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 폭풍전야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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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효정 작가의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네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제목은 「폭풍전야」네요. 뭔가 어마무시한 일이 벌어지려나 봐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잠깐 살펴볼까요?

3권 마지막 부분에서 오아영(학교 최고 얼짱)이란 여자아이는 위기에 처한 자신을 도와준 머니맨에게 반하고 말았죠. 이제 오아영의 머니맨을 향한 구애작전이 시작됩니다. 학교에 머니맨을 현상수배한다는 커다란 종이를 붙이고, 거짓으로 위기에 처한 것처럼 머니맨을 끌어들이려 합니다. 또한 머니맨이 달아나다 벗어놓고 간 낡은 운동화 한짝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 머니맨을 추적합니다. 자신을 추종하는 6학년 오빠들을 동원하여 말입니다. 건방이가 신데렐라 아니 건데렐라(아님 머데렐라)가 되었네요. 이렇게 머니맨을 찾아 건방이를 향해 다가서는 오아영. 이대로 건방이의 정체가 탄로 나고 마는 걸까요?

맞아요. 결국 오아영은 건방이의 정체를 알아 버렸답니다. 그리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건방이의 정체를 폭로해 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말입니다. 무술계의 일을 공개적으로 세상에 알리는 일은 무술인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중의 금기인데 이 일로 건방이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과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한 가지 건방이를 향해 다가오는 위협의 손길은 무지협(무술인 지역 협회)이란 존재입니다. 이들은 무중협(무술인 중앙 협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술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 소속으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중협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율권을 가지고 해 나갑니다. 그로 인해 지역의 실권을 잡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런 무지협 고수들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들이 있으니, 바로 오방도사와 설화당주입니다. 그런데, 마침 그 제자인 건방이가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겁니다. 이렇게 해서 건방이와 도꼬 그리고 초아까지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디에나 꼭 이런 못된 놈들이 있습니다. 힘을 갖게 되면 그 힘을 부여한 그 자리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려는 못된 놈들 말입니다. 이런 못된 놈들이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지 않음이 슬픈 현실이고요. 더 마음 아픈 건, 동화 속에서는 이런 못된 놈들이 혼쭐이 난답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는 이런 못된 자들이 혼쭐나기는커녕 여전히 기세등등한 것이 문제 아닐까요?

 

어쨌든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권수가 더해질수록 더욱 재미나네요. 무협과 동화의 만남이 이렇게 멋진 효과를 낸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고요. 물론, 단순히 무협과 동화의 만남이 이런 재미를 선사하는 건 아니겠죠. 작가의 글은 한 순간도 지루할 새 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답니다.

 

게다가 4권에서는 건방이를 향한 얼음공주 초아의 마음이 어느샌가 녹아내린답니다. 건방이를 향한 초아의 마음이 핑크빛 가득한 것도 이제 새로운 재미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어느 정도 둘의 케미가 예상되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둘 간의 달달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네요.

이제 5권에서는 무술대회에 참여하게 될 것 같은데, 과연 또 어떤 신나는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네요. 참, 4권의 제목 「폭풍전야」란 제목은 왠지 5권에서 일어날 엄청난 사건을 가리키는 것 같아 더욱 5권이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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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브라유 - 점자를 만든 천재적 발명가, 여섯 개의 별이 되다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7
차은숙 지음, 윤종태 그림 / 두레아이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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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상 책들일지라도 성인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책들이 참 많습니다.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시리즈 역시 그렇습니다. 다소 어린이들에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겠다는 책들도 시리즈 안에 있긴 하지만, 이는 그만큼 내용에 충실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시리즈 7번째 책은 ‘루이 브라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루이 브라유가 누구일까? 그는 점자를 만든 사람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글자를 쓰고 읽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 지식의 빛을 비춰준 사람입니다.

 

시리즈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이번 책은 외국 번역물이 아닌 차은숙 작가의 글입니다. 딱딱한 분위기의 위인전이라기보다는 동화책을 읽는 느낌의 위인동화입니다.

 

세 살 때 아빠의 공방에서 송곳을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한쪽 눈을 찌르는 바람에 한쪽 눈을 잃고, 이 때 감염된 일로 다른 쪽 눈까지 시력을 잃음으로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두 눈을 잃은 루이. 루이의 세상에서는 이렇게 해가 져버렸습니다. 이제 루이의 하루는 해가 뜨지 않습니다. 온전히 어둔 밤뿐입니다.

