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한국 대중음악 명반100 (1위-50위)
과연 한국 대중 음악사를 진정으로 빛낸 뮤지션들은 누구이고, 음반들은 어떤것일까?
우리는 여태까지 'Rolling Stone 선정 100대 명반', 'VOX선정 올해의 음반 100선' 등은 보아왔지만 국내 음악 매체에서 이러한 것을 심도있게 다룬 것을 본 기억은 없다. 국내 대중음악사에서는 명반으로 선정할만한 단 100 장의 음반도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선정 경위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면서) 소신있게 음반을 선정할 만한 자신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관심조차 없다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연재의 마지막에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음반들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여태까지 Sub Special Text에서는 지극히 자의적인 기준의 평가방법으로 70년대 이후 뮤지션들을 정리하였고, 이는 기존에 형성된 뮤지션들에대한 평가도 많이 달랐다. 처음에는 '내가 뽑은 음반 100선' 만을 하고 싶었으나 좀 더 객관적으로 자리매김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서브 기자들 뿐만아니라 외부 '음악 선정 위원들'로부터 음반 추천을 받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리고 현재 음악 산업계에 관계하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어느 정도는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이 코너의 '음반 선정 위원'으로 위촉을 하였다. '음반 순위 매김'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사람도 있겠지만, 이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음반 선정 방법 >
1. 먼저 선정 위원들에게 100매 이내의 음반 선정을 위촉하였다.
2. 시대/장르는 불문하고, 한 뮤지션에 대해서 복수로 음반 선정을 가능하게 하였다.
3. 반드시 음반 선정시 순위를 매겨달라고 하였다.
< 순위 집계 방법 >
1. 21명에게서 가장 많이 선정된 음반에 먼저 순위를 매겼다.
2. 선정된 음반 횟수가 같으면 개인 순위의 합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높게 순위를 매겼다.
3. 다음 '100대 명반' 순위 옆의 ( )안의 숫자는 선정 위원들에게 지목 받은 횟수를 의미한다. 전체 1위인 들국화 1집의 경우는 선정위원 전부에게서 선정이 되었다.
< 선정 위원(가나다 순임/총 21명 >
고희정(서울스튜디오 마스터링엔지니어), 곽택근(신나라 레코드 영업부대리) ,김기정(펌프), 김민규(서브기자), 김영대(나우누리 뮤즈), 김종휘(팬진공편집인, 인디음반 제작실장), 류상기(다음기획 제작/기획부장), 박민희(한겨레신문 문화부기자), 박상완(기독교방송 PD), 박준흠(서브 편집장), 신승렬(나우누리 뮤즈), 신현준(대중음악평론가), 유현숙(논픽션작가), 이창기(나무를 사랑하는사람들), 조경서(경기방송 PD), 조성희(서브기자), 조원희(카사브랑카,슈거케인), 진용주(우리교육기자), 최순식(하나뮤직 기획/홍보실장), 한유선(자유기고자), 황정(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출처;월간 SUB 1998년 12월호에서 발췌
1. 들국화 <1집> 1985 / 서라벌레코드
전인권(v,g), 최성원(v,g,b,key), 조덕환(g,v), 허성욱(key),
세션 : 최구희(g), 주찬권(d), 이원재(clarinet)
결코 짧지 않은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한 장의 음반만을 고른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더구나 언제나 역사적으로 현실보다 과대포장되어 온 것이 과거이고 보면 그러한 거품을 걷어내고 결과물 자체를 냉정하게 응시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80년대 경제적인 여유 속에 도사리고 있던 교묘한 통제에 끊임없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저항하던 당시의 젊은이들에 대한 회상이 단지 통기타, 청바지 그리고 생맥주로 그쳐진다면, 그리고 80년대라는 시간의 개념을 넘어서 의미를 갖는 명제가 한낮 운동권의 회상으로만 그친다면 그 시기에 모습을 드러낸 네 명의 젊은이들의 이 역사적인 첫 발디딤은 추억으로만 남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네 가지 독자적인 아이덴티티의 조합으로부터 파생된 들국화라는 이름의 록밴드가, 그리고 그들이 내지른 첫 번째 외침이 갖는 의미는 우리에게 있어서, 아니 적어도 대중음악에 있어서만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호황과 그 뒤에 얼굴을 숨긴 제도권의 입김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시도를 포기한 채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던 가요계와 자신의 틀에만 안주하고자 하는 록과 모던 포크 등 대학 중심의 음악들은 위와 밑으로 나뉘어 더 이상 공유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들국화가 던진 정사각형의 출사표는 긴 동면에 접어든 듯한 대중음악을 비로소 깨우게 된다. 들국화의 데뷔앨범은 각자 역량을 충분히 갖춘 네 명의 싱어송라이터들이 '음악이란 현장에서 자신의 힘으로 하는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명제를 이 땅의 음악인들과 청중들의 뇌리 속에 각인 시킨 작품이다. <그것만이 내세상>에서의 전인권의 절규와 <매일 그대와>에서 보여준 최성원의 감성어린 목소리, 허성욱의 절제된 건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에서 나타난 조덕환의 곡 쓰기, 그리고 최구희, 주찬권, 이원재 등의 당시 최고의 세션들 등. 이 모든 것들은 얼마나 이 음반이 철저한 싱어송라이터의 감각과 역량으로 라이브를 위한, 라이브의 감성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 -- 하략 -- ) (황정)
2. 산울림 <1집> 1977 / 서라벌레코드
김창완(g, v), 김창훈(b, v), 김창익(d),
세션 : 김난숙(key)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등등 모든 면에서 진정 "뛰어나다"라는 감정서를 붙여도 손색이 없는 시대의 명작이다. 당시에는 들을 수 없었던 최신조류의 팝/록 음악들이 가요에 접목되어 선보여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뛰어난 음반이다. 이 앨범이 다른 록 명반들과 그 의미를 달리 하는 것은 자극히 '음악적'인 면에서 훌륭했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사회참여적이지 않았고, 가사에 과장된 시적 은유를 표현하려고 않았으며 자신의 음악에 과장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더더군다나 하지 않았다. 이들 형제들은 솔직하지만 간결하고 아름다운 노랫말로 자신들의 순순한 음악적 열정을 가사로 표현하는 동시에 새로운 장르에 대한 탐구와 실험에 입각한 수준 높은 연주력을 한 장의 음반에 담아 내었다.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늦어진 것은 그들의 음악에 숨겨져 있는 음악적인 뛰어남을 이해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유치한 듯한 노랫말에 숨겨진 독특한 코드전개와 연주스타일은 언뜻 지나치기 쉽지만 분명 음악적으로는 높게 평가될만한 것이었다. 선구자적인 측면으로나 여러 음악적인 천재성에서 보아도 이를 능가하는 다른 앨범을 찾기 힘든, 명반 중의 명반이다.(김영대)
3. 어떤날 <1960 1965> 1986 / 서울음반
조동익(b, key, pcd, v), 이병우(g, pcc, v).
