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베는 코웃음을 친다. 사람은 이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하고 우사는 떨면서 생각했다. 부서진 얼굴을 이어붙인 틈새가 다 보이는데도 억지로 짓는 웃음.
- P282

우사에 대한 비아냥과 자신에 대한 자조로 와타베의 목소리는이중삼중 불쾌하게 갈라져 있었다.
그것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애처롭다.
- P283

우사는 와타베의 눈에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물었다. 섣불리 피하려고 하다간 오히려 삼켜지고 만다. 맞서야 한다. 와타베 님을 제정신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 P285

그러던 중 가가 님이 말씀하셨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때 당장 익힐 수 없는 것을 일일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 이제 막 시작했을 때는 누구나 아무것도 모르는법이야. 머리를 숙이지 말고 머리를 쓰도록 해라."
- P300

다시 달려가기 전에 잠시 숨을 멈추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으면 닿고, 건드리자마자 무너져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것 같을 정도로 별이 가득하다. 이미 여름 하늘이 아니다.
뱃사람들은 별을 올려다보고 진로를 정한다. 신관은 별을 읽어 길흉을 점친다. 여자와 아이들은 별에 소원을 빈다. 지상에서 깨끗하게 죽은 사람은 하늘 위로 올라가 별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수하게 넘쳐난다 해도 별로 하늘을 메울 수 없다. 별과 별 사이에는 어떤 빛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있다.
- P312

마음이 이렇게 멈추는 것이라면 왜 그날 밤에 나는 와타베 님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왜 와타베 님의 마음을 멈추고 생각을 바꾸게 하지 못했을까.
- P323

 우사는 새삼 분함과 슬픔을 곱씹어야만 했다.
- P369

아직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우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것을, 눈을 부릅뜨고 참으면서.
- P371

옥지기는 몇 번인가 입을 뻐끔거리고 나서 맥 빠진 듯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너는 참으로."
이시노도 놀라고 있을 테지,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 P378

알고 있다. 호는 가가 님을 지킬 수 없다. 그저 아무 말도 하지않은 채 헤어지기가 싫은 것이다.
호는 마음을 더듬다가 말을 찾아냈다.
쓸쓸한 것이다. 이대로 가가 님과 헤어지기는 괴롭다. 도망쳐 버리면 두 번 다시 뵐 수 없게 된다.
- P379

일꾼의 낮은 목소리에는 동정인지 경멸인지 모를 감정이 섞여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지요….……."
- P401

이 사람들을 맞이하자 우사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나키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은 나중이다.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
마지막까지 지기 싫어하고, 착각을 잘하긴 했어도 히키테의 오기를 가슴에 품고 있던 하나키치도, 그것이라면 허락해 줄 것이다.
나 같은 건 상관하지 마. 너도 한때 히키테의 붉은 한텐을 입었던 여자라면 해야 할 일을 해 봐. 우사는 뺨을 호되게 얻어맞은 것처럼 단숨에 기운을 차렸다.
- P405

그들은 떨면서 서로 수군거린다. 신수와 악귀가서로 싸우는 모습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불길하고, 그러나- 아름다웠다고도.
누가 꾸미고, 누가 말을 꺼내고, 누가 퍼뜨리고, 누가 뒷받침을 하는지도 모른 채, 파문처럼 퍼져 가는 소문.
- P419

끝까지 올라가자 하늘을 밀어올리고 갑자기 바다가 가득 펼쳐진다.
성님의 바다다.
- P431

행복하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난해할 수도 있고 가슴 아플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독자 여러분께 행복한 독서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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