 

이렇게 어둠밖에 없던 루이에게 밝은 빛은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배움의 기쁨을 누리면서 루이를 안타깝게 건 문자의 한계입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문자의 필요성에 루이는 자신이 스스로 문자를 만들어보겠다 다짐합니다. 이때가 루이의 나이 12살 때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노력으로 인해 결국 15세가 되어 비로소 점자를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이런 루이 브라유의 모습을 보면,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결코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생각게 됩니다. 어린 나이라고 해서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많은 나이라고 해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함이 불가능한 것도 아님을 말입니다. 특히, 우리 어린이들에게 많은 도전이 될 부분임에 분명합니다.

 

이처럼 루이 브라유의 불행, 그리고 배움과 문자발명에의 열망과 열의를 책은 오롯이 보여줍니다. 아울러 점자를 만든 이후에도 쉽지 않았던 수많은 장애물들, 그 좌절의 순간들을 책은 전해줍니다. 특히, 병약한 몸으로 인해 고생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마음 아프게 합니다.

 

루이 브라유의 점자가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은 루이가 43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고 난 후 2년이 지나서입니다. 루이가 점자를 처음 만든 시점으로 계산하면 30년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봅니다. 정부담당자들에게는 이 점자의 중요성이 그토록 크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식 문자가 있었는데, 굳이 이처럼 새로운 문자가 필요할까 여겼던 겁니다. 그 이면에는 새로운 문자로 바뀌게 될 때에 수많은 경제적 출혈이 있게 됨을 저어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근본적 이유는 이들에게는 점자의 발명이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중요함을 그들도 머리로는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와 닿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가 일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오늘 우리 역시 내 문제가 아니기에. 그저 가볍게 여기는 일들이 많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렇기에 공감의 능력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이 땅의 약자들을 향한 공감의 능력 말입니다.

 

이 책, 『루이 브라유』는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지식의 빛을 선물한 진정한 위인,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빛을 선물한 빛과 같은 존재에 대해 알아가게 하는 너무나도 소중한 책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읽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비출 수 있는 작은 빛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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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먹는 날 크레용하우스 동시집 7
송명원 지음, 김도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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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원 시인의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은 산골 작은 학교 교사인 시인이 보내준 산골 마을 풍경입니다. 동시집이기에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 귀여운 모습들이 묻어나는 동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뿐 아니라, 산골 마을의 힘겹고 퍽퍽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들 역시 가득합니다.

 

어쩌면 어린이다운 생각과 느낌보다는 어른의 시각에서 고단한 시골풍경을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단한 삶을 바라봄에 있어 어른의 눈과 아이의 눈이 다를 리는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삶의 무게, 그 퍽퍽한 삶에 대한 노래 역시,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내는 동시라 말할 수 있겠네요.

 

이처럼, 시인은 삶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고단함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향한 돌아봄, 공감, 배려, 함께 함, 사랑, 그리움 등 다양한 인성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시인이 말하는 시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물이 아닐까 싶네요.

 

예를 든다면 이렇습니다. 고사리 양식에 성공함으로 이제 국산 고사리를 값싸게 살 길이 열렸습니다. 이런 뉴스는 분명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뉴스를 듣는 아이의 마음에는 고사리를 꺾어 용돈 하시던 산골 할머니들의 주머니를 염려하게 됩니다. 이제 할머니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게 될까 말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돌아봄입니까.

 

산에서 힘들게 꺾던 고사리를 / 밭에서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 아홉 시 뉴스에 나왔다. // “이제 중국산 걱정 안 하고 /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겠어요!” / 인터뷰하는 아줌마가 기뻐서 말한다. // 아이고, 그런데 이건 어쩌나? // 앞산 뒷산 고사리 꺾어 팔아 용돈 하던 / 영식이 할머니 동철이 할머니 / 미숙이 할머니 주머니가 / 얇아지게 생겼다.

< 걱정 > 전문

 

비 오는 날 한 아이는 버스에 오를 때, 참 살뜰하게도 신발에 묻은 흙을 닦아냅니다. 우산의 빗물도 꼼꼼하게 털어내고요. 그건 바로 버스 청소 일을 하시는 엄마를 향한 사랑, 배려의 마음입니다. 버스 청소 일을 하시는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기보다는 도리어 작은 것 하나 신경 쓰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운 어린이의 마음, 동심이 아닐까요.