세션 : 오세숙(flute), 이관형(key), 안기승(d), 조동진(prog)
어떤날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전대미문의 듀오였다. 소박한 감수성으로 록과 포크 그리고 퓨전 재즈를 지향했던 그들은 번뜩이는 자신들의 천재적인 재능을 과시하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데뷔 음반을 완성했다. 음반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동익의 형이자 70년대 모던 포크의 독자적인 한 지류인 조동진과 80년대 전문 세션을 개척한 포크 록 그룹 따로 또 같이의 영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2집에서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팻 메시니의 영향이 드러난다.), 같은 해에 실질적인 데뷔 음반을 발표한 시인과 촌장과 같이 완벽한 자신들의 스타일을 형성한 뮤지션들이다. 데뷔 전 해인 85년에 진정한 의미의 신인 발굴 컴필레이션 음반인 우리 노래 전시회 1에<너무 아쉬워 하지마.>를, 들국화 데뷔 음반에 이병우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수록함으로써 대중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그들은 80년대 중반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기를 연 일군의 뮤지션들(따로 또 같이, 들국화, 시인과 촌장 등) 중에서 막내 격이었다. 비록 80년대에 노래를 하였던 그들이지만 통시적인 감성으로 어는 시대의 여린 젊은 가슴일지라도 울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어떤날의 노래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전율적이다. 그리고 노래들은 바로 <하늘>, <그날> 등이다.(박준홈)
4. 델리스파이스 <Deli Spice> 1997 / 도레미레코드
김민규(g, v), 윤준호(b, v), 이승기(key), 오인록(d)
"반항이다! 아니다!"의 '뻣뻣한 록 담론'으로부터 도망하고 싶어하는 모든 모던로커들의 고민대로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그냥 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자신들의 주장'은 어떻게 보면 아직 듣지 못한 이들에게 '선입견'을 만들어주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너무나도 이 앨범과 잘 어울리는 주장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이디엄으로부터 몇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그들의 음악관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그러한 주장에 어울리는 트랙들을 선보이고 있는 점이 바로 그 증거물이 된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한 트랙중의 하나인 <챠우챠우>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연주력과 과시'도, '상업적인 안배에 의한 곡 구성'도 없는 이러한 앨범이 그렇게도 대중친화적인 용어인 팝'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승리'이다. '통신상의 공간'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니는 그들이지만 앨범의 완성도는 어쩌면 경멸적이거나 핸디캡일 지도 모르는 그런 꼬리표를 어는 곳에 달아야 할 지 궁금하게 만들어버린다.(조원희)
5. 시인과촌장 <푸른 돛> 1986 / 서라벌레코드
하덕규(v, g, har), 함춘호(g),
세션 : 이병우(g), 조동익(b), 한송연(key), 김영석(d), 이원재(clarinet)
여린 듯하지만 날카로운 비수를 폐부를 깊숙히 감춘 시인과 촌장(市人과 村長)의 목소리는 들국화와는 다른 방법론으로 자신의 감성을 표출한 80년대 젊음의 뒤틀린 희망가였다. 시인과 촌장은 조동진을 수장으로 하는 70년대 모던 포크의 맥과 닿아 있지만 하덕규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손수 그린 파스텔화 앨범 재킷과 <얼음 무지개> 같은 곡에서 잘 드러나는)과 세상에 대한 치열한 시각(<매>, <비둘기 안녕>), 그리고 함춘호의 전통적이지 않은 기타 플레이 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각의 포크 듀오의 이미지에서 멀리 벗어나 있던 아들이었다(이 시절 누가 <고양이>와 같은 곡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미 푸른돛 이전<내고향 동해바다>, <재회> ,(남궁옥분이 불렀던 그 곡> 등이 실린 앨범을 발표했던 하덕규는 함춘호와 짝을 이룬 이 앨범에서 '아무래도 친구 푸른 돛을 올려야 할까봐, (<푸른돛>)'라고 나즈막히 얘기하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풍경>)'을 희망했다. 따스한 감성의 <사랑일기>와 우리노래 전시회 1에 실렸던 <비둘기에게>가 주로 알려졌지만 지독한 연가<진달래>와 자아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담긴 <떠나가지마 비둘기>, <비둘기 안녕>등의 여운은 당시의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감을 부여했다.(김민규)
6. 어떤날 <2집> 1989 / 서울음반
조동익(b, key, pcc, v), 이병우(g, key, v),
세션 : 김효국(key), 김현철(key), 임인건(key), 진형주(key), 배수연(d), 김종현(d), 유영수(d), 김영석(prog), 임정희(oboe)
들국화 데뷔 앨범의 한 켠을 차지했던 <오후만 있던 일요일>과 우리노래 전시회의 <너무 아쉬워 하지마>는 당시의 상식을 벗어난 구성의 곡이었다. 굳이 클라이막스를 강조하지 않는, 그 흔하던 '뽕' 멜로디를 거세한 어떤날의 곡은 다분히 조동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가사 쓰기(국내에서 리리시즘을 이야기한다면 이들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와 함께 당시 어느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의 것이었다. 소박했던 86년의 데뷔앨범 이후 3년만에 발표된 이 앨범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도입하여 보다 세련된, 그러나 여전히 도심 변두리 골목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의 곡들이 실려 있다. 조동익의 <초생달>, <하루>, <그런 날에는>과 이병우의 <출발>, <취중독백>, <11월 그 저녁에> 등이 동등하게 실려 있지만 이 둘의 곡은 미묘한 차이를 (정서적으로나 곡 구성으로나) 보인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조동익과 이병우는 나름의 길을 걸으며 솔로 뮤지션, 세션, 프로듀서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장필순 4집과 한영애 4집은 조동익과 이병우가 가가 프로듀서를 맡은 앨범으로 이를 통해 이들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비교하며 느낄 수 있다.(김민규)
