천사라고 말하는 이 사탄은 인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이적과 행동은 비종교인인 내가 봐도 불편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작가는 인간의 종교와 선악과 도덕관념 등을 아주 가차없고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 인간의 기준에서 아주 잔혹한 것도 그의 기준으로 본다면 하나의 놀이거나 우리가 장난감으로 장난치는 것 이상이 아니다. 진흙으로 작은 사람들을 만들고, 그들이 생활하게 한 후 갑자기 이들을 죽인다. 그들이 살고 있던 터전을 매몰시킨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거대한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과 같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으로 16세기 후반을, 공간적으로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때는 아직 마녀 사냥이 성행하던 시기다. 이 시기를 선택한 것은 인간이 지닌 욕망과 거짓을 아주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종교의 힘이 사람들의 삶을 뒤덮고 있던 이때 이성보다 감성, 논리보다 선동에 의해 휘둘리는 민중의 모습을 짧지만 잘 보여준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실제 존재했던 마녀가 아닌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마녀로 지목된 사람이 나오면 괜히 그 혹은 그녀를 변명하고 싶어진다. 이 소설에서 마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은 곰곰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사탄의 조카인 천사라고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사탄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만큼 이 사탄은 매혹적이고 무비판적이고 무감정적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거대한 존재인 사탄으로써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것이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탄의 의도와 행동이 주인공의 바람과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바로 이런 특징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사탄이 보여준 놀라운 일들은 대부분 연약하고 추한 인간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인간의 판단기준으로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런 장면들이 많은데 이때마다 신랄하고 독설이 가득한 풍자로 상황을 풀어낸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도 이런 재미를 아주 많이 누렸던 것이 문득 떠오른다.

 

이 장편 뒤에 실린 세 편의 콩트는 개인적인 취향과 조금 떨어져 있다. <우화>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지만 그 전체적인 이야기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기만적인 칠면조 사냥>에서 칠면조와 소년의 대결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마지막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맥윌리엄스 씨 댁의 도난 경보기>는 세 편 중 가장 길고 재미있었는데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내가 잘 소화시키지 못한 것 같다. 도둑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도둑을 지킨다는 그 의미를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입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릴 때 어린이 요약본으로 읽었던 대표작 두 편을 빨리 원본으로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이번 소설은 어릴 때 그 기억과 다른 재미를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재미있지만 난해하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나가는 진도가 느리다.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더 걸려 다 읽었다. 책 표지에 ‘반드시 천천히 읽을 것’이란 문구가 있는데 딱 맞는 말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작가가 깔아놓은 몇 가지 쉬운 설정도 놓치게 된다. 어떤 단편은 노골적으로 <경고>하면서 똑 같은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 혹시 다른 부분이 있나 하고 찾아봤는데 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괜히 그 글 속의 의미를 열심히 찾았다. 작가의 노림수에 당한 것이다. 덕분에 같은 글을 몇 번 읽었다. 재미있는 경험이다.

 

용은 전설의 동물이다. 서양과 동양의 용 모양이 다르다. 이 소설 속 용은 당연히 서양 용이다. 이렇게 적으니 판타지 소설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113편의 글 중에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도 있다. 아니면 상징으로 읽으면 된다. 첫 작품 <전염병>에서 단어들이 사라진다고 한 것이나 앙헬라가 만든 캐릭터인 에우세비오가 다른 이야기 속으로 달아나서 이런 저런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이 에우수비오는 닮은 꼴 대통령과 함께 가장 자주 출연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닮은꼴>은 똑같은 이야기인가 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다른 변주가 발생한다. 그 뒤로는 또 다른 이야기로 바뀐다. 제목도 유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재밌는 이야기다.

 

상징과 풍자로 가득하다. 솔직히 말하면 상징보다 풍자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몇 가지 단편에서 얼마나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풍자했던가. 당장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쉽게 한두 편 정도 발견할 수 있다. <잔고>에서 키스 횟수로 하루를 정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기발한 발상에 놀란다. 마이너스가 된 그를 아내의 키스가 제로로 만들고 평온하게 잠든다, 그 사이에 다른 여자와 불륜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담한 남자다. 이런 남자들이 아주 가끔 등장한다.

