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1 -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궁극의 전쟁사
곽작가 지음, 김수박 그림 / 레드리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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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유대인 학살 등과 어우러져 더 알려진 것과 대비된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많은 데 이 만화는 그 부분을 정확하게 했다.

방아쇠를 당긴 사라예보, 그날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

전쟁을 하려는 국가들, 전쟁을 막으려는 국가들, 그 사이를 오고 가는 외교 정책.

풍요 속에 평화롭게 살아가는 유럽인들에게 전쟁의 가능성은 0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전쟁의 분위기는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사라예보 사건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암살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를 침공할 구실을 얻는다.

하지만 복잡하게 엮인 국제 정세는 단순히 세르비아를 침공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강대국 영국과 프랑스와 러시아의 참전 등을 피해야 한다.

여기서 독일은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프랑스로 진군할 계획을 가진다.

이 당시는 유럽의 황실이 인척 관계로 이어져 있던 시절이다.

독일과 러시아 황제는 전쟁 직전까지 애칭을 부르면서 전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다른 관료들의 전쟁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벨 에포크 시대의 유럽인들은 전쟁의 기운을 전혀 감지하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았다.


1권의 초반부는 전쟁 전에 있었던 사건과 외교 등을 주로 다루었다.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재밌는 부분은 독일과 프랑스의 침공과 방어 전략이다.

독일의 슐리펜 전술 프랑스 국경으로 바로 침공하는 것이 아니라 회오리처럼 우회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을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제일 위에 있는 군단의 속도는 가장 빨라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전술은 이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전쟁 초기 프랑스 군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에 영국군이 참전하면서 전쟁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 만화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전술 등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전술의 평가를 현대 기준을 다시 재평가한다.

병참의 중요성을 진격과 퇴각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역설한다.

프랑스와 영국 두 수장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모습도 나온다.

영국군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직업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전쟁은 한 사람의 능력으로 뒤집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전 기준으로 세워진 요새가 새로운 무기에 파괴되고 함락된다.

비행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해프닝도 나온다.


몇 년을 이어가고, 수 천만의 생명을 빼앗아간 전쟁이다.

아직 초반이라 이 시리즈가 얼마나 길게 제대로 표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아주 멋진 만화가 될 것 같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고, 자세하게 몰랐던 그 시대의 정치와 외교 등도 알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전투가 벌어졌고, 참호전이 시작된다.

비행선이 전쟁에 투입된 첫 번째 전쟁이고, 새로운 전략 전술을 짜게 했다.

이런 전략 전술만이 아니라 만화 특유의 시각적 재미를 살리면서도 전쟁사에 아주 충실하다.

나중에 제1차 세계대전 관련 책을 읽을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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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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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가다.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생각보다 많은 책을 내었다.

최근 한국 sf작가들이 많이 등장해 이전에 비해 읽을 거리가 월등히 늘어났다.

한국 sf소설의 출간을 따라 읽는 것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정도다.

개인적으로 아주 반가운 현상이고, 천천히 조금씩 따라간다.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집에 사 놓은 장편에 대한 기대가 부쩍 늘어났는데 언제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열 편의 단편 소설은 두 편을 제외하면 모두 독립적인 이야기다.

연작의 형태를 가진 두 편은 <망자를 위한 땅은 없다>와 <브레인 크런치>이다.

전편은 한국의 부동산 열풍을 미래의 블랙 코미디로 만들었다.

뒤편은 부동산 투자 실패 후 바뀐 삶을 현실적으로 엮었다.

이 두 편을 보면서 나의 과학적 한계와 의문을 동시에 느꼈다.

전편에서 태양이 멈출 때 생기는 태양계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과학적인가 하는 부분 때문이다.

뒤편은 인류의 스승들의 인공 뇌가 격렬한 토론 끝에 도출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뭐 실제 작가가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단편은 모두 세 편이다.