7. 유재하 <1집> 1987 / 서울음반
세션 : 유재하(v, h, key), 조원익(b), 유영수(d), 안기승(d), 김애란(flute), 임정희(oboe), 이광훈(clarinet), 이지원(horn)
앨범 발표 직후 사고를 당해 단 한 장의 앨범이자 유고작이 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우리에게 아까운 천재 뮤지션을 잃었다는 깊은 아쉬움을 남긴 앨범이다. 그는 천상에 있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지금까지도 후배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유재하 추모 앨범에 참여한 명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지금의 '발라드' 진영의 발군의 주자들 모두는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유재하가 조용피의 위대한 탄생을 거친 후(조용필 7집 당시 조용필과 흡사한 목소리로 백보컬을 넣던 이가 바로 유재하였다) 원맨 밴드나 다름없는 세션으로 발표한 이 앨범은 클래시컬한 구성의 곡이 제공하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가리워진 길>,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과 같은 곡에서 보인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맑은 정서가 준 신선함이 준 충격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베이스 라인과 피아노가 묘하게 엇갈리던 <우울한 편지>가 던져 준 감동을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유재하의 곡으로는 <그대와 영원히> (이문세 3집, 문관철 1집), <비애> (한영애 2집)가 있다.)(김민규)
8. 봄여름가을겨울 <1집> 1988 / 서라벌레코드
김종진(g, v), 전태관(d).
세션 : 송홍섭(b), 한충완(key), 황수권(key)
봄·여름·가을·겨울의 등장은 우리 음악의 범위를 넓힌 쾌거이다. 이들은 연주 음악도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기교 없이 정직하게 기본을 지키는 연주가 오히려 더 어렵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었으며, 보컬이 반드시 귀에 쏙 들어오는 목소리가 아니라도 좋은 멜로디와 진실한 가사만으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 증명해 내었다. 그들이 지금 처한 음악적인 정체(停滯)의 위기는 초기의 이 소박하고 욕심 없는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알루미늄 케이스와 동영상 CD로 포장한 6집의 호화 재킷보다 첫 앨범의 이 소박한 재킷이 더 정감이 가고, 이현도나 김세황, 이주노, 김현철, 이소라 등이 참여한 6집 보다 오직 이 둘이 만들어 낸 1집의 곡들이 더 많이 애창되는 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당연한 것이다. 모든 스타 음악인들에게는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라는 노래는 그들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을 그들은 알까?(신승렬)
9. 이상은 <공무도하가> 1995 / 폴리그램
세션 : 하지무 다케다(key, acd), 치하루 미쿠주키(b), 이지 시마무라(d), 히로푸미 도쿠타케(g), 이쿠오 가케하시(pcc)
이상은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음악세계를 지닌 여성 아티스트이다. 예전의 '가수'였던 그녀의 자격에 비해, 현재는 '음악 감독'으로서의 자격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그러한 그녀의 변신은 5집 언젠가는에서부터 본격화되었으며 결국 이 앨범에서 꽃을 피웠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유레없는 실험성을 간직했으며, 또한 토속적인 동시에 유려한 가사들과 이제는 '자신만의 것'이 되어버린 듯 한 독특한 멜로디라인이 매우 훌륭한 앨범이다. 특히 <새>에서의 사운드 운용은 이것이 이상은을 '스타일리스트'로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일 뿐 아니라 그것을 멀찍이 뛰어넘어 '대단한 음악 감독'으로도 규정할 수 있게 한다. 그래도 누군가 이상은의 '전력'에 대해 물고 늘어진다면 나는 그들에게 피치카토 파이브의 노미야 마키도 어린 시절 머리에 꽃 핀을 꽂고 아무 생각 없는 댄스뮤직을 부르던 TV용 아이돌 스타의 일원이였으며, 여전사 커트니 러브조차알렉스 콕스 감독역 기억에 따르면 '스타가 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는 드럭정키'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조원희)
10. 한대수 <멀고먼-길> 1974 / 신세계레코드
세션 : 한 대수(b, kazoo, har), 정성조(key, flute), 임용환(g), 조경수(b), 권용남(d), 최동휘(cello)
김민기가 한국 모던 포크의 신화라면 한대수는 개척자였다. 1968년 귀국하여 국내 음악 활동을 시작한 이후 6년만에 내놓는 이 음반에는 그의 초기 대표곡들이 실려있다. <물 좀 주소!>에서 "물 좀 주소 / 물은 사랑이요", <바람과 나>에서 "아! 자유의 바람 / 저 언덕 위로 물결같이 춤추는 임", <행복의 나라>에서 "창문을 열어라 /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 번 더 느껴 보자"를 외쳤던 그는 자유와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였다.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밥 딜런 정도의 위상을 획득하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땅에서 그는 날개 꺾인 한 마리 날짐승이었다. 무한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당시 단연 빛나는 존재였지만 그는 활동의 제한을 받는 뮤지션이었고, 어처구니없게도 이 데뷔 음반은 금지 음반이 되었다. 정성조 쿼텟이 세션으로 참여하여 <바람과 나 > 같은 곡에서는 당시 흔히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의 세션을 들려주고 있고, 나중에 해금되어 정식으로 재발매된 음반에는 <하루 아침>의 오리지널 버전이 실려있다.(박준홈)