 

말장난처럼 읽히는 단편도 있다. 어떤 단편은 제목만 있고 내용이 백지다. <어느 기억상실증 환자의 기억>이 바로 백지다. 이런 파격은 알기 쉬운 것이지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첫사랑>에서 오래된 추억과 기억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왜곡되는지 잘 보여준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주 함축적이고 사실적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 단편이 분량이 다른데 의도적인 변주로 이야기를 비튼 것도 있다. 읽으면서 어딘가에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몇 편은 살인자들을 다루었는데 그 마무리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최고의 살인자의 모습이나 완벽한 살인을 자랑하고 싶었던 살인자의 현재에 대해서.

 

113개의 단편을 퍼즐이라고 부르면서 이야기들을 맞출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것 같다. 아닌가? 퍼즐이란 평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모양이다. 작가가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정말이다. 다 읽은 후 다시 읽을 때 순서를 무시해도 되지만 처음 읽을 때 순서를 무시하면 앞에 쓴 몇 가지 재미를 누릴 수 없게 된다. 기발한 상상력과 은밀한 욕망 등이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풍자와 엮이면서 현실을 비현실로 연결하고, 이것이 다시 현실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폭발 장치>에서 이 뉴스를 보는 지역이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보던 곳임을 감안하면 조금 더 쉽게 다가오려나. 독자의 경험과사고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책이라 나중에 다시 읽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두툼한 책이다. 한 가족의 3대를 다루는데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과 다르다. 할아버지 다케지로는 러시아인 할머니 기누와 결혼해 혼혈 3남매를 낳았다. 기쿠노, 유리, 기리노스케다. 유리는 결혼해서 6개월 산 후 이혼했고, 기리노스케는 단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다. 기쿠노는 약혼자를 버리고 나가 유부남과 관계를 맺고 딸 노조미를 낳는다. 7년 만에 노조미를 임신한 채 돌아와서 도요히코와 결혼해서 아들 고이치와 딸 리쿠코를 낳았다. 도요히코는 회사 직원 아사미와 불륜을 저지른 후 막내 아들 우즈키를 낳았다. 이것이 이 집의 관계도다. 이들이 모두 한 집에 산다. 거대한 서양식 집에서.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들려준다. 시간 순서는 아이들이 자라는 사이사이에 어른들의 과거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앞에 쓴 복잡한 관계에 대한 설명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 집안 사람들이 직접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는 사람이나 연인이 화자로 등장하여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도 몇 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엮인 관계인 채로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 놀라운 것이 이 집에 있다. 바로 아이들을 공교육으로 보내지 않는 것이다. 집에서 가정 교사에게 교육을 받는다. 책 도입부에 고이치, 리쿠코, 우즈키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이 시도는 결국 실패한다. 자유롭게 집에서 놀면서 월등히 우월한 교육을 받던 이들이 먼저 적응을 하지 못하고, 기존 학생들도 이들을 배척한다.

 

