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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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실제 이 책의 첫 단편 <고마웠어! 오쓰 세이부백화점!>이 이 상을 수상했다.

대상, 독자상, 우정상 3관상이다.

이후 다섯 편의 이야기를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여섯 편의 단편들이 각각의 매력을 품어내는데 상당히 지역색이 강하다.

일본의 낯선 문화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재밌게 잘 풀어낸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 아닌 상당히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된다.

작가가 후속작을 낸다고 하는데 당연히 관심이 간다.


<고마웠어! 오쓰 세이부백화점!>은 폐점을 앞둔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문을 닫는 백화점을 되살린다고 하는 거창한 계획은 없다.

다만 나루세는 지역 방송국이 촬영하는 곳에 30일 동안 서 있는 것뿐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세이부 라이온스의 야구복을 입고 있다.

나루세의 시선이 아닌 친구 시마자키 미유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마자키의 말을 통해 나루세가 얼마나 독특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누세는 공부도 잘 하고, 다른 뛰어난 능력도 보여준다.

이런 나루세의 뛰어남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시마자키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밋밋한 이야기이지만 나루세와 시마자키의 관계 등이 잘 드러난다.

한 도시의 백화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지역민의 아쉬움도 잘 표현되어 있다.


<제제에서 왔습니다>는 나루세가 시마자키와 팀을 이루어 만담 대회에 나가는 이야기다.

일본 최대의 만담 대회 M-1 그랑프리에 나루세가 나가려고 한다.

짝이 될 인물로 시마자키에 선택했는데 시마자키가 반대하지 않는다.

둘이 만담을 짜는 것, 이 과정에 생기는 자잘한 에피소드가 재밌다.

무대에 서면 떨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시마자키가 무대 체질이란 것은 비밀이 아니다.

자신들의 경험과 다른 만담을 참고한 이들의 도전은 에상한대로다.

<계단에서는 달리지 않아>는 나루세가 살짝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다른 단편에서 나루세에 대한 트위터를 날린 사람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 동창회 개최, 동창회 홈페이지 개설.

오래 전 화해하지 못하고 헤어진 옛 친구 찾기 등이 엮여 있다.

화려하게 포장하거나 감상적인 장면 대신 현실적인 장면으로 풀어간다.


<선이 이어지다>는 왕따를 두려워하는 오누키의 시선을 담았다.

그녀는 민머리로 학교에 온 나루세를 보고 놀란다.

자신의 곱슬머리를 펴고 나타나 반 분위기를 유심하게 관찰한다.

나루세는 민머리를 한 이유로 한 달에 1샌티미터 자라는지 3년 동안 확인하기 위해서다.

재밌는 부분은 나루세가 아닌 이 소녀가 도쿄 대학에 대해 가지는 자신감이다.

폭 넓은 친구를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해 도쿄 대학에 가려고 한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 도쿄대에 가서 나루세와 만난 부분은 또 다른 인연이자 재미다.


<레츠 고 미시간>은 고등학교 올라와 가입한 동아리의 가루타 선수권 대회로 시작한다.

당연히 화자는 나루세가 아니고 다른 지역의 유도 선수 출신 덩치 큰 니시우라다.

특이한 나루세에 끌리고, 이것을 본 친구가 소개를 하면서 하루 동안 같이 비와호를 여행한다.

이성에게 관심이 없던 두 남녀의 낯선 모습, 나루세의 당당한 태도가 재밌게 엮여 있다.

<도키메키 고슈온도>는 고3이 된 나루세의 이야기다.

이전에 나왔던 인물들이 조금씩 등장해 관계를 이어간다.

만담콤비 제제카라는 이제 마을의 사회자가 되어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고 있다.

이 단편에서는 무엇에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나루세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00세까지 살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조금 더 명확해진다.

개인적으로 재미는 다른 단편에 비해 부족하지만 이전 단편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좋았다.

그리고 그 단단한 나루세의 색다른 모습이 나와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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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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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세 남매의 타임루프 탈출기란 말에 혹했다.

책을 받고 잠시 타임루프를 다룬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첫 번째 타임루프가 일어날 때 설정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되돌아온 세 남매의 각각 다른 같은 시간 보내기를 봤다.

기존의 타임루프 소설과 다른 점은 세 명이고, 이들이 남매란 점이다.

혼자의 힘으로 이 시간의 고리를 깰 수 없고, 힘을 합쳐야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몰라 각자 좌충우돌하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장남 진태, 차남 진수, 막내 해민. 이렇게 세 남매다.

진태는 아내에게 이혼하자고 한 상태이고,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자다.

진수는 댄스 학원에서 만난 여성에게 차인 후 자살 시도 실패를 한다.

해민은 동아리 선배 언니를 짝사랑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다.

