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길, 5000km를 가다
KBS 인사이트아시아 차마고도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신비가 사라지면 전설도 사라진다. 그 대신 그 자리에는 역사가 자리잡는다.’

책의 말미에 적혀있는 글인데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말이다. 실크로드보다도 오래됐다던 차마고도. 이미 알려질만큼 잘 알려진 실크로드에 비하면 본모습의 1%도 알려지지 않은 길이다.

차와 말이 지나는 높은 길. 차마고도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른다. 천상의 길, 가장 높고 험난한 길,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길, 애증의 길.....

차마고도는 험난하지만 피할수 없는 삶의 길이다. 고단한 삶이 묻어나는 길이며,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지혜의 길이자, 수많은 문명이 교차하던 역사의 길이다.

우연히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보았는데 단지 10여분밖에 보지 않았으나 그 화면과 내용이 강렬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 받아볼때까지 이미 다큐로 완성된 내용인데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다큐와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수 있는 책이다. 다큐는 나레이션보다 영상이 강하다. 설명이 멋지게 곁들여진다해도 화면에 눈을 뺏겨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기 쉽상이다. 그에 반해 책은 사진보다 설명이 더 강하다. 정지된 시간속의 사진을 차분히 음미하고 설명을 기억할수 있기에 어쩌면 다큐보다도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책은 다큐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포함해서 기록하고 있다.
먼저 차에 관해, 그리고 말에 관해, 티베트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차분히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그간 별 생각없이 마셨던 차의 유래와 그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며, 고작 차 한잔을 얻기 위해 티베트가 중국에 지불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 길고 험난한 길을 통해 무엇이 오고 갔는지 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미시사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 물건 하나가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난 배부른 행복감이랄까......

책은 다큐의 화면 일부 일부를 캡쳐해 사진으로 실어 놓았다. 커다란 영상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대로도 멋지다. 글 여기저기에 사진이 많아 읽기 어렵지 않다. 글도 짧은 단락을 이루며 쓰여졌기 때문에 호흡에도 무리가 없는 책이다. 물론 종이 질 때문인지 좀 무겁다는 것이 단점이나 제작팀에서 직접 써 그런지 글도 매끄럽고 편집도 무난하고 사진도 멋지다. 꼭 한번씩 읽어보기를 바란다. 아직도 인간에게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 이 척박한 땅에 인류가 정착해 살기 시작했는지 모르나 그 세계가 다일거라 생각했을까.. 그렇게 힘들게 생을 이어가도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꾸준히 대를 이어가며 험난한 히말라야 산맥을 돌아나가는 5000Km에 달하는 길을 만들어낸 그 묵묵함이라니.... 자연은 위대하다. 그 위대한 자연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인간도 위대하다.

아쉬운 것은 이 차마고도도 이젠 현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고된 삶을 살아왔을 이들에게 문명의 편리함을 누리게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몇천년에 걸쳐 쌓아왔을 애증의 전통과 문명이 몇 십년 안되는 편리함의 시간 속에 스러져 갈것이 아쉬울 뿐.... 그간의 선례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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