집에서 자라다 보니 아이들에게 친구가 거의 없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대학에 들어가면 친구가 하나 둘 생긴다. 원래 비단 장사를 하던 집안이었는데 할아버지 다케지로가 영국에서 돌아온 후 무역회사를 차렸다. 그 후 이 일이 집안의 가업이 된다. 할아버지의 교육관도 특이하지만 가업을 이을 아들의 경우 1~2년 동안 해외에서 놀면서 공부할 기회를 준다. 돌아오면 당연히 회사 일을 해야 한다. 이 집안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생활하는 기리가 해외 생활에 관한 몇 개의 에피소드를 풀어낼 때 고요하고 정적인 이들의 일상에 파탄이 일어난다. 물론 가장 큰 파탄을 불러온 것은 큰딸 기쿠노의 7년 가출과 임신이겠지만 평생을 홀로 살면서 조카들의 훌륭한 삼촌 역할은 한 그는 이야기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다양한 화자를 등장시키다 보니 괜히 한 인물에게 정을 붙인다. 바로 첫장과 끝장을 담당하는 리쿠코다. 그녀는 이 집안 여자들과 다른 길을 간다. 대학도 다니지 않고 소설을 써서 상을 받은 후 전문 작가로 변신한다. 하지만 그녀는 기리 삼촌과 함께 소설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남인 고이치가 자신이 아닌 여자 친구 교코를 통해 그의 삶과 내면이 드러난 것을 비교하면 더욱더. 이것은 우즈키의 성장과 또 다른 삶을 보여주는 모습과 비교된다. 큰 언니 노조미가 대학을 졸업한 후 베이징대학에 유학을 간 것은 이 집안 남자들의 놀기 위한 유학과 대조되는 모습이며, 이 집안의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 고이치가 가업을 이어받지만 다른 남매들은 기존의 삶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이것은 분명 시대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3대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실제 2대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1대 할머니의 이야기는 반전 같지만 우리가 알고 삶의 외양이 얼마나 다른 이면을 가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더불어 적지 않은 시간을 다루면서 한 가족의 성장과 소멸 과정을 보여주면서 삶의 유한성과 애잔함을 느끼게 만든다. 혼혈로 엄청난 미모를 지녔던 엄마와 유리 이모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지 못한 것을 보면 할아버지의 교육관이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유리 이모의 엄청난 결벽증이나 리쿠코의 짧은 초등학교 경험 속에 나온 구토 등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지만 누군가에는 엄청난 고통임을 보여준다. 이것이 이들을 사회와 떨어져 있게 만든다. 관계가 좁아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넓어지지만 아주 많이 부족하다.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갑갑함을 느꼈던 순간들의 대부분은 유리 이모와 관련되어 있다.

 

한 가족 전체가 화자로 등장하여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각각의 인물들 삶이 파편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왜 기리 삼촌이 독신으로 살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고, 고이치는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왜 직접 표현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할아버지 다케지로의 목소리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1960년에 시작해 2006년에 끝나는 이야기 속에 완고한 아버지나 따뜻한 할아버지로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이 놀라운 집안을 만든 그의 모습이 너무 희미하다. 러시아인 할머니 덕분에 그들만의 용어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감탄을 했다면 책 제목에 나온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란 말이 의미하는 ‘자유만세’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화목한 것 같은데 하나씩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과정 속에서 들여다 본 그들의 모습은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에서 달콤한 한숨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어쩌면 가장 적합하고 함축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있는 베트남 - 생생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 탐험기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동남아 여행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도 가본 곳은 몇 나라 되지 않는다. 그 대부분도 태국이었다. 베트남은 왠지 쉽게 가지 않게 된다. 회사의 지사가 있는 곳이지만 내가 하는 일은 그곳에 갈 일이 없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다가 쌀국수 이야기가 나오면 그들이 그곳에서 먹은 식당을 말할 때 호기심이 폭발한다. 하나같이 모두 맛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쌀국수를 좋아하기에 더 그 식당에 가서 포를 먹고 싶다. 또 한 번은 호치민 근처의 해산물 식당에서 아주 저렴하게 게와 새우를 먹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 놀러오면 자신이 가이드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왠지 불편을 끼치는 것이 싫어 쉽게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지 않는다. 언제가 가게 되면 꼭 먹고 말겠다는 의지만 남겨 놓고 있다.

 

이 책이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베트남 음식의 설명과 사진이 곁들여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책을 받고 펼치자마자 사라졌다. 표지에 나오는 사진을 제외하면 단 한 장의 음식이나 식재료 사진이 없다. 400여쪽의 책이 글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통해 그 이미지를 얻으면서 다음에 가면 그 음식을 한 번 먹어봐야지 했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자가 글로 표현한 것을 내가 알고 있는 한도 안에서 그 음식의 모양과 맛을 상상해야 한다. 알고 있는 베트남 음식이라고는 쌀국수 집에서 먹은 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몇 가지는 태국 음식에서 그 이미지를 빌려온 것도 있다. 책 내용과 상관없이 이 불친절한 편집이 조금 많이 아쉬웠다.

