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펌글 : http://m.blog.naver.com/moonjeong86/220054716117

2003년 3월 중순, 대통령이 4월에 있을 국회 연설문을 준비할 사람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과 독대하다시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다니.
이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혹은 공보수석과 얘기하고, 그 지시내용을 비서실장이 수석에게, 수석은 비서관에게, 비서관은 행정관에게 줄줄이 내려 보내면, 그 내용을 들은 행정관이 연설문 초안을 작성했다.
그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당신 고생 좀 하겠네. 연설문에 관한한 내가 좀 눈이 높거든.”
식사까지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이후에도 연설문 관련 회의 도중에 간간이 글쓰기에 관한 지침을 줬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그런 표현방식은 차차 알게 될 걸세.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 같다’는 표현은 삼가 해주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추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추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을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뒤는 잘 안 보네. 문단의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그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여서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네.
29.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이 쓰는 것이 좋네. 영토 보다는 땅, 치하 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30.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좋은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되네.
31.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2.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3.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얘기 속에 글쓰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음식에 비유해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 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2.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하지. 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할수록 좋지. 글쓰기도 재료가 좋아야 해.
3.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군더더기는 다 빼도록 하게.
4. 글의 시작은 에피타이저, 글의 끝은 디저트에 해당하지. 이게 중요해.
5.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한단 말이지.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불려놓으면 정작 메인 요리는 맛있게 못 먹는 법이거든.
6.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해장국, 아구찜이면 아구찜. 한정식 같이 이것저것 다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써야 하지.
7.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수식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8.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 있잖아. 글도 오락가락, 중구난방으로 쓰면 안 돼. 다 순서가 있지.
9.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필수이듯이, 그 글의 대상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 사람들이 일식당인줄 알고 갔는데 짜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10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이 있듯이 글마다 다른 전개방식이 있는 법이지.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지. 글도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12.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이날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분을 어떻게 모시나.
실제로 대통령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또한 스스로 그런 글을 써서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다짐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배우는 학생이 되겠다고.
대통령은 깐깐한 선생님처럼 임기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설비서실에서 쓴 초안에 대해 단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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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2-1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하시네요.
저도 읽고 공부하고 프네요
 

책 주문 이제 다 했다. 인터넷서점 직원들은 요새 회사에서 책주문할 새가 없다. 간신히 정가제 개정 전날 마지막날 주문을 했네. 애들 책랑 내가 읽고싶은책을 다 장바구니에 담으니 40만원. 이걸 반으로 줄이느라 힘들었다. 오늘 마지막날이라 인터넷서점들 서버가 밤11시경에 잘 버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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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20 0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이 많으셨지요?
저도 방금 마지막 주문했습니다~ ^^

웽스북스 2014-11-2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어요!!!

회색의미학 2014-11-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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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는 이번주도 학모님들과 한잔하러 나갔고(아마 새벽 3시는 되야 귀가하지 않을까...), 이 불금에 그냥 잘 수 없어 `너무너무 유쾌한 소설`인 ˝창문 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을 마저 보고 있다. 맥주랑 오징어, 쥐포와 함께. 새벽 한시에 맥주 마시면서 봐도 졸리지않은 이 소설을 위해 혼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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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본 영화.

너무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 난 10점 만점에 6점 정도.


네이버 전문가 평점도 매우 높고, 시사회 평도 좋아서 정말 기대하고 갔는데, '이 영화의 미덕이 뭐길래 다들 난린가?' 싶을 정도.


정말 단 하나 꼽으라고 하면, '하정우'다. 하정우가 이 영화 자체일 정도로. 

우리 석규 형님은 이제 국정원 현장요원하시기엔 뭔가 올드하시다.


본 시리즈의 쿨함에 60% 정도만 미치고(북한 애들은 상부 명령에 경도되고, 피도 눈물도 없고, 우리 국정원 직원이신 석규 형님은 현장요원이 하정우에게 맞아 휠체어 신세가 된것에 격분해서 혼자서 하정우 잡으러 다니시니...), 악역이신 류승범은 왜 처음부터 악의 화신으로 태어나신 듯, 처음부터 쭈욱~ 그냥 악하고 야비한 놈이다. 누구나 스스로 나름 명분과 도덕적인 고민이 있으실텐데, 타고난 듯, 악을 즐기는 악역은 매력이 없고, 이런 악당과 싸우는 우리 편도 재미없다.


미드 <24>의 딱딱 맞아떨어지는 숨막히는 첩보 스토리에는 50%에 턱걸이. 네이버 평점에 숨막히는 스토리라고 누가 적었던데, 내가 너무 숨을 잘 쉬는 사람인지, 관객 취향이 너무 다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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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2-0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가 갈리던데, ^^ 남주가 멋있는 영화 보고 싶어요! 동생은 디따 재미있었다고 하고, 화면만 멋져줘도 후회는 안 할 것 같아요.
 

와이프가 사주고 싶다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질러버렸다. '강경숙칠판'이라나...

얘기 들어보니 비싸서, 내가 '그냥 벽에 크고 두꺼운 투명 비닐 붙여줄게'라고 했는데... ㅠ.ㅠ


칠판이 꽤 무거워서, 콘크리트 못을 3개나 쳐야했는데, 벽 콘크리트가 얼마나 단단한지 겨우 못을 박았다. 

 

역시나 채윤이는 매우 좋아한다. 그동안 몇권 사준 그림그리기 책을 펴놓고, 둘이서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참고 도서는 2권. <엄마는 행복한 미술 선생님>은 초등 저학년용이라 채윤이가 따라 그리기가 좀 무리. (포토리뷰 : http://blog.aladin.co.kr/ziririt/5416793 )

<도형으로 그리는 즐거운 그림교실>은 단순한 몇가지 도형만으로도 귀여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5~6세에 안성맞춤인듯. (포토리뷰 : http://blog.aladin.co.kr/ziririt/54167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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