<블랙홀 뺑소니>, <빛보다 빠른 빚>, <사이버 피쉬 트럭>등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빛보다 빠른 빚>은 읽으면서 정말 끔찍하게 느꼈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 인간의 죽음마저 거부하는 추심이라니!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이 빚이 가족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영원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 누군가가 빚을 떠안아야 한다.

물에 빠져서도, 목을 메어서도, 전철에 몸을 던져도, 거대한 바퀴에 몸을 던져도 죽지 못한다.

메모리나 다른 무엇인가가 있으며 살려내고 이때 발생한 비용을 청구해 빚이 늘어난다.

이처럼 암울하고 현실적인 삶은 결코 상상력에만 기댄 것이 아니다.


<블랙홀 뺑소니>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과 한국 보험대리인의 대결을 다룬다.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순수한 과학적 사고실험이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주장인데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살짝 유머를 섞어 풀어내면서 가벼운 긴장감을 실어주는데 상당히 재밌다.

<사이버 피쉬 트럭>은 지구가 방사능 오염으로 먹거리가 전멸한 이후를 다룬다.

이전처럼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먹을 것을 잡거나 채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때 등장한 그레이 구는 아주 훌륭한 대체 식량이자 기초 원재료가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레이 구 운송업자인데 차량 전복 사고로 당한다.

이때 차 밖으로 나온 그레이 구에게 신체 일부를 먹혔다.

이런 그레이 구와 인류가 생존을 위해 택한 방법들이 어둡고 서늘한 기운을 풍긴다.


표제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중간에 집중을 못해 흐름을 잊었다.

영이란 숫자와 다중 우주의 존재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경매>는 너무 짧게 끝났고, 기억을 둘러 싼 슬픈 이야기가 작은 울림을 만들었다.

<팔이 닿지 못해 슬픈 짐승>은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보다 더 심하고 위급한 상황을 다루지만 코로나 19 초기의 심화 버전으로 다가온다.

<맛과 맛 사이>에서 마지막에 발굴한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뜨거운 얼음을 만드는 방법>은 공룡 알 부화와 인류세의 종말을 엮었다.

장난감 공룡 알을 현실화시켜 풀어가는 이야기가 묵직하면서 답답하다.

이렇게 각각 다른 분위기의 단편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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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50 :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편 - 안전상식 학습만화 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50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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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 마지막 50권이다.

중반부터 읽었는데 후반 몇 편은 아주 재밌었다.

마지막 권으로 오면서 다음 이야기가 엄청 궁금했다.

그런데 대망의 마지막 권이라니... 살짝 아쉽다.

이번 편을 읽으면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앞 권들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전편에서도 살짝 나왔지만 용감한 쿠키의 모험들이 정말 범상하지 않다.

나중에 이전 이야기를 읽게 되면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쿠키와 동물들을 돌로 만드는 용안 드래곤 쿠키가 깨어난다.

이 용안 드래곤 쿠키의 힘은 압도적이다.

이 압도적 힘 앞에 용감한 쿠키 일행은 너무나도 무력하다.

그리고 용안 드래곤 쿠키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

스네이크후르츠맛 쿠키의 배신을 미리 봤기에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용안 드래곤 쿠키는 리치 드래곤 쿠키와 함께 백련 드래곤 쿠키를 공격한다.

실제 대결은 리치 드래곤 쿠키와 백련 드래곤 쿠키다.

이 대결의 승자는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용감한 쿠키의 동행 중에는 강아지 같은 망고스틴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망고스틴의 엄마인 망고스틴 오셀롯이 등장한다.

전설의 괴수이지만 그의 공격이 용안 드래곤 쿠키를 무찌를 정도는 아니다.

이들이 용안 드래곤의 용안은 물리칠 수 있었지만 용안 드래곤 쿠키는 다른 레벨이다.

용안 드래곤 쿠키의 강력한 석화 광선은 망고스틴 오셀롯을 석화시킨다.

용감한 쿠키 일행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이때 전편에서 전화기로 연락했던 이전 모험의 동료들이 나타난다.