 

저자는 베트남을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동남아를 갈 때면 길거리 노점상들을 자주 본다. 작고 허름한 식당도 적지 않다. 가능하면 이런 곳에서 먹으려고 한다. 물론 유명한 식당이나 푸드 코트에서 먹는 경우도 많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비위생적이란 생각과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 어려웠다. 인터넷 카페의 정보를 통해 주문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아니면 외국인들이라도.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가서 현지인이 시키는 것을 그대로 주문한다. 상대적으로 입맛이 까다로운 내가 아예 먹지 못할 정도의 음식이 나온 적은 없다. 이때의 경험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저자가 베트남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길거리 음식을 하나씩 먹고 즐기는 과정을 보면서 나의 짧은 경험이 떠올랐다.

 

베트남 출장을 갔다 온 직원 한 명이 현지 거래처 직원과 해장용으로 닭피를 마셨던 이야기를 해줄 때 경악했다. 그런데 저자는 처음으로 현지인과 함께 간 곳이 바로 돼지 자궁을 요리하는 곳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가. 그가 베트남에 오기 전 전북 익산에서 일 년 정도 머물렀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것은 먹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도 예전에 태반을 먹거나 애저 등을 먹은 적이 있으나 그가 그것을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니까. 그가 이 책의 첫 이야기를 이것으로 시작한 것은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 경험을 넘어가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분짜다. 나는 이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다. 이름만 들어봤을 뿐이다. 그럼 왜? 아내가 하노이로 놀러가서 가장 맛있게 먹은 유일한 음식이 분짜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쌀국수조차 먹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이 음식이 목차에 나오니 반가웠다. 사진과 맛에 대한 설명을 기대했는데 역시 앞부분이다 보니 실망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이 음식을 먹게 되었는지,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주지만 식당 정보와 사진이 없다 보니 혹시 하노이로 가게 된다고 해도 먹어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가기 전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한 정보를 얻어가서 먹고 올 테지만.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라고 했을 때 한국도 한때는 그랬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노점과 포장마차가 우리의 허기를 채워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기업처럼 변해가는 과정에 있지만 많은 곳에서 새로운 음식과 유행하는 음식들이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베트남만큼은 아니다. 또 하나 감안해야 할 것은 저자가 이곳에 간 시기다. 1997년 여름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베트남이 덜 발전했었다. 한때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던 오토바이의 물결이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물론 이 책을 내면서 다시 간 것 같은데 아직도 많은 길거리 음식점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문명화 혹은 현대화의 물결 아래 점점 길거리 음식점은 사람들의 삶에서 밀려나고 있다. 저자가 살던 때도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벌금을 내면서 자기 가족을 돌보던 음식점이었는데 말이다.

 

저자는 괜히 아는 척하기보다 아는 만큼만 글로 적었다. 자신이 그곳에 생활하면서 먹고, 인터뷰한 것을 적었는데 외국인이라는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허브에 대한 부분은 더 그랬다. 약간은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하노이와 사이공(호치민)의 음식 및 문화의 차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해졌다. 묵직하고 직선적인 하노이의 음식에 비해 다채롭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호치민의 음식에 대한 비교와 설명은 나의 취향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점을 드러내었다. 호치민이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영향을 받다 설탕을 많이 쓴다고 했을 때 라오스에 가고 싶은 나의 의지를 살짝 흔들었다.

 

재미있는 인터뷰가 하나 있다. 저자가 길거리 식당의 아줌마를 인터뷰하는 것인데 엄마와 딸의 답이 다른 것이다. 엄마는 자신이 정통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딸은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바꾼다고 말한다. 맛있다고 말하는 다른 음식점 주인들이 모두 자신이 정통적인 방식으로 만든다고 말했기에 이 부분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육수를 직접 만들지 않고 치킨 스톡 같은 것으로 맛을 낸다고 했을 때 머릿속은 조미료가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육수나 국수를 만드는 방식을 보면 한국의 설렁탕이나 곰탕 같은 음식이 떠올랐다. 이럴 때면 식당과 음식과 주인들의 사진이 없는 것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