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출판사를 찾아서 (13)] 그림책 전문 ‘보림’ [05/12/13]
“그림은 무엇보다도 훌륭한 언어”

“아이들 눈높이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워... 교육적 영향 생각하면 쉽게 만들 수 없어”

“그림책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에 수출하기에 가장 적합한 출판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러스트(illustration) 수준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둥지를 옮겨 튼 보림출판사는 유·아동용 그림책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다. 권종택(權鍾澤·59) 사장이 1976년 문을 연 이래 30년 가까이 이 분야에 천착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초청을 받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보림의 책 두 권이 ‘한국의 책 10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만드는데 어려울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반 책이 기획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데 비해 저희 그림책은 보통 30쪽 분량의 책 한 권 만드는 데 2~3년 정도 걸립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그 책을 읽고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독자의 몫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신경을 더 쓰게 되고 책임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책 속에 항상 교육적인 내용이 녹아들도록 노력합니다.”

책의 제작과정은 일반 책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일반 출판사도 기획출판의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저희는 기획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보통 책처럼 저자가 완성된 원고를 넘기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출판사가 기획을 하고 작가가 거기에 따라 원고를 작성하게 되거든요. 궁극적으로는 기획 이전에 완성도 높은 원고를 창작해내는 작가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의 특성상 책을 만드는 사람은 어른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림책 판별법을 소개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아이들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건지 잘 모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잘 만든 그림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이 봐도 재미있습니다. 반대로 어른이 봐서 재미없는 책은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 책이라고 해서 이해하기 쉽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안일한 생각입니다. 작품성이 갖추어졌느냐를 꼼꼼히 따져봐야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림은 그림책이면서도 흥미 위주가 아닌 작품성을 갖춘 교양서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다. 책의 소재는 우선적으로 우리 전통문화에서 찾는다. ‘까치 호랑이’ 시리즈는 ‘흥부 놀부’ ‘호랑이와 곶감’ 같은 전래동화를 각색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 수출했다. ‘솔거나라’ 시리즈는 김장, 떡만들기, 항아리 빚기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기 쉬운 그림과 함께 소개해 5세 이상 아이면 누구나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근에는 순수 창작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2000년부터 매해 ‘보림 창작그림책 공모전’을 개최해 역량있는 신예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보림의 역사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예전엔 아이들 책은 전집으로 사다줬잖아요. 저희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그런 책을 만들었죠. 그러다가 앞으로의 출판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를 생각해 봤어요. 전집은 책 외판원이 집집마다 방문해서 책을 파는 시스템인데 산업인력 구조가 변하면 앞으로 그런 식의 판매구조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는 아이들 책 시장도 단행본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차근차근 단행본 출판으로의 전환을 준비했습니다. 미리부터 준비한 덕에 1990년대 중반 단행본 출판으로 전환하는 데 연착륙할 수 있었죠.”

보림은 출판업계에서 창작 그림책을 가장 많이 만드는 전문출판사로 알려졌다. 여기서 오는 효과는 어떤 것일까? “아무래도 부모들이 아이에게 책을 사줄 때는 무척 신중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브랜드를 가지는 게 유리한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 책을 사줄 때는 ‘요즘 유행하는 책이 무엇이냐’를 따지기보다 ‘어디 책이 좋대’라고 묻게 되잖아요. 한두 권의 책보다 출판사의 브랜드가 중요해지는 거죠. 현재 흥미, 재미 위주의 책을 만드는 곳은 많지만 교양있는 창작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별로 없거든요. 창작 그림책을 열심히, 많이 만든 회사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단행본 출판으로 전환한 이래 지금까지 출간한 책은 250여종. 현재 27명의 직원이 해마다 20종 정도의 그림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매출은 작년 6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70억원 수준을 바라보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그림책의 특성상 베스트셀러랄 책도 없지만 재고가 남아 손해보는 책도 없다. 대부분의 책이 재판(再版)까지 가며 수천 부 정도는 팔려나간다고 한다. 경영원칙에 대해 묻자 권 사장은 “베스트셀러를 노리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거기에 맞지 않으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며 “어느 출판분야든 일정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품질만 갖춰놓으면 장기적으로 출판시장에서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림은 앞으로 해외판매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소극적으로 저작권을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러 해외판매 비중은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9종의 책이 세계 6개국에 번역·출간되었고 올 4월 열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선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80인’에 보림의 작가 3명이 선정되는 등 향후 해외진출에 대한 전망이 밝은 편이다. “과거에는 판권을 수출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는 저희가 직접 수출용 책을 제작, 판매할 계획입니다. 수동적인 마케팅에서 능동적으로 돌아서는거죠.” 올해부터 해외마케팅을 전담하는 담당 팀장도 배치했다.

