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 로드 - 3천 년을 살아남은 기묘한 음식, 국수의 길을 따라가다
이욱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언제 국수 먹여줄래 ?’

보통 결혼과 관계되어 많이 들리는 말이다. 이 말은 긴 면발처럼 길게 길게 행복해라.. 라는 뜻이 들어있지 않을까. 국수는 예전부터 긴 면발로 인해 장수를 상징했고, 싼값으로 인해 서민들의 대표적인 음식이되어 왔다.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쉽게 볼수 있는 음식이었기에 이것이 어디에서 온 것이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공기처럼.

<차마고도>를 워낙 재미있게 봤었고, 미시사에 관심이 많은 터라 <누들로드>가 출간되었을때 망설임없이 구매를 결정했었다. 결론은... 뭐랄까... <차마고도>에 비해 좀 산만하달까. 국수의 탄생을 되짚어 올라가는 내용일텐데... 보는 내내 국수로 집중이 되질 않았다. 국수라는 길을 따라 가면서도 주변을 끊임없이 흘깃거린다는 느낌. 
 

뭐.. 그런거야 어쨌든.. 책의 내용은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국수, 여름이면 냉면과 콩국수에 빠져들고, 겨울엔 팥죽에 입맛을 다시는 우리 민족에게 국수란 과연 언제부터 전해오던 것일까. 별 생각없이 먹고 있던 국수 한가락에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묘하달까. 미시사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지. 하지만 그래봐야 사람이 만들고 먹고 쓰는 것이니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냐 할수도 있다. 그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일거 같다.

영국 누들바에서 국수를 먹으면서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던 이욱정 PD. 그러나 자신의 궁금한 점에 대해 답해 줄 사람은 없고 자신이 직접 그 해답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단다. 그래서 시작된 누들로드. 이 다큐는 중국을 시작으로 국수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전파됐는지, 어떻게 먹고 있는지... 자신이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 하나 차근히 밟아나가는 기나긴 여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책은 그 다큐를 다시 글로 담아낸 것이고.

국수라는 하나의 음식을 따라가는 여정이지만, 그 음식과 관련된 사람들의 사는 모습, 문화, 역사, 지리.. 모든 것을 포함하는 지식들이 고맙다. 더불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갔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밌다. 우리가 배워온 역사는  아주 자그맣게 맞물리는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기록되는 것이나 우리는 쌓이고 쌓인 큰 덩어리만을 배우지 그 바닥에 깔려있는 작은 사건들은 모르기때문에...

재밌는 부분 하나. 일본 사찰에서는 면요리가 본디 간식처럼 먹던 것이었으나 어느 순간 주식이 되어버렸단다. 그리고 선종에서는 삼묵당 중 하나로 식당이 포함되기 때문에 식사 중에는 침묵이 원칙인데... 면을 먹을때에는 소리를 내며 먹는 것이 허용된다고 한다. 좋을대로 먹고, 기쁘게 먹어야 하기때문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면을 먹는 식사시간만큼은 승려들의 해방감을 느낀다고 하니, 국수라는 것은 스님들에게는 특별한 음식일 것이다. 
 

잘못 알려진 상식도 하나. 우리는 보통 마르코폴로가 중국을 다녀와 유럽에 동방문화를 전파했다고 알고 있다. 그 중에는 국수도 들어있는데, 면요리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동방견문록에 중국의 면요리 얘기가 들어있으나 그 것이 중국의 면요리를 유럽에 전파했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무렵 이미 유럽에서는 면요리가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명한 책에 실린 사실은 그 내용의 정확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이도 순식간에 퍼진다. 또한 그 내용을 반박할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 또한 책이 될 것이니 다방면으로 책을 읽어두는 게 도움이 되는 건 이런 것 때문일거다.

국수는 우리나라에선 냉면, 국수, 중국에서도 국수(부르는 명칭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본에서는 소바,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라는 다른 형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지만, 그 의미는 대동소이할듯 싶다. 본문에서 소개한 ‘천년의 세월 아시아의 부엌과 부엌을 이었던 가늘고 긴 음식은 지금도 그들의 삶 속에서 가족과 이웃을 잇는 공동체의 음식이자 모든 생명과 인연, 행운이 길게 이어지기 바라는 소망을 담은 음식이다.’ 이 말처럼...

저자는 책 중간에 국수를 인류 최초의 패스트푸드라고 소개한다. 패스트푸드라는 게 그 뜻처럼 빨리 조리해서 먹을수 있는 음식이라면 국수는 단연 최고의 패스트푸드가 될 것이다. 이런 패스트푸드라면 기꺼이 즐겨 먹어줄수 있다. ^^
 

책이 가벼운건 좋지만... 크기가.. ㅠㅠ 조금만 더 위로 키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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