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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난 온몸을 웅크린채
말라비틀어져 날카로움만 더해가는
가시나무
눈물 흘릴 줄도 모르던 가지 사이로
밤새 바람 소리 뒤에서
숨죽여 울었다
사랑인줄 알았던 바람의 거친 숨소리에
살얼음 판을 걷듯
바들바들 떨며
잠을 청하고 꿈을 꾼다
연초록 잎이었던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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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시가 참 좋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후애(厚愛) 2013-04-1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

북극곰 2013-04-1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연초록 잎이 돋겠죠...
하늘바람님 화이팅~!

숲노래 2013-04-1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되어 나무마다
보드라운 푸른 잎사귀 내놓으면
모든 나뭇잎 맛나게 먹어요.
겨울 지났을 뿐이지만
봄은 참 곱습니다.
 

이방인


물이 되어 들어왔다
넉살좋은 기름속
누런 끈적기가 달라붙었으나
섞여 들지 못한다
하나 둘씩 호기심을 굴리며
다가오는 이들
어색한 입김 속에 이리 끌려 저리 끌려
물인지 기름인지 혼미한 정신
물로 남아야 하는지 기름이 되야 하는지

어느덧
번질번질한 꾀를 배우고
누런 끈적기를 입고
기름 인양 기름 옆에 달라붙어 
기름 행세를 한다

그들 속에서
자꾸만 느끼는 것
기름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물이라 믿어 줄 이
있을까.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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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밝은 비오는 날
활짝 열어 제친 창문가
에 붙어 앉아
빗방울을 센다

채 헤아리기도 전에 
이미 내려앉은
은죽 같은 비

가슴에 다 
받아 넣으려는 듯
턱을 괸다

비오는데
어둡지 않은 하늘
은 햇살보다
따사롭다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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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0-3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수록..마음이 편해집니다..^^

요새 새 일도 시작하시고, 이리 저리 마음 씀씀이가 많겠지만 그 곳에 여유가 깃들어 있길 빌어봅니다.
 

   진단




맨살에 맞닥뜨린 세상의 맛깔
당혹한 가슴이 한차례 밀려가면
아려 오는 상처
겹겹이 쌓은 방어벽 틈새엔 
파상풍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몸뚱지
길을 잃어 갈 때면
숨은 강단을 
송곳처럼 움켜지던 야무짐
제풀에 지쳐 길게 눕던 그림자

세상엔 정말 사람들이 많다고
하, 다르고 휴, 다르다
고개를 저으며 내민 손은 
허공 속을 가위질하고
다시는 믿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먼저 한 발 다가서는 것이 
병이었습니다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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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돌과 칼날




나는 섬세하게 반응하는 석돌
품안에 칼은 날마다 시퍼렇게 자라고
서슬이 스쳐 갈 때마다 오싹하는
매저키스트

너는 야심깊은 칼날
불타오르는 냉정한 살결로
있는 힘껏 끌어안고 
있는 힘껏 부딪힌다.

소름 돋는 향락의 소리
스르륵 스르륵
날이 설 때마다
무뎌지기도 바래 보지만
서로가 준 곳곳의 상처가 눈물겨워
핥으며 핥으며
동동거리던 나날

칼이 내게 기대고
난 칼에게 기대고
서로에게 상처 주며 굳어져 온 세월
세상에서 잔인한 사랑
얼마나 나리 나리 줄을 서랴 마는,
서로가 준 상처가 클수록
더 깊게 사랑한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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