이들의 등장은 전세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용감한 쿠키의 전화를 받은 쿠키들이 나타난다.

이들의 힘은 예상을 초월하고, 예상하지 못한 전투가 벌어진다.

이 만화의 재미 중 하나는 용감한 쿠키가 무적의 힘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다.

용감한 쿠키는 좋은 모험가에 좋은 친구이지 강력한 힘을 가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용감한 쿠키의 새로운 동료들은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위험이 모험을 무사히 끝내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 나오는 이전 모험의 동료들이 나를 앞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쩌면 이 마지막 권은 이전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한 이벤트인지 모른다.

쿠키런 서바이벌 대작전은 끝났지만 아직 쿠키런 킹덤이 남았다.

용감한 쿠키의 모험과 우정은 성인인 나도 매혹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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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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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15년 전 세 소녀의 실종 사건을 기본으로 한다.

갑자기 사라진 이 소녀들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

이때 이들과 같은 오두막에 머물렀던 소녀 에마가 주인공이다.

소녀는 이 사건으로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작가는 과거의 사실을 하나씩 밝혀내면서 조금씩 진실에 다가간다.

그 과정의 핵심은 15년만 다시 열린 나이팅게일 캠프다.

나이팅게일 캠프의 주인 프래니는 에마가 미술 교사로 참석하기를 바란다.

이제 어른이 된 에마가 이전과 같은 오두막에 어린 세 명의 여학생과 머문다.


같은 장소, 같은 방, 자신을 빼면 같은 세 명의 여학생들.

15년 전에는 가장 막내였다면 이제는 캠프 유경험자이자 미술교사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15년 전 이야기들이 교차한다.

이 교차하는 시간 속에서 세 소녀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들 중에서 여왕벌 역할을 하면서 에마를 돌보아주는 학생은 비비언이다.

비비언은 첫 생리를 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이 캠프의 전설을 알려준다.

이 캠프가 있는 미드나이트 호수의 건설과 관련된 무서운 전설이다.

실제 이 호수는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댐을 만들고 부수면서 만들었다.

이 호수 밑에 귀가 멀고 나환자들이 살던 마을을 수몰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비비언들이 사라진 이후 정신병을 앓은 에마는 그림으로 그 병을 벗어난다.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모두 사라진 세 소녀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이 그려져 있다.

실제 그녀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이것밖에 없다.

다른 그림은 그릴 수가 없어 그림을 멈추고 있었다.

그녀의 그림은 수집가의 인기를 끌고, 전시회에서 모두 팔린다.

이런 그녀에게 새롭게 열리는 나이팅게일 캠프는 아주 힘든 선택의 순간이다.

15년 전 실종 사건의 악몽을 떨쳐낼 기회이지만 상황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온 캠프에서 비비언의 지도를 통해 그녀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이 캠프가 있는 곳에 있었던 정신병원에 대한 자료를 발견한다.

그 시대 여성들이 어떤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지 알려준다.

새로운 괴담이 하나 추가되고, 과거 여성 차별의 역사가 서늘하게 나타난다.


두 진실, 한 거짓 게임.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 게임 속에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는 단서들이 들어있다.

무심하게 읽었던 이 게임 속에 깔아 둔 복선은 아주 중요한 단서들이다.

작가는 무엇이 거짓인지 알려주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복잡하고 서늘하게 만든다.

여기에 에마가 동경하고 짝사랑했던 테오를 등장시켜 더 복잡하게 만든다.

테오는 15년 전 에마의 진술 때문에 아주 강력한 용의자가 된 적이 있다.

이 진술의 내용이 무엇인지 마지막 부분에 밝히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거짓말과 오해와 괴담과 전설이 뒤섞여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게 몰아간다.

그리고 다시 사건이 발생했을 때 15년 전 사건은 유령과 함께 돌아온다.


아주 뛰어난 가독성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아주 노련하게 나를 괴담과 전설로 몰고 갔다.

