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 관한 편견을 깨자.

유교 아시아의 힘
KBS 인사이트아시아 유교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7년 6월

나는 유교에 대한 생각이 좋지 않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딱히 유교에 대한 생각은 좋지 않다. 하지만 유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 온 유교가 공자가 창시했던 유교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유교란 시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현실적인 학문이었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교가 관념적으로 이론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않고 권장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자료를 보던지 우리는 갓쓴 양반들이 상업에 대해 천시하는 모습들을 본다. 돈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 나는 그것이 유교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지만, 공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유교는 2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래고 퇴색해 그 본연의 의미를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긴 시간 동아시아의 핵심을 담당했었던 유교가 현재에 와서 다시금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후진국이라고만 여겼던 동아시아의 약진이 과연 이 유교에서 유래했는지,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며 변형된 유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차분히 더듬어 간다. 동아시아의 중심에 있으며,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과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유교를 착실히 수행해온 한국, 섬나라이면서도 유교의 정신이 이어져오는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일대에 남아있는 유교의 흔적을 매끄러운 문구로 서술하고 있다.

한 개인의 사상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정치이념이 되었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거렸을 만큼 초창기의 유교란 이상적인 이념이었다. 물론 지금도 유교의 이념을 계승해야 할 부분들은 많다. 하지만 긴 세월동안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데다 갑작스런 서구문명의 유입으로 가치관의 혼란이 생기면서, 유교의 부정적인 의미가 부각되게 된 것이다. 아마 가장 큰 원인은 서양의 개인주의와 동양의 공동체주의의 차이일 것이다. 이 책은 유교가 가진 공동체의식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유교를 욕했었는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유교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남성가부장적 사회가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족쇄가 되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시대와 사고방식이 변하고, 여성의 지위가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에도 여전히 여성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배인 가치관이니 말해봐야 입만 아프겠지만, 적어도 변해가는 사회에 발이라도 맞춰주는 센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인사이트 아시아팀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나 책들이 맘에 들어서 무턱대고 지른 책이다. 처음엔 그 소재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 보니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무겁지도 않고, 군데 군데 인용문을 실어 읽는 것이 지루하거나, 어렵지도 않다. 책은 유교가 강조하는 네가지 덕목 인, 의, 예, 지로 나뉘어서 서술되어 있다. 각 파트로 들어가는 페이지도 참 인상적이고 문구도 맘에 와 닿는다. 단지.. 종이가 광택지이고 컬러로 인쇄가 되어 있어 그런지 책이 무겁다는게 흠이긴 하다. 하지만, 색채감이 있어서 더 재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인 - 인자한 사람은 자기가 나서고 싶으면 남을 내세워주고
      자기가 발전하고 싶으면 남을 발전시켜준다. 
      가까운 자기를 가지고 남의 입장에 비겨볼 수 있다면
      그것이 仁의 올바른 방향이라 하겠다.

의 - 義롭지 않은 부귀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니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베개 삼고 누워도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 있으리라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를 누리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예 - 禮를 배우지 않으면
     서지 못할 것이라 하였으니
     제멋대로 행함을 길게 하지 말 일이며
     욕심 닿는대로 좇아가지 말 것이며
     내 뜻하는 바대로 채우지 말 일이며
     즐거움이 그 끝까지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 智를 좋아하는 자와 함께 가면
     마치 안개속을 가는 것과 같아서
    옷은 젖지 않더라도 때때로 물기가 배어든다. 
    무식한 자와 함께 가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옷은 더렵혀지지 않지만 그 냄새가 맡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