각자의 고민이 가득한 상태인데 아버지가 병으로 입원해 있다.

각자의 고민 때문에 각자의 삶을 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식을 치른 후 아버지의 집에서 유품을 정리한다.

비싼 양주를 꺼내 즐겁게 마시고, 오래된 턴테이블을 꺼내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8월 5일에 깨어난다.


다시 한 번 더 사는 삶.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간다.

진태는 이전 삶을 그대로 따라가고, 진수는 지난 번 실수를 거울 삼아 그녀와 잔다.

해민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선배 언니에게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하다 선배의 남친을 본다.

아버지는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시고, 세 남매는 장례식의 급을 높인다.

이번에도 같은 술을 마시고, 집 정리를 하다 아버지의 명상록을 발견한다.

젊은 시절 아버지의 기록들. 청춘과 사랑과 후회와 좌절 들이 들어 있다.

어떻게 보면 낯 뜨거운 이야기이지만 아버지의 청춘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작가는 여기서 아버지의 글을 현대의 문장이 아닌 그 시대의 문장으로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풀어낸 문장들이 좋다. 옛날 맛을 볼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세 남매는 다시 8월 5일에 깨어나고 진태는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일상을 깨닫는다.

다시 반복된 일상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변형하고 그대로 이어간다.

이 타임루프를 깰 방법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SF만화가인 해민은 분기점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해결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이 방식이 맞는 것일까? 일단 해보자.

그리고 아버지의 명상록은 어느 새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아버지가 내뱉은 의문의 여성 에이미. 명상록으로 그 흔적을 따라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부모님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본다.

제대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그분들의 청춘 이야기.


미래로 나아가긴 위한 세 남매의 도전은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자신들이 삶을 돌아보고 실패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외치 이름의 여성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는다.

혹시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친척들에게 전화를 한다.

심부름센터까지 고용해 에이미를 찾는다.

그리고 최고의 장면이 아버지의 병실에서 펼쳐진다.

약간의 신파가 담겨 있지만 세 남매는 최상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부분을 보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눈물과 웃음을 자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읽으면서 예상한 몇 가지는 현실적으로 다루어지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이 세 남매를 한 번 더 타임루프에 가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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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무덤
김종범 사진, 조용훈 글 / 몽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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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을 좋아한다.

최근에도 휴가를 가게 되면 제주도로 간다.

하지만 늘 가던 곳만 가다 보니 보는 곳에 한계가 있다.

익숙한 곳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지만 긴 시간이 아니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두 번째 여행에서 제주 사는 후배 도움으로 일주를 했지만 더 많은 곳에 대한 욕심이 없다.

그러다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 오를 수 있는 오름에 올라간다.

조금씩 여행 영역을 넓히지만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보는 높이를 바꾸면서 다른 풍경을 보게 된다.

이 사진집을 보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바로 높이와 시선의 변경이다.


많은 제주 여행을 하면서 제주의 무덤에 그렇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제주의 특이한 돌담과 함께 시선 한 번 던지고 가볍게 지나갔다.

차로 올라가는 오름에서 마주한 무덤도 덤덤하게 보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길다가 마주한 무덤은 잠시 특이하다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런데 드론으로 찍은 사계절 제주의 무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무덤만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그 주변도 같이 보여준다.

무덤 하나만이 아니라 몇 개가 같이 놓여 있는 사진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농산물과 잘 정리된 공간과 함께 할 때 그 감동은 더 강해진다.

하얀 눈 속에 눈에 덮은 나무들과 함께 찍힌 사진은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

하늘에서 본 무덤과 그 주변이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해도 되는 것일까?


이 사진집에 실린 거의 대부분의 무덤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진이다.

몇 개의 사진만이 사람의 눈높이에서 찍은 것이다.

트랙터가 황토 밭을 정리하면서 만든 기하학적 모양들은 또 어떤가.

어떤 사진은 중남미의 미스터리 서클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갈대와 어우러진 무덤보다 역시 외롭게 눈 속에 놓인 무덤에 더 눈길이 간다.

물론 무덤 옆에 심어 놓은 채소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면 그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

밭 한 가운데 묘자리를 삼았다는 부분은 내륙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어쩌면 다른 이유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삶의 공간과 딱 붙어 있다.

하지만 이런 무덤도 이장과 개발로 인해 파헤친 무덤이 적지 않다.

사진이 너무 멋지지만 조용훈 작가의 글은 너무 수사가 많고 현학적이다.

나의 낮은 수준에서는 직관적인 사진들이 더 가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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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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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의 유럽 일주 여행 에세이다.

서울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당 열차를 타고 떠난다.

오토바이로 유럽을 돌려고 하는데 모스코바까지는 기차를 탔다.

기존 여행객들이 오토바이로 무작정 달린 것과 여행의 방법이 다르다.

