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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요 근래 아침마다 내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준 책이다. 물론 읽으면서 마침표나 느낌표가 만들어진 적은 거의 없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철학이란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는 학문이지, 정답이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답을 구한다 해도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답은 오로지 나의 답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문제들- 가령 철학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인간의 기준은 무엇인지, 과학과 철학의 관계, 살인․낙태․관용과 같은 도덕문제,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문제-을 풀어놓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식상할수도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례를 적절히 인용하고 있어 딱히 지루하다거나 식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영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는 부분은... 영화를 볼 당시 나도 생각했었던 문제기에 더 흥미있고 편했다. 저자는 우리가 그간에도 늘 고민해왔던 문제들을 다시 고민해보게 질문을 던져주고 자신의 답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초반부에 저자가 적었던 것처럼 철학은 스스로도 무엇이 철학인지 답을 낼수 없기 때문에 저자도 굳이 자신의 답이 정답이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또한 역사나 정치에 관한 챕터는 철학이라기보다는 개론서에 가까워서 좀 아쉽다.
책이 철학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마냥 어렵지만은 않은 것은 저자가 잘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나 챕터가 끝날 때마다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가 범죄자이자 개를 삶의 본보기로 삼은 견유파라는 사실은 놀랍다. 피타고라스가 종교 결사단체의 교주였고 그 이념을 정립하기 위해 사용한 수학이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기억하게 됐다는 얘기는 흥미롭지 않은가? 헤겔의 철학서가 난해한 이유는 단지 먹고 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가진것 없는 마르크스가 엥겔스가 제공하는 부유함을 당연한듯 받았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라 철학적인 고민으로 머리가 아파질만 하면 머리를 식힐수 있다.
세상은 절대적이지 않다. 철학도 절대적인 학문이 아니다. 사람이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철학은 답이 없고, 늘 답이 변해간다.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 걸맞는 철학은 결국 자신이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며, 정리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데카르트의 명제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책을 읽고난 지금도 여전히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평소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할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