11.작은거인 <2집> 1981 / 오아시스
김수철(v, g, b, key)
세션 : 최수일(d)
단연 최초의 하드 록 명반이다. 초기 대학가요제 출신의 밴드로서는 활주로, 마그마와 함께 가장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던 그(들)는 79년 <일곱 색깔 무지개>, <내일>, <세월> 등이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고, 1집의 밴드 체제에서 원 맨 밴드 형식으로 바꾸어 이 역사적인 음반을 녹음하였다. 그는 신중현 이후의 기타 히어로였고, 대중 앞에서는 엔터테이너를 자처했다. 하지만 당시 대중음악계의 판도와 전체적인 수준으로 볼 때 그는 너무 앞선 뮤지션이었고, 그래서 그의 이 음반은 실험적인 앨범으로까지 비추어졌다. 이는 작은거인 1집 수준의 연주와 녹음이 주류였던 당시 우리 음악계의 역량과 90년대에 내 놓았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을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이 음반 사이에 존재하는 상당한 간극이 만들어 낸 현실이었다. 여기에는 후반부 블루지한 패턴으로 선회하는 하드 록 <새야>, 진정한 실험 지향적인 연주곡 <어둠 속에서>, 호쾌한 기타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알면서도>, 1집에 비해서 그의 음악적인 역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리메이크 곡 <일곱 색깔 무지개>등의 빛나는 트랙들이 실렸다. 이후에도 이런 질감으로 연주하는 뮤지션은 이 당시의 김수철 밖에는 없었다.(박준홈)
12. 부활 <Rock Will Never Die> 1986/서울음반
김태원(v, g), 이지웅(g), 이승철(v), 김병찬(b), 황태순(d)
가장 촌스러운 재킷 디자인상 1등으로 뽑힐만한 이 앨범은 그러나 그 시절, 들국화의 첫 번째 앨범과 함께 록 음악을 80년대의 주류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걸작이다. 10년이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활을 지켜오고 있는 김태원의 출중한 기타와 곡 쓰기는 이승철의 다듬어지지 않아 더욱 매력 있는 보컬과 만나서 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정말로 아쉬운 것은 이 두 사람 모두 10년이 넘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대중음악 판을 지켜 왔지만, 다시는 대중적으로나 실험적으로나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활과 이승철의 다른 곡들이 모두 잊혀진다고 해도 아마 종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인상적인 기타 인트로로 시작하는 <회야>를 부르짖는 애절한 목소리는 결코 잊혀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의심할 바 없는 한국 최고의 록 발라드 넘버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진짜 백미이자 당대로는 가장 실험적인 음악이었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또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것은 당대의 대중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눈이 지금보다 결코 낮지 않았음을 입중하는 것이 아닐까? <신승렬>
13. 김민기 <1집> 1971
세션 : 김민기(v, g), 정성조 쿼텟
1971년 약관을 갓 넘긴 한 섬세하고 문약해 보이는 청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내뱉은 조용한 목소리는 그 즉시 대중가요의 판도를 뒤 흔들었고 곧 제3공화국 정권에 의해 신화로 사라져 갔다. 대중가요에 있어서 형식적인 면에서의 혁명이 신중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김민기의 치열한 가사쓰기는 그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비판과 도전의 메시지를 대중가요에게 또 하나의 화두로써 던져놓고 말았다. 자의든 타이든 한 시민이 간결한 멜로디에 얹어 말하던 시들은 이렇게 그 시인을 신화적인 사회운동가로 바꾸어놓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듯 그의 노래들은 미학과 저항성을 따지기 이전에 당시부터 지금까지를 아우르는 저항적 성향의 가요들에 미쳤던 영향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하나의 노래가 우리 나라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아침 이슬>을 비롯한 그의 노래들은 여실히 보여 주었고 또한 그 과정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부표처럼 떠도는 어설픈 낭만주의가 만연하던 당시의 대학, 즉 지성에 중심에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로서 자리 매김을 하였던 그 자그마한 노래들에 대한 추모는 바람결을 타고 떠도는 민들레처럼 아직까지도 그 씨앗들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황정>
14. 김현식 <3집> 1986 / 서라벌레코드
세션 : 김현식(v, g, har),윤승태(g), 김종진(g), 박성식(key), 장기호(b), 전태관(d)
죽음 후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인기는 그를 꾸준히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회의적이고 보였으리라. 비록 가장 인기를 얻은 것은 사후에 나온6집이지만, 그의 음악적인 절정은 이 3집이 아니었을까. 최고의 명곡중의 하나인 <비처럼 음악처럼>의 힘과 애절함을 겸비한 보컬은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참으로 진보해진 표현이지만) 보컬의 '지존(至尊)'이 바로 그임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80년대에는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사랑 받았었다. 모두 밑바닥에서 시작했고, 라디오를 통해 곡 자체를 평가를 받았고, 서서히 스타덤에 올랐다. 그건 (또 한 번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로 진검승부 그 자체 그 자체였다. 가수보다 팬클럽이 먼저 등장하는 따위의 온갖 암기가 난무하는 90년대의 무림과는 격이 틀렸단 말이다. 그가 이런 혼탁한 무림을 보지 안고 ,떠나가 버렸네>를 부르며 사라져간 건 어쩌면 그 자신에겐 다행인 지도 모르겠다.(신승렬)