 

저어어어어기 / 버스가 온다. // 운동화에 잔뜩 묻은 흙은 / 시멘트 바닥에 쓱쓱 문지르고 / 뚝뚝 떨어지는 빗물은 / 우산 접어서 탈탈 털어 낸다. // 버스 바닥에 버려진 종이는 /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 앞자리에 발 올리고 게임하는 아이들은 / 눈 흘겨서 몰래 째려보면 / 어느새 도착한 / 봉화 버스 종점 // 빗자루 물걸레 양손에 든 채 / 버스에 타는 엄마에게 / 마지막으로 한번 씩 웃어 준다.

< 우리 엄마는 버스 청소부 > 전문

산골 시골 마을의 삶은 고단합니다. 일거리가 가득한 할머니는 쉬는 날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쉬는 날은 너무 아파 병원에 가는 날뿐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쉴 시간 없이 밭일, 논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날도 아이에겐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아닌, 그저 하루 학교에 쉬는 날에 불과합니다.

 

옆동네 고추 / 뒷동네 고추 / 앞동네 고추 / 온동네 고추 / 고추란 고추는 다 따 주고 // 아이고 허리야, / 밤새도록 허리 두드리고 // 아이고아이고 어깨야, / 밤새도록 어깨 주무르고 // 드디어 할머니는 / 읍내 병원에 간다.

< 할머니 쉬는 날 > 전문

 

논에 물 대어야 한다고 / 새벽일 나가신 아버지 // 고추 정리한다고 / 밭에 일 가신 어머니 // 논둑 따라 터벅터벅 / 논에 갑니다. // 밭둑 따라 터벅터벅 / 밭에 갑니다. // 뒷산 너머로 해가 / 꼴딱 넘어갑니다. // 나의 어린이날도 / 꼴딱 넘어갑니다.

< 어린이날 > 전문

산골마을엔 외로움이 가득합니다. 어른도, 아이도 외롭습니다. 산골 시골마을에서의 삶이란 게 그렇습니다. 어르신들은 명절에도 오지 않는 자녀 손주들을 그리워합니다. 아이들은 함께 놀 아이가 없어 핸드폰만 만지작거려야 하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산골마을에서 전해지는 외로움에 가슴이 저려오네요. 올 추석에도 택배 아저씨만 바빴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한과 한 상자 / 홍삼 한 박스 / 굴비 한 두름 //

추석이 지나도록 / 기다리던 아들 손자는 오지 않고 / 택배 아저씨만 들락날락합니다

< 택배 > 전문

 

노래 듣고 / 만화 보고 / 게임 하고 / 사진 찍고 / 문자 하고 / 전화 하고 / 메일 쓰고 / 검색 하고 // 아빠 엄마도 /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 학교 선생님도 / 나보고 휴대 전화 중독이란다. // 동생 한 명 / 동네 언니 한 명 / 우리 반 친구 한 명이라도 있으면 // 당장 오늘부터 / 나, 너랑 안 놀 수 있어.

< 친구 > 전문

산골마을의 삶은 불편합니다. 짜장면 한 그릇 마음대로 시켜먹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땐, 온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초대하게 됩니다(온 마을 사람이라고 해야 일곱 명이 전부이지만 말입니다.).

 

아빠 엄마 나 / 세 그릇 가지고는 배달 못 한다는 / 중국집 아저씨의 말에 / 우리 동네 일곱 명 모두 우리 집에 모았다. // “이리 모인 것도 오랜만이네 그려.” / “오늘 무슨 날인가벼? 읍내 짜장면이 여그까지 오고.”/ “이게 다 우리 현수 덕분이여, 현수.”// 동네 사람들의 칭찬 들으면서 / 후루룩후루룩 / 짜장면 그릇 제일 먼저 비웠다.

< 짜장면 먹는 날 > 일부

이처럼 산골 마을의 삶이란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안에 정이 있습니다. 뿐 아니라, 우리가 산골마을의 풍경을 보며, 힘들겠다. 외롭겠다. 불편하겠다. 판단하지만, 실상은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시선임도 시인은 알게 해 줍니다.

 

쉰일곱 살 / 아빠는 청년 회장님! // 필리핀에서 온 / 엄마는 부녀 회장님! // 공부 못해도 / 나는 전교 회장님! // 혼자 입학한 동생은 학급 회장님! // 우리 집에는 / 회장만 넷이 산다.

