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천재다 라는 책을 봤는데..
아가한테 말을 할땐, 자신의 말로 하라고 했다.
자신이 느끼고 자신의 말인것을 하라고... 뭔가 내가 흥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떠오르는 것이 없다.
말들은 입안에서만 맴돌고..
이어지지 않는 생각의 조각조각들만 떠다니고..
그러다 겨우 어느 영화에 삽입되었던 기게스의 반지인가.. 얘기가 생각나 들려주려 했지만
얘기는 이어지지 않고.....
내게는 내 이야기 라는게 더이상없는 걸까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다가.
그냥 샤워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국민학교 때 한자학원을 다녔었다
펜글자지만 나름대로 이쁘게 한획한획 써내려갈 때 였다. 국민학교 2학년인 꼬마가 오더니
글씨 잘 쓰네요 하고 칭찬해줬다. 그 꼬마는 돋보기 안경을 끼고
다른애들이 1500 자 이런거 쓰고 있을때
이미 무슨 세로쓰기로 넘기는 한시집.. 천자문보다 분명히 윗단계인 그런것을 줄줄이 외우고 다니는
나름 우리학원의 한자 천재였다.
어린 마음에 열심히 쓰고있는데 칭찬 받으니 기분이 어찌 좋지 않았으랴..
그래서 나의 반응은 고마와 라든가.. 씩 웃고 말았으면 좋았을것을
나 왠지 어릴때 감정을 이렇게 확~ 드러내는게 내 감정을 누군가 알게 하는게
좀 천박스럽다고 생각을 했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가지만.
내가 기쁜 마음을 가졌고..순간 그걸 들어내면 안된다는 생각과 함께
나보다 훨 잘난 꼬마에 대한 질투심까지 순식간에 화륵~ 나를 덮쳐버렸고
나의 대답은 이거였다
'지금 놀리는 거니?'
꼬마 놀라며, 잘쓴다고 칭찬한건데... 이러고는 뒤돌아서 나가버렸다.
그냥 꼬마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어찌 그리 부끄럽던지..
고개를 떨구고 다시 펜 쓰는데 집중하는 척했지만 속으로 아주 아주 많이 쪽팔렸다
그냥 고마와 이럴걸.. 나두 사실은 기분 좋았는데 솔직히 말못하고
아직까지도 그애한테 미안한 기분이 남아있다
( 요즘 기억력이 안좋아서 그렇지.. 옛날엔 좀 그런일 다 담아두는 편이라..--;;;
옛날의 기억들은 갈수록 더.. 선명해 지는거 같다..........)
그 학원에서 있었던 일 하나더 인데..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시 그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같은 시간에 다니던 남자애인데 붓글씨랑 한문을 반반씩 하는 애였다.
정말 떠들떠들하고 시끌시끌 산만에다가
선 하나를 그어도 제대로 글자가 이루어 지지 않는..개발새발 이었다.
한 3달쯤 그애를 봐왔는데.. 그애가 있음 재밌기도 했지만 너무 산만해서 나까지 펜글씨조차 제대로 못쓸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그 애가 글을 쓰는데 평소와 다른거다. 선 하나를 아주아주 천천히 긋고 있었다.
평소처럼 나다니지도 휙~ 도 아니었다.
붓을 들고 진지하게.. 마치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것 처럼
내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것도 의식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꼬박 한 30분 정도를 앉아서 붓글씨를 썻다.
처음에 나는 그 산만한애가 유달히 조용히 있는것이 신기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자꾸 보고있자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몰입하는 그 순간을 지켜보게된거다.
그날 그 애가 써낸것은 6자 정도 였는데
선생님은 그날 검사만하고 가라고 했지만.. 내게는 그 글씨가 참 다르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그애랑 다시 마주친적은 없었던거 같다. 가끔 벽에 걸려있는 그애 글씨들로만 그 애를 만났다.
$$가 요새 글씨가 확 늘었다는 선생님의 칭찬과 함꼐...
그렇게 무언가 몰입하게되는 순간이 있고.. 그런 순간의 흐름을 어떻게 타느냐가 중요한거 같다.
음.. 그냥 샤워하다가 생각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