15. 김광석 <다시부르기 2> 1995 / 킹레코드
세션 : 김광석(v, har), 조동익(b), 함춘호(g), 박용준(key), 김영석(d)
이만큼 명쾌한 한국적인 어법의 포크 록 세션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4집 이후 완벽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김광석은 자기성찰적인 고감도의 노래들을 4집에서 보여주었고, 여기에 90년대의 독보적인 음악감독인 조동익의 편곡과 그의 밴드가 펼친 소박한 세션이 보태지면서 감동적인 앨범 하나가 탄생되었다. 90년대 모던 포크의 적자로서 '한국 모던 포크 베스트 모음집'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이음반으로 그 결실을 완벽히 보았고, 여기에는 한 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 김창기의 <변해가네>, 유준열의 <새장 속의 친구>, 한동현의 <나의 노래>, 자신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이 실렸다. 특히 동물원의 <새장속의 친구>와 자신의 4집에 수록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편곡자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나 노래가 다르게 바뀔 수가 있는 지를 보여준 조동익 편곡의 승리이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모던 포크의 진품이며, 두고두고 들어도 질리지 않을 이음반은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할 가치를 갖고 있다. 명반은 명예의 전당에 보관된 번지 쌓인 음반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듣는 음반을 지칭한다.(박준홈)
16. 동물원 <1집> 1988 / 서울음반
김창기(v), 김광석(g, v), 유준열(g, b, v), 박경찬(v), 박기영(key), 이성우(g)
세션 : 최형규(d)
일상적인 언어, 따뜻하면서 낙관적인 시각, 아름다운 멜로디로 대표적인 데뷔 앨범이다.
앨범 전편에 녹아있는 평범하지만 시적인 언어로 쓰여진 노랫말은 이후 수많은 사랑이야기의 모델이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소에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고만 잇던,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세세한 감정들을 글로 써 옮겨낸 김창기의 작사 실력은 돋보였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하거나 진부하지 않았던 그의 작곡 실력 역시 뛰어났다.
또한, 비록 한 곡밖에 부르지 않았지만 김광석의 목소리는 눈에 띄는데, <거리에서>에서 그가 부르는 고독과 사랑의 감정들은 작곡가 김창기의 곡의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다. <변해가네>와 <잊혀지는 것>,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삶에 대한 잔잔한 감정들에 대한 표현이 비록 저항적이거나 사화 비판적인 당대의 운동가요와 언더그라운드 정신과는 대립되는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삶에 대한 희망들과 긍정성들이 아름답고 쉬운 멜로디에 담김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나름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유재하, 이문세와 함께 동물원이 이 앨범을 통해 발라드 음악들의 대부분의 아이템을 제공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 하다.(김영대)
17. 듀스 <Force DEUX> 1995 / 월드뮤직
이현도(v, all inst, prog), 김성재(v).
세션 : 커티스 부쉬(g), 한상원(g, b, vocoder), 손무현(g), 이정식(sax), 양준호(key)
댄스그룹 댄스가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는 앨범이자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힙합 음악을 제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앨범에서 비로소 작사가로서의 이현도는 제대로 된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며, 독특한 그만의 리듬편곡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류라는 편견을 일순간에 지우게 만든다. <굴레를 벗어나>, <이젠 웃으면서 일어나> 에서 그들은 이제 그들만의 작곡/편곡 스타일을 확립하면서 비로소 서태지와 아이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한국어 랩으 창작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뛰어난 각운은 작사가로서의 이현도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보코더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와 편곡스타일을 적극 활용한 앨범의 수록곡들은 그의 음악적인 성숙과 자신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 앨범이 중요한 것은 하나의 유행으로만 받아들여지던 힙합을 음악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도전해소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과 그것이 주류의 두 댄스듀오인 이현도와 김승재의 손으로 만들어짐으로 인해 힙합 문화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인 것이다.<굴레를 벗어나>의 그루브와 <사랑하는 이에게>의 서정성을 고루 갖춘 이현도의 음악적 감각은 발군이다. (김영대)
18. 서태지와아이들 <4집> 1995 / 반도음반
서태지(v, prog, key, g,b), 이주노(v), 양현석(v)
세션 : 조쉬 프리즈(d), 팀 피어스(g), 마이클 랜도(g), 닐 스터벤하우스(b), 이정식(sax)