< 우리 가족 > 전문

 

노령화된 마을공동체, 보편화된 다문화 가정, 줄어드는 아이들, 이런 모습이 산골 마을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다양한 접근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못해도 전교 회장님이라는 외침. 온 가족이 회장이라는 당당한 외침에 도리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 산골마을에서 들려온 동시는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 그런 고마운 산골 마을에 나 또한 응원을 보내봅니다. 특히, 수많은 산골 마을에 있을 동심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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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반점 헬멧뚱과 X사건 -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작은 책마을 46
이향안 지음, 손지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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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이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아니, 짜장면보다 짜장면과 함께 배달되는 단무지를 더 좋아한다. 그것도 <별난반점> 단무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래서 짜장면을 시킬 때마다 단무지를 곱빼기로 갖다 달라 요청하는데, 이상하게 생긴 배달원 헬멧뚱이 그만 만행을 저질렀다. 단무지를 빠뜨리고 짜장면을 배달한 것. 게다가 가져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글쎄 바빠서 가져다 줄 수 없단다. 이 일로 오동에게 헬멧뚱은 타도대상 1호가 된다.

오동이가 사는 남남빌라에 자꾸 도둑이 든다. 그것도 절묘하게 사람이 없는 시간만을 골라서. 남남빌라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범인이란 의미인데, 과연 누굴까? 우리 오동의 추리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오동에게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철천지원수 헬멧뚱. 날마다 남남빌라를 드나들며 짜장면을 배달하는 헬멧뚱 만큼 남남빌라 각 집의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헬멧뚱을 의심하던 오동은 어느 날 놀라운 발견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오동의 집 현관문에 의문의 X 표가 낙서된 것. 이게 무슨 표시일까? 게다가 다른 집 현관문에도 X 표, 또는 O 표가 되어 있는데. 각각의 표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표시되는 암호와 같은 낙서들. 이렇게 오동의 추리는 시작된다.

과연 헬멧뚱은 오동의 추리처럼 도둑이 맞을까? 도둑이라면 오동이 헬멧뚱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각 집의 현관문에 표시된 낙서 암호는 무슨 의미일까?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별난반점 헬멧뚱과 X 사건』은 유별나게 단무지를 좋아하는 아이가 우연히 연쇄도둑 사건을 눈치 채기 시작하면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고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는 동화다. 그러니 추리동화라 할 수 있다. 분명코 어린이들이 몰입하여 신나게 읽을 수 있는 동화다. 무엇보다 저학년 또는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리동화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려줄 만하다.

 

이처럼 동화는 추리동화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커다란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건 바로 이웃을 향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질문이다. 오동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과 단무지를 매일같이 배달시켜 먹으면서도 정작 배달원과는 한 번도 접촉하지 않는다. 험한 시대에 함부로 문을 열어줄 수 없기에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미리 돈을 내어놓으면, 배달원이 짜장면과 교환하여 간다. 그러니, 헬멧뚱은 자신의 단골손님인 오동의 얼굴도 모른다. 그럼 안에서 내다보는 오동은 헬멧뚱의 얼굴을 알까? 아니다. 역시 모른다. 헬멧뚱은 우습게 생긴 외모로 인해 절대 헬멧을 벗지 않으니, 오동 역시 헬멧뚱의 진면목을 모른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용할 양식을 주고받는 사이면서도 정작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는 세상이라니.

 

오동은 너무나도 당연히(?)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복도에서 부딪힌 아줌마가 학습지 선생님인지, 옆집 아줌마인지도. 오동뿐이랴, 서로가 서로를 아는 것은 일급비밀. 오죽하면 빌라의 이름도 ‘남남빌라’일까.

 

도둑은 남남빌라의 특성을 모두 파악한 게 틀림없다. 작은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각각의 집들이 별로 왕래가 없다는 걸 말이다. 집안에만 관심이 있을 뿐 현관 밖 세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작은 낙서 따위를 눈여겨보는 이도 없다는 걸 말이다.(69-70쪽)

 

이게 어디 동화 속 ‘남남빌라’만의 모습이 아님을 우린 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남남빌라에 살고 있다. 오로지 관심은 내 가족, 내 자녀에게로만 향한 채. 오늘 우리 모두 현실 속의 오동이다.