“우리나라는 그림책을 만들기 위한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습니다. 해마다 미술·디자인 관련학과 졸업생만 수만 명이 쏟아져나오죠. 또 그림책은 글 없이도 그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 공동기획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획을 하고 미국이 그림을 그려서 프랑스에 내다파는 식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거죠. 앞으로는 이런 식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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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12-1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보림출판사 좋아해요~
보림이가 어렸을때 도서관에 와서는 "엄마 내 이름이 왜 이렇게 많이 있어. 이거 내꺼야" 했답니다.

하늘바람 2005-12-1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보림이 꺼네요
 

<사랑하는 여보에게>
여보. 오늘 드디어 우리집 계약을 했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 수있다, 다 들어 주겠노라”고 큰소리치면서 결혼한 지 6년 2개월 만에 당신이 그리 원하던 우리집이 생겼네요. 아까 집을 함께 둘러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나는요, 예전에, 우리 결혼하던 시절을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금반지 한 개 달랑 주고, 나는 공짜로 당신과 결혼을 했어요. 이등병 때한 결혼이지만, 자신있었어요. 제대만 하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주면서 여유롭게 살 자신이… 그런데, 그게 아니네요. 나만 여유롭게 살았네요. 당신은 억척스럽게 살았네요.

며칠 전, 1년 만에 용제씨 부부와 노래방에 갔을 때, 당신은 “요즘 노래를 아는 게 없다”면서 당황해 했었죠? 나는 속으로 더 당황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최신곡들,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당신, 결국 작년 이맘때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죠? 연애할때, 두시간을 불러도 다 못 부를 정도로 많은 노래를 알던 당신이었는데, 왜 노래를 못 부르게 되었나요? 그 동안 무얼 했나요?

결혼 6년, 나는 어느 새, 못난 남편이 되어 있네요. 러닝 머신에서 5분도 뛰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당신에게 “마라톤대회 나가야 하니 아침 일찍 인절미 구워 달라”고 부탁하는 철없는 남편이 되어있네요. 우리 생생한 젊음들끼리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그새 왜 나만 이리 잘 뛰고, 잘 놀게 되었나요? 내가 운동하고, 노래 부르는 동안, 당신은 무얼 했나요?

당신은 정민이 낳고, 놀아주고, 밥 먹이고, 또 놀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시키고, 동화책 읽어주고, 또 기저귀 갈아주고, 그러면서 내 얼굴피부 나빠졌다고 억지로 피부과 데려가 마사지 받게 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고 백화점 데려가 청바지 사주고.

당신은 아줌마면서, 나는 총각처럼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죠. 당신은 농담처럼, 우리집에는 아기가 둘이 있다고, 근데 큰 애가 훨씬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죠. 신혼시절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결혼 6년 만에 당신의 큰 아기가 되어 있네요. 미안해요.

난 당신의큰 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 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이 “나를 얼만큼 사랑해?”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 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있을 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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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납니다. 부러워서 나도 최신곡 아는거 없고 나도 런싱머신 5분달려도 헉헉거리는데 나도 내 남자보다 더 늙어가는것같아 속상한데 잉잉 내 남자는 편지두 안써주구

비로그인 2005-12-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동감!
너무 눈물나게 고마운 편지네요.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 오늘 보다 내일 더 사랑하구...
 

오늘 부터 사실은 어제부터 바쁘게 되었다

6개월동안 다달이 진행되는 논술 프로젝트를 맡아서다

지금부터 내년 6월까지 일걱정은 없게 되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 걱정과 마감걱정이 생겼다.