서태지의 모든 앨범은 명반으로 불러도 아깝지 않지만 이 4집이야말로 비로소 서태지의 음악적인 모든 재능이 집결된 명반중의 명반으로 불러 마땅하다. 시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의 감수성을 갖춘 음악 장르로서 당대 팝 음악의 최신조류였던 갱스터 랩과 얼터너티브 록을 전면으로 부각시킨 이 앨범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창작능력의 극한 점을 귀로 확인시켜 준다 3집 이후 이미 그 영향력을 상실한 두 댄서 양현석과 이주노의 정체성 문제는 팀의 해체로 이어지며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팀이 가지는 한계점을 보여 주게 되지만, 단지 음악적인 면으로만 평가할 때 이 앨범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특히<Come Back Home> 과 <필승> 등에서 나타나는 서태지의 장르에 대한 이해력은 천재적인 감수성의 결과물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서태지는 이미 <교실 이데아>가 담긴 3집을 통해 놀랄만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개인적으로 3집보다 4집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 앨범이 보다 '대중적' 이면서 간결하기 때문이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시대에 대한 비판과 냉소가 어려있는 이 앨범 수록곡들의 가사는 매우 독특한 것이다. 특히 방송금지와 판금을 거치면서 연주곡만 수록되는 해프닝을 낳은<시대유감>은 가사가 실려 다시 발매된 이 후 싱글앨범보다도 그 저항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고 할 수 있겠다.(김영대)
19. 시인과촌장 <숲> 1988 / 서라벌레코드
세션 : 하덕규(v,g,har), 이병우(g),조동익(g,b), 최성원(g), 손진태(g), 허성욱(key), 한송연(key), 최태완(key), 김영석(d), 오세숙(flute)
시인과 촌장만큼 아쉬운 그룹이 또 있을까? 실제적으로 혼자 시인고 촌장을 이끌었던 하덕규는 종교에 귀의해 CCM에 전념하는 지금이 더 보람있다고 단언하지만, 귀를 베일 듯한 <가시나무.,<비둘기 안녕>의 감성이나 <새 봄 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사랑일기>의 건강한 노랫말과 멜로디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인과 촌장의 두 앨범은 어느 한 곡도 가볍게 넘어가지 않은, 당대의 머릿곡만 중요시 여기던 관행에서는 이례적인 앨범이다. 비록 그에게는 지금 대중음악의 장이 환멸만 가득한 소돔과 고모라를 보일 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사도'라면 그 속에 뛰어들어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지, 그가 속한 '하나음악'의 뮤지션들(한동준, 장필순, 조동익 등 )이 종교적인 음악활동과 더불어 대중음악에서도 90년대까지 꾸준하게 수작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그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 왜 그는 그러지 못 할까? (신승렬)
20. 산울림 <2집> 1978 / 서라벌레코드
김창완(g,v), 김창훈(b,v), 김창익(d)
세션 : 김난숙(key)
산울림 음악의 장점이자 70년대 한국 록의 최고 작이다. 전 해에 <아니 벌써>가 담긴 폭발적인 데뷔 음반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 기쁨>, <어느 날 피었네>, <안개 속에 핀 꽃>이라는 완성도 최고의 명곡으로 록 매니아들을 흥분시켰다. 김창완의 퍼지 톤 기타와 그의 사촌 동생 김난숙의 고풍스러운 올갠 사운드고 특징 지워지는 산울림 초기 (1-3집)는 그 사운드의 독자성으로 먼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70년대 말 암울한 유신 시대(비록 김창완은 아니라고 하였지만)에서 이런 세속에서 벗어난 듯한 천진난만한(?) 노래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 의아하고, 그 시대를 생각한다면 언밸런스 한 연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어쩌면 김창완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고유의 사운드 정체성을 갖는 명반이 탄생되었다. 하지만 이 음반의 가치는 10여 년이 지난 뒤에나 인정이 되었다. 당시 산울림은 아이돌 그룹(?)이었고, 이 음반은<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노래 불러요>, <나 어떡해>의 엄청난 성공으로 그저 잘 팔리는 음반이었을 분이다. 한국 록, 특히 록 밴드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뮤지션은 산울림이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그들의 본 작이다. (박준흠)
21. H20 <오늘 나는> 1993 / 로얄레코드
김준원(v), 박현준(g), 강기영(b), 김민기(d)
세션 : 한석호(key), 이정식(sax), 김원용(sax), 신영환(trumpet)
"회색 해는 넘어가고 밤과 별이 머리 위로 떠오르면 / 고개 들어 노래해야 만이 느낄 수 있는 노래를 하지/ 언제부터 우린 이다지도 막연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노래를 불러야 했을까" (<나를 돌아보게 해>)를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80년대 헤비메탈의 시대는 저물었구나"였다. H2O는 맴버 각자가 80년대 말이 각기 시나위(강기영, 김민기), 카리스마(김민기, 박현준)라는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밴드들의 중심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강기영은 베이스 파트에서 김민기는 드럼 파트에서 최상의 기량을 자랑하던 연주자들이었다. 하지만 90년대에 재 결성된 H2O는 데뷔 음반의 LA 메틀 스타일에 변신한 당대의 모던한 록을 추수하였다. 음악적인 근간은 롤링 스톤즈와 같이 리듬 위주의 록에 두었고, 멤버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의 음악을 만들어 갔다. (<고백을 하고>에서는 멤버 모드가 돌아가며 노래를 한다.) 멤버 각자가 가진 출중한 곡 쓰기 역량으로 단 한 곡도 버릴 노래가 없는 완벽한 앨범이 된 이 음반에서 강기영의 <고백을 하고>,<나를 돌아보게 해>,<짜증스러워>,박현준의 <착각 속에서>, <방황의 모습은>, <그녀의 모습을>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명곡들이다. (박준흠)