하지만, 오동은 변한다. 물론, 처음 시작은 오로지 헬멧뚱의 비밀을 밝혀낸다는 의도였지만. 오동은 도둑을 잡기 위해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내 옆에 누가 살고 있는지. 식구는 몇 명인지. 무엇을 하는지. 언제 나고 드는지 등을. 그런 가운데 범인을 잡기에 이르게 되고. 이 일 후에 드디어 오동과 헬멧뚱은 얼굴을 마주하고 단무지를 함께 씹는(?) 사이가 된다. 둘은 비로소 단무지를 텄다.

 

동화 속의 단무지는 우리 옛 정서 속의 콩 한쪽이다. 서로 단절되었던 사이가 이제는 콩 한쪽 단무지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여전히 오동은 짜장면을 시키고, 단무지를 아삭거리며 씹는다. 하지만, 이제 오동은 이웃을 향한 관심을 아삭거리며, 정을 나눈다. 우리의 장차 모습이다. 여기에 작가의 바람, 그리고 독자가 만들어 가야할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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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이 떡볶이에 빠진 날 내친구 작은거인 53
최은옥 지음, 지우 그림 / 국민서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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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요. 그건 엄마가 분식집을 하기 때문이에요. 아름이 이름을 딴 <한아름 분식>. 아름이네 엄마가 해서가 아니라, 이곳 떡볶이는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즐겨 찾는 답니다. 아름이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웃지도 않았대요. 마치 시든 화초처럼 기운 없이 지냈답니다. 그런 엄마가 분식집을 시작하며 웃는 날이 많아졌다니, 아름에게 이 분식집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만은 아니겠어요.

그런 아름에게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한아름 분식> 바로 옆에 또 다른 분식집이 생겼어요. 분식집 이름이 <정겨운 분식>이래요. 아름이 단짝 친구 다운이 동생이 정겨운 인데, 혹시? 맞아요. 다운이네 아빠 회사가 망했대요. 그래서 분식집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아름이네 분식집 옆이랍니다. 이때부터 그렇게 친하던 아름과 다운의 사이가 멀어졌어요. 서로 친구들을 자기네 분식집에 데려가려 할뿐더러, 나중엔 서로의 분식집을 비방하기도 한답니다. 이 둘 사이 이대로 괜찮을까요?

최은옥 작가의 신작 동화 『튀김이 떡볶이에 빠진 날』은 이처럼 친한 친구사이였지만 부모님 가게가 서로 경쟁관계가 됨으로 생기게 되는 갈등, 그리고 갈등을 넘어선 화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갈등이 해결되는 비결은 바로 튀김이 떡볶이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아름이네 엄마의 떡볶이 실력은 대단하답니다. 그에 비해 튀김은 썩 좋진 않아요. 그런데, 다운이네 아빠의 튀김 실력은 또 대단하답니다. 만약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튀김을 맛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잖아요.

이 동화는 초등 중학년 대상의 동화입니다. 갈등을 넘어 하나 되는 모습이 멋지네요. 무엇보다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기보다는 둘이 함께 하나 될 때, 놀라운 맛을 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단지 이 동화를 읽다보면 자꾸 분식이 먹고 싶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네요.~

 

동화 속엔 <한아름 분식>과 <정겨운 분식>의 경쟁이란 위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하늘 똥구멍을 찌를 것처럼 높고 번쩍거리는 데다 없는 게 없”는 상가에 유명 프랜차이즈 분식집이 생긴 겁니다. <한아름 분식>도 <정겨운 분식>도 손님을 다 빼앗겼고요.

 

이에 아름은 그곳 <윈윈 푸드> 음식 맛이 얼마나 좋은지 정탐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처럼 나무 뒤에서 가게 안을 유심히 바라보는 다운의 모습을 보게 되고요. 이 장면이 유독 마음을 울리네요.

 

다운이는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도, 줄에 가서 서지도 않았다. 어줍게 머뭇거리며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운이가 어떤 마음으로 거기 서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상하게 울컥하더니 가슴 한편이 시큰했다.(65쪽)

어쩌면 이 장면이야말로 진짜 화해, 진짜 하나 됨의 단초가 되지 않나 싶어요. 아름과 다운은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둘 사이엔 공감이 형성됩니다. 누군가의 사정을 공감한다는 것만큼 큰 힘이 있을까요? 공감의 능력이야말로 모든 위기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이러한 공감의 능력이 내 마음 속에서 자라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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