러시아 건축물과 미술에 대한 간단한 감상은 기존 여행객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다.

그리고 혁명을 둘러싼 간단한 이야기와 혁명의 어려움을 말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결이 다른 여행 방식과 시선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소설가의 살짝 삐딱하고 유쾌하고 현실적인 글은 다음 일정을 기대하게 한다.


자동차 여행도 쉽지 않은데 오토바이로 달리는 것은 더 힘들다.

어릴 때 오토바이를 타는 환상을 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기를 보면서 긴 여행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하고, 달리다 수많은 벌레들과 부딪혀야 한다.

작은 운행 실수나 노면의 상태 때문에 사고를 당하기 쉽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데는 장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 도보나 자전거 제주 일주에 대한 환상이 쉽게 깨진 나에게는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온다.

오토바이 때문에 힘들어하고, 일정마저 휘둘려야 한다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냥 여행지에서 작은 스쿠터로 만족할 것 같다.


아우토반을 오토바이로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작가는 결코 빗솟에 아우토반을 달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아우토반보다 한국에서 달릴 때 더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한랭전선과 함께 달린 이야기는 여행의 힘겨움이 보인다.

우발적으로 떠난 여행이라고 하지만 날씨 운이 그렇게 좋지 않은 듯하다.

오토바이를 달려 로마를 둘러봤을 때 그가 쓴 글 하나는 심짓하다.

관광객에게 밀리고 부동산 폭등으로 도심 밖으로 밀려난 주민들 이야기다.

아프리카 난민들이 도시 외곽에서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 모습까지 보다.

유럽 사회가 직면한 문제가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란 지적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결코 짧지 않은 3개월의 오토바이 여행 동안 그는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커브 길에 넘어져 다리가 붓고 오토바이 일부가 부서진 것 외에는 없다.

가까운 병원이 없어 힘들고 어렵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음 도시로 간다.

그런데 이 도시에 오토바이를 수리할 부품이 없어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달리면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부딪히는 벌레 때문에 많이 퇴색된다.

숙소에 도착해서 지친 몸 때문에 그냥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도시의 풍경과 문화를 감상하려고 하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힘든 도시간의 이동이 그의 체력을 다 갉아먹은 것 같다.


휴식을 위해 선택한 바로셀로나.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도 에피소드는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대성당을 둘러싼 문화사조에 대한 이야기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대한 그의 해석은 조금 낯설었다.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 이면을 풀어내는 해석은 아주 현실적이다.

가우디의 그 아름다운 건축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말할 때 기본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별히 정해진 일정 없이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순간순간 노선이 바뀐다.

가고 싶은 곳 숙소가 너무 비싸 그 옆 싼 동네의 넓은 집으로 간다.

보통의 여행자라면 할 수 없는 기동력을 가진 여행자만 가능한 일이다.

흔한 관광지 소개도 아니고, 오토바이 여행의 안내서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여행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와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여행이 코로나 19 이전에 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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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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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에게 읽기 힘든 작가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읽었던 <자기만의 방>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예상한 것과 달랐다.

이번 글에서 <자기만의 방>에 대한 글은 중복이라 생략한다.

그리고 다른 다섯 편의 단편들은 예상 외의 재미를 주었다.

이전에 장편에서 더디고 힘들었던 기억을 생각하면 이 단편들은 재밌다.

상대적으로 짧은 글들이라 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어쩌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보여준 <유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산>은 한 중년 남성 아내의 사랑 이야기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녀가 남긴 일기장에서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가 평소가 등한시했던 일상의 삶들과 그녀가 바란 사랑.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연석에 내딛은 그 발의 의미.

짧지만 압축적인 내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44년 작가 사후 발표작이다.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은 희미한 존재를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익명으로 처리한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혼란스럽다.

뭔가를 놓친 것 같은데 그 모습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죽은 지 2달이나 지난 후 방문하는 화자와 V양을 어떻게 보야할까?


<벽에 난 자국>은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자국에 대한 것이다.

이 벽에 난 자국을 계속 들여다보고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고 떠올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얼룩이나 자국 때문에 상상력의 꼬리를 치는 그 순간을.

이 자국의 정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온갖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환상의 실체 때문이다.


<큐 식물원>은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에서도 나오는 공간이다.

실제 존재했던 곳인 모양인데 여기서도 달팽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원을 오가는 사람들과 풀밭을 기어가는 달팽이.

왠지 모르게 이 단편을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런던 거리 헤매기>은 여러 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다른 에세이집에도 실린 이야기들이 나온다.

전쟁 당시의 풍경이나 거리를 돌아다니면 마주한 사람들.

조금씩 읽다 보면 소설과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취향은 울프의 글은 단편과 에세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사 놓고 묵혀 두고 있는 울프의 다른 책이나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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