이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한다.

과거의 사건과 전설과 괴담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 당사자라면 어떨까? 단순한 괴담이나 전설이 아니다.

15년 전 막내였던 에마는 이제 새로운 여학생들의 큰언니가 된다.

이들과 함께 한 모험 중 하나는 이들의 유대감을 높여준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와 교차하고, 과거는 현재와 맞물려 돌아간다.

로맨스가 엮이고 상황이 꼬이면서 상황은 점점 알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숨겨진 사실 하나가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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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년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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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의 심리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피해 소년이 겪는 심리적 변화와 행동을 자세히 보여준다.

하지만 가해자의 시선도 결코 내려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피해 소년을 들여다보는 친구와 선생의 시선도 같이 담겨 있다.

소년이 좋아했던 소녀의 행동은 적극적이지 못했고, 선생은 교장의 벽에 부딪힌다.

생존을 위해 소년은 자신이 만화 속 슈퍼 영웅처럼 변하기를 바란다.

말벌에 쏘였을 때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했다.

하지만 현실은 마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변하지 않는다.


병원에 실려 온 지 사흘이 지나 피해 소년은 깨어난다.

이 소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알려주지 않는다.

분명히 어떤 사고를 당했는데 그 사고가 어떤 것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백 개의 팔찌를 찬 소녀, 눈썹에 흉터가 있는 소년, 손가락이 아홉 개 반인 소년 등을 등장시킨다.

이 소설의 흥미롭고 재밌는 지점 중 하나가 이름이 아닌 외형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들은 피해 소년이 짝사랑하거나 절친이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 중 둘이 병문안을 오지만 그들 사이에 이전 같은 분위기는 없다.

왜 이렇게 이들은 변한 것일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의사는 아이가 말하는 말이 처음에는 황당하고 이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피해 소년은 평범한 학교 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의 시험지를 달라고 한 손가락이 아홉 개 반인 소년이 등뒤에 오기 전까지는.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요구를 “싫어”라고 말한다.

이 말 한 마디가 소년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손가락 아홉 개 반인 소년 MM이 이 단어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피해 소년은 공포에 떨면서 집으로 간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소년에 대한 MM의 폭력이 가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점심 샌드위치에 작은 폭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폭력은 강해지고, 이를 부추기는 아이들도 생긴다.


소년이 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쥐약을 넣어 가져간다.

하지만 MM이 먹기 직전 그를 밀치면서 위기 상황을 넘어간다.

그런데 이 행동이 MM의 분노를 더 부채질한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폭력은 이제 소년의 삶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간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소년의 등에 물건을 집어 던진다.

이것을 눈치 채는 선생이 있지만 드래곤을 등에 새긴 선생 이외는 무시한다.

드래곤 선생만 교장에게 말하지만 교장의 반응은 문제만 일어나지 말라는 수준이다.

드래곤 선생은 직접 MM에게 경고를 보내지만 교장의 처분 없음이 소년을 더 은밀한 폭력으로 내몬다.

소년은 어느 날 자신에게 투명인간 같은 능력이 생겨 괴롭힘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면만 받는 소년에게 이런 능력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한 소년의 처참한 삶.

이를 지켜보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방관하는 두 명의 친구.

자신의 경험으로 드래곤을 새긴 선생의 관찰과 작은 몸부림.

공론화가 되어 문제가 되는 것이 두렵지만 변화가 없어 계속 괴롭히는 손 가락 아홉 개 반인 소년.

바쁜 일상에 자신들의 아이가 어떤 폭력에 시달리는지 깨닫지 못하는 부모.

문제 초기에 사건을 더 크게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교장의 안일한 사고 방식.

소년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못 본 척한 사람들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은 사람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란 삶의 철학을 가진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읽는 내내 무거운 내용 때문에 빠르게 읽히는 글을 자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겁고 답답한 내용이지만 짧고 간결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이 너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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