22. 여러아티스트 <우리노래전시회 1집> 1985 / 서라벌레코드
이광조, 전인권, 시인과촌장, 어떤날, 강인원, 최성원, 박주연, 양병집
세션 : 조동익(g), 하덕규(g), 조원익(b), 안기승(d), 허성욱(key), 김광민(key)
'8人8色', 85년 요란스럽지 않게 등장한 신인 뮤지션들의 옴니버스 앨범 우리노래 전시화의 재킷 뒷면 해설 (추천사와 같은)의 표현처럼 이 앨범 이후 자신 나름의 색으로 80년대 대중음악을 풍요롭게 하였다. 이 앨범에서 압권의 순간을 제공하는 (그리고 이후 들국화 결성의 계기가 된)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의 존재 감이 다른 이들을 묻히게 한 느낌도 잇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마>의 어떤 날, 비둘기에게>의 시인과 촌장의 존재 또한 무척 소중한 것이었다. 전인권과 함께 들국화와 한 축을 이룬 최성원이 이 앨범의 프로듀서를 담담하며 이광조, 강인원 등에게 독을 제공하였고, 이후 발표된 이들의 솔로 앨범은 모두 공히 히트 앨범이 되었다.(참여한 이들 중 특이한 행로를 밟은 이는 <그댄 왠지 달라요>로 참여했던 박주연으로 현재 최고의 '히트메이커' 작사가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우리노래 전시회가 제공했던 미덕의 하나는 당시 참여했던 세션 체계가 지금의 조동익 밴드로까지 이어지며 국내 대중음악에 독특한 톤을 제공하는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규)
23. 신촌블루스 <1집> 1988 / 지구레코드
세션 : 엄인호(g,v), 이정선(g,v,har), 윤명운(g,har), 정태국(d), 비봇(d), 김연진(b), 김동성(key), 강승용(sax), 박인수(v), 한영애(v), 정서용(v)
밴드라는 개념보다는 일군의 블루스를 좋아했던 뮤지션들의 연합체, 동호회 성격으로 시작했던 신촌블루스는 8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 대중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드디어 이 데뷔 음반을 발표한다. 한영애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그대 없는 거리 >로 시작하여 역시 그녀의 <바람인가>로 끝나는 이 앨범은 이정선과 엄인호가 사운드의 양대 축을 형성 한 그들 둘의 절충적인 성격의 음반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라이브에서 보여준 강렬한 맛은 없고, 너무 정제 된 연주의 음반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정통 블루스를 하려 했던 이정선의 <Overnight Blues>,<바닷가에 선들>과 가요에 블루스를 접목하려 했든 엄인호의 <그대 없는 거리>,<아쉬움>을 비교해서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박인수가 다시 부른 신중현의 <봄비>도 멋있는 곡이다. 이 음반으로부터 한국에서 블루스의 대중화(?)는 실현되었고, 중견 뮤지션이 고사 당하는 이 땅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80년대 현실에서나 가능한 얘기인가? (박준흠)
24. 동물원 <2집> 1988 / 서울음반
김창기(g,v), 김광성(g,v), 유준열(b,v), 박경찬(key,v), 박기영(key,v), 이성우(g)
이 음반은 아마추어 정신을 간직한 뮤지션들이 만든 최상의 결과물이다. 일례로 핵심 멤버인 김창기에게 음악은 절대 취미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 작업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업 뮤지션을 지향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은 멤버 모두 뛰어난 음악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고, 사실상 밴드로서의 모습을 상실한 7집 전까지는 때마다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 자신들도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던 1집에서 보여진 녹음과 세션의 문제점들이 보완된 본 작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새장 속의 친구>,<동물원>등의 뛰어난 곡들이 수록된 80년대 명반 중의 하나이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 볼 수 있듯이 김창기의 얘기를 풀어 가는 감성과 이를 단박에 끌리는 감상적인 멜로디로 만드는 능력은 분명 비범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음반에서는 동물원내에서 김창기와 함께 다작은 아니지만 <새장 속의 친구>와 같은 주목할만한 곡을 만든 유준열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박준흠)
25. 서태지와아이들 <1집> 1992 / 반도음반
서태지(v,prog,key,g), 이주노(v), 양현석(v)
세션 : 손무현(g), 신대철(g), 이정식(sax)
"야 태지야 나와라" 라는 의미의 프롤로그 음악 <Yo ! Taiji !>로 시작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 역사적인 데뷔 음반은 90년대 댄스뮤직 씬을 새롭게 정립하고 또한 평정한 음반이었다. <난 알아요>가 TV에서 울려 퍼지면서 형성되고 논의된 음악 씬과 문화적인 파장은 결과적으로 서태지가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 대중음악 / 문화적 전환점이자 시작점이다. 이는 그에 대한 호감과 그의 음악성 인정 여부를 떠나서 현실이고 역사였다. 조용필 이래로 형성된 "오빠부대"를 완벽하게 10대들로 재편한 그는 이후 대중음악 씬의 주류를 철저하게 10대들로 만들어버렸다. 혹자는 그를 평할 때 "혁명성과 상술의 겸비한 노련한 음악 장사꾼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음악적인 역량은 인정해주어야 한다.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무려 100만장씩을 팔아버린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잇는 일이 아니다. <난 알아요>, <환상 속의 그대>가 커다란 히트를 기록했지만 이 음반에서 음악적인 정수는 손무현의 기타 솔로가 빛을 발하는 유로 댄스 풍의 탁월한 노래 <내 모든 것>이었고, 신대철이 참여한 <Rock'n Roll Dance>도 좋았다. (박준흠)
26. 서태지와아이들 <3집> 1994 / 반도음반
서태지(v,prog,key,g,b), 이주노(v), 양현석(v)
세션 : 팀 피어스(g), 존 피어스(b), 데니 폰게이저(d), 안흥찬(v)