한달에 64페이지를 써내야하는데 실제 주는 시간은 근 2주 정도일 듯하여 벌써부터 걱정이 시작되었다.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하는데

일하게 된 것을 행복하게 여기며 잘 해보아야지

그런데 아침부터 컴에 앉아서 8시부터 12가 다되도록 알라딘 마실 다니기를 하고 있으니 아 어쩌란 말이냐

사실 필독서인 베니스의 상인을 찾다가 시작된 거였는데 제대로 된 필독서는 찾질 못하고 원고에는 제목만 써있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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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2-1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스트레스 받음 안되시죠.. 잘 하실꺼예요.
힘내시고~ ^^

하늘바람 2005-12-1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치카님^^

세실 2005-12-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화이링~~~ 그럼 내년 6월에 논술 책 탄생하는 건가요?

Kitty 2005-12-1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64페이지라..잘 해내실 수 있을꺼에요~
힘내세요~! 화이팅!!

bonnie11 2005-12-1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귤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대요~^^*

하늘바람 2005-12-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아마도 책은 매달 한권씩 나온다는데 그 시점이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겠네요. 키티님 감사해요. 언제나 힘을 주셔서 보니님 어제 귤을 안먹어서 그런지 다시 혓바늘이 돋았네요^^ 보니님 어여 감기 나아야죠

책읽는나무 2005-12-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열심히 하세요!^^
알라딘 마실은 자명종 시계를 맞춰놓고 하세요!
안그러면 하루종일 빠져있다보면 진짜 일을 못할 수도 있어요..ㅡ.ㅡ;;
저도 맨날 여기 퍼질러 앉아 있다가 급하게 아이 유치원 오기전에 집안일 한다고 혼자서 바쁘거든요..ㅠ.ㅠ

하늘바람 2005-12-1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자명종 시게가 필요한 알라딘 마실 ^^

호랑녀 2005-12-17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초등 독서평설 아녜요?
저 그거 정기구독 신청해서 창간호 받았는데...^^

하늘바람 2005-12-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호랑녀님 아니랍니다, ^^
 

사별·부도·실직·재난에 의한 급성 스트레스

[중앙일보   2005-12-13 21:42:17] 

[중앙일보 황세희] 사랑하는 이와의 갑작스런 이별, 사업 실패, 그리고 예기치 않은 재난….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 두번씩 충격적인 사건에 맞닥뜨린다. 이때 인체는 혈압상승·복통·가슴 통증과 같은 경고음을 울리며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워진다. 식음을 전폐한 채 드러눕는 일도 흔하다. 만성 스트레스와는 달리 위기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갑자기 불어닥친 급성 스트레스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급성 스트레스가 나타나면=스트레스란 어떤 자극에 의해 심신의 긴장이 고조된 상태. 이때 체내에선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즉 교감신경이 흥분해 심혈관계 장기나 소화기관이 즉각 반응을 일으킨다. 맥박.혈압.체온의 증가, 소화기능 위축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감정이나 정신상태도 변화를 일으켜 매사 집중을 못 하고 감정의 기복도 커진다.

표 참조

이런 반응은 자극의 강도.기간에 따라 달라지며 개인차도 크다. 즉 동일한 스트레스 상황이라도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심신의 반응도 천양지차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완벽을 추구하고, 과장되고 경직된 사고를 가진 사람, 매사를 비관적.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일중독증 성향이 있는 사람은 급성 스트레스성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들려준다.




#어떤 장기가 취약한가=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장기는 심혈관 계통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혈압이 120/80㎜Hg 이하로 정상이던 사람의 수축기 혈압이 200㎜Hg 이상으로 올라가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성 심근염으로 위험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자식이 죽거나 큰 돈을 떼인 후 '화병으로 사망했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스트레스성 심근염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독성작용을 일으켜 심장의 밑바닥 근육만 뛰고 심장 윗부분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병이다.

고혈압.심장병.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노인인 경우엔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대동맥이 박리되거나, 심장 부담 증가로 심부전(心不全)에 잘 빠지기 때문. 또 심장에 동맥경화가 진행된 환자라면 혈관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죽상경화판이 파열돼 협심증.심근경색증도 발생한다.

소화기 장애도 잘 일으킨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스트레스 충격으로 위장을 보호하는 점액질 분비가 적어져 위 여기저기가 허는 다발성 궤양염이 빈발한다"고 밝힌다.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장운동이 위축된다. 속이 더부룩해지고 입맛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변비.설사가 심해지는 과민성 대장염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스트레스 대처법=스트레스는 우울증, 감정 이상, 충동적 행동, 공격성 등과 관련된 세로토닌.도파민 등의 물질분비도 증가시킨다. 이런 상황에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불안.우울.분노.좌절 등의 정서적 반응도 나타난다. 결국 충동적 행동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도 증가해 큰 사고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때는 위기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만성 스트레스와 달리 환자의 증상에 따라 응급 처방을 해야 하는 것. 즉 혈압이 높아지면 혈압 조절을, 위궤양이 발생하면 궤양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음을 전폐할 정도면 영양공급이 우선이다.

정서문제 역시 증상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예컨대 우울증에는 항우울제를, 불안증엔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하며, 불면증이 심할 땐 단기간 수면제 치료가 필요하다. 이후 정신과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황세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ehee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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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맡으며 훈기 마신다 … 추위 이기는 약차들

[중앙일보   2005-12-13 22:07:14] 
[중앙일보 안혜리] '밥이 보약'이라지만 추운 겨울엔 차(茶)만한 보약이 없다. 몸에 훈기를 전해주는 은은한 향기에 혀 끝을 감싸는 맛, 게다가 건강까지 챙겨주니 말이다. 약이 없던 과거는 물론이고 첨단 신약이 쏟아지는 지금도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엔 차 한잔으로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집이 많다.

30여 년 동안 우리 전통차의 멋과 맛을 알려온 한배달 우리차문화원 이연자 원장이 겨울에 좋은 약차 몇 가지를 소개해 왔다. 약차라고는 하지만 포도와 배, 생강 등 시장에 가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이용한 것들이라 재료 구하는 데 애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원장은 계절별, 월별로 즐기는 우리 차의 유래와 만드는 법을 집대성한 '이연자의 우리차, 우리꽃차'(랜덤하우스중앙)를 최근 출간한 바 있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재료 준비

■ 생강=보약을 지을 때 감초만큼이나 빠지지 않는 게 생강과 대추다. 약의 흡수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약성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강과 대추가 보조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강 효능에 대해 중국 '명의별록'에는 두통과 기침 등을 다스리며, '본초습유'에는 냉기를 물리친다고 씌어 있다. 생강은 또 혈액순환을 도우므로 피부 탄력이 없고 늘 피곤한 사람에겐 생기를 돌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속 열이 많은 사람이 더운 성분의 생강을 장복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수분이 빠지면 매운맛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강을 살 때는 수분이 많은 것을 고른다.



■ 대추=한약재의 유해한 성분을 해독시켜 보약재의 필수로 친다. '명의별록'에는 생리 때 대추차를 먹으면 히스테리 증세가 없어진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대추 고를 때는 꼭지 부분이 상하지 않았나 살펴보고 윤기가 흐르며 검붉은 색이 나는 것을 택한다.



■ 모과=이젠 비닐하우스에 수입품까지 들어와 제철 음식이란 게 무색해졌지만 우리 땅에서 난 제철 먹거리가 좋다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철 모과를 권할 만하다. 한방의 감기 처방에 마른 모과를 필수약재로 쓰는 것을 보면 모과의 효능에 더 신뢰가 간다. 무엇보다 연말연시 숙취에도 좋다니 모과차 한 병이 온 가족의 비상약을 대체할 수도 있겠다. 흠 없고 몸집이 큰 게 좋다.



■ 포도=항암요법이나 다이어트 요법에 쓰일 만큼 포도의 체질 개선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술을 비롯해 잼.주스.건포도 등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포도차는 흔치 않다. 그러나 조선의 가정백과사전 '규합총서'에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을 만큼 전통이 깊다.



■ 배=식후 후식으로 배가 나오는 것만 봐도 배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배 조직 가운데 석핵세포라는 딱딱한 부분이 이의 때를 벗겨 치아를 깨끗하게 한다. 또 이 석핵세포는 소화를 촉진한다. 불고기 양념이나 육회에 배를 넣는 건 이런 맥락이다. 목이 쉬었을 때는 배즙을 만들어 양치하면 목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껍질이 너무 두껍거나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배는 별로 좋지 않다.


만들기


생강 살짝 끓인 물에 우유·홍차·설탕

(1) 생강우유차=생강을 납작하게 썰어 꿀을 타 마시는 평범한 생강차 대신 인도식 우유차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인도에서는 연둣빛 향신료 카더몬을 첨가하지만 우리 입맛에는 홍차와 생강만 넣어도 깔끔한 우유차를 맛볼 수 있다. 생강 굵은 것 1뿌리와 작은 우유팩 1개, 홍차 2찻술, 물 1/4컵, 설탕 1큰술이 재료. 껍질 벗긴 생강을 얇게 저민 다음 물을 부은 냄비에 생강을 넣고 생강 향이 우러나도록 살짝 끓인다. 끓인 생강 물에 우유와 홍차를 넣고 우유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넣는다. 찻잎은 체에 걸러 마신다.


포도·물 끓여 거른 뒤 설탕 넣고 또 끓여

(2) 포도차='규합총서'에는 포도차를 만들 때 포도와 배.생강을 즙을 내 꿀을 섞어 보관했다가 물에 타 먹으라고 돼 있다. 다만 이대로 만들면 보관이 어렵다. 끝물 포도 10㎏과 물 10컵, 백설탕 10컵으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포도차를 만들자. 먼저 포도를 알알이 뜯은 다음 깨끗이 씻는다. 냄비에 담아 물과 함께 20분 정도 끓인다. 포도 수분이 다 빠지고 껍질과 씨만 남으면 소쿠리에 받쳐 껍질은 버린다. 끓인 포도에 준비한 설탕을 넣어 다시 한번 끓인 후 식혀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채썰거나 저며 설탕 … 모과는 시럽 추가

(3) 대추청·(4)모과청=숙성 기간(한 달)은 오래지만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는 대추청과 모과청을 만들어 보자. 저민 대추.모과와 설탕을 한 켜씩 담아 밀봉해 한 달 정도 하는 건 같다. 다만 모과청은 설탕이 좀더 필요하다. 대추청은 잘 씻어 씨를 발라낸 후 돌돌 만 상태로 잘게 채썬 대추를 설탕과 한 켜씩 담아 밀봉한다. 모과청은 위아래로 길게 4등분하고 가운데 씨를 발라낸 후 얇게 저민 모과 2개와 설탕 4컵을 켜켜이 담는다. 설탕 2컵과 물 2컵을 함께 끓여 절반 정도로 졸이면 불을 끄고 식힌 후 담아둔 모과병에 붓고 밀봉해 그늘에 둔다. 신맛이 강하면 꿀을 조금 더 넣어 마시면 된다.


생강물 식힌 뒤 통후추 박은 배 띄워 내

(5) 배숙차=손은 많이 가지만 보기에도 좋아 손님 접대용으로도 그만이다. 재료는 배 4개, 생강 2뿌리, 설탕 1컵 반, 물 10컵, 통후추 2큰술, 유자즙 4큰술. 먼저 생강 껍질을 벗겨 얇게 썬다. 배는 껍질을 벗겨 1㎝ 두께로 썬 후 꽃 모양 틀로 찍어내 가운데에 통후추를 박는다. 생강과 남은 자투리 배에 물을 붓고 은근한 불에 20분간 끓인 후 건지는 건져내고 설탕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뜨거운 생강 물을 후추 박은 배에 자작하게 붓는다. 배가 데쳐지면서 생강 맛이 스며든다. 그릇에 배를 담고 차게 식힌 생강 물을 붓는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안혜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ye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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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2-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엔 역시 생강 들어간 차가 좋군요. 아곳 저곳 생강이 조금씩 들어가는걸 보면...

하늘바람 2005-12-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생강차 타고있습니다. 생강 홍차는 살도빼준다대요

세실 2005-12-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과차 좋아해요.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모과차 마시고 있습니다. 채썰기도 힘드셨을것 같아요....감사하며 먹어야지~~
앗 생강홍차.....다이어트...음

하늘바람 2005-12-1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차 정말 맛나죠 전 사먹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통씩 꿀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