대중음악에서의 '장르' 들은 분명히 물리적으로는 공존하고 있지만 사실 '생성하고 소멸'하는 들이 보이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장르의 생성과 소멸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자연스러운 장르적 이동보다는 소위 인기 아티스트들의 '친위 쿠데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자존심 상하게도 인정해야만 한다.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지닌 어느 한 아티스트가 '새로운 장르'를 공급하면 대중은 장르 이동이 너무나 부실했던 이 땅에서,'가장 충격적인' 친위 쿠데타는 바로 이 앨범이었다. 아무리 이전 앨범에서 '변신의 기미'나 '예고편'을 선보였다 하더라도 일주일에 7번 이상 TV에 출연하는 '최고 인기 아티스트'가 이렇게도 코페르니쿠스 적 전환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아티스트의 '용기'와 '자신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어제까지 옐로우 보이스의미소년들이 통기타 반주아래 실연의 아름을 노래하는 것을 즐기던 대중들이 오늘은 육중한 디스토션 기타와 '차가운 랩'에 얹힌 '교육현실에 대한 고민'을 듣게 되다니, 서태지와 아이들의 작품 중 가장 일관성 있는 앨범의 완성도 그 자체도 훌륭하지만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의도'가 상업적인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조원희)
27. 김현철 <1집> 1989 / 서라벌레코드
세션 : 김현철(v,key), 조동익(b), 김희현(d), 함춘호(g), 손진태(g), 오세숙(flute)
스무 살의 천재 키보디스트 김현철의 첫 번째 음반은 기적과 같은 것이었다. 독특한 화성을 통한 작곡스타일로 대중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고 있는 이 앨범에서 그는 그 동안 국내 대중가요가 탐구하지 못했던 분야인 재즈 화성과 선율을 적극적으로 가요에 도입시키는 한편, 그룹 어떤 날 (특히 조동익)에게 영향을 받은 담담한 보컬을 통해 예민한 감수성을 노래함으로써, 그의 데뷔 앨범을 '10년이 지나도 기억될 만한 명반'의 위치에 올려놓고 있다. 그의 2집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덜 여문 듯한 김현철의 목소리는 분명한 자기 색깔을 내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이 앨범의 최고 명곡으로 불러도 아깝지 않은 <오랜만에>와 스무 살의 순수함을 간직한 <동네>,<춘천 가는 기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 , 순수한 예술적 정열이 담긴 뛰어난 음악적 감각은 감히 천재성의 소산이라 말할 수 잇다. 일상에 대한 평범한 기가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아마추어리즘과 프로의 재능이 만남 매력적인 앨범이다. 좋은 의미 건 나쁜 의미 건간에 이후 이 앨범과 똑같은 감수성의 앨범은 김현철의 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의 프로듀서 겸 작곡가, 편곡가를 발굴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앨범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보겠다. (김영대)
28. 강산에 <Vol.0> 1992 / 킹레코드
세션: 강산에(v,har), 박청귀(g), 강기영(b), 김민기(d), 황수권(key), 김원용(t.sax), 김형서(a.sax), 김현국(trumpet), 윤광섭(trombone)
참으로 기분 좋게 소박한 음반으로 이것이 기억되는 이유는 아마도 <할아버지와 수박>,<...라구요>,<예럴랄라>,<장가가는 날>의 고향, 전원, 대가족의 내음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의미 심장하게도 이 음반이 'Vol.0'을 달고 나온 것처럼 이 세계는 이미 부재 하는 기억 속에 미화된 이상적 공동체의 편린이었으며, 강산에는 이후 다시 이 한가롭고 양지바른 동네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받지 못함 뒤쪽의 곡들,<훔쳐본 여자>,<돈>의 삭막하고 황량한 대도시의 압박감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강박관념과도 같은 사랑의 스케치가 바로 그가 앞으로 그려갈 세계와 가깝다. 일렉트릭 기타가 주도하는 한경애 / 박청귀의 두 곡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의미로 튀는 가운데, 포크 록 적인 강산에의 자작 곡들은 걸출한 싱어 송 라이터의 출발을 알렸고, 그는 '전형적인 록 커'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한 캐주얼 업체의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으나 결국 3집의 방향전환으로 박제화의 위엄을 비켜나간 후, 잡을 수 없고 규정하기 힘든 존재로 남게 되었다. (조성희)
29. 윤도현밴드 <2집> 1997 / 다음기획 / 서울음반
윤도현(v,g,har), 강호정(key), 유병열(g), 엄태환(g), 박태희(b), 김진원(d)
이 음반은 윤도현의 2집이지만 윤도현 밴드로서는 데뷔 음반이다. 그리고 전투적인 노동가요를 불렀던 록 그룹 메이데이의 프로듀러를 맡았던 유병열과 현재 한상원 밴드로 이적한 강호정의 합작 품이다. 윤도현은 포크 록 그룹인 종이 연 출신이고, 94년에는 <타잔>이 수록된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다. 김현성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같은 발라드와 자신의 <깨어나라> 같은 비판적인 의식이 담긴 록, 또한 <임진강> 같은 자신 주변의 모습을 담은 노래들이 섞여 있었던 이 데뷔앨범은 개개의 곡은 좋을지라도 전체적으로는 디렉터 부재로 통일 감이 느껴지지 않은 음반이었다. 하지만 본 음반은 그간 윤도현의 성장도 느껴지지만 강호정의 재능 있는 디렉팅으로 적절한 세션을 이끌어낸 음반이다. 박노해의 시에 윤도현이 곡을 붙인 <이 당에 살기 위하여>가 압권으로 등장하는 이 음반은 그 외 <긴 여행>,<철문을 열어>라는 그들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곡들이 있고, <다시 한번>은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슬로우 록이다. (박준흠)
30. 노이즈가든 <Noizegarden> 1996 / 베이
박건(v), 윤병주(g), 이상문(b), 박경원(d)
세션 : 이인규(g), 최민호(b), 염재민(b)
노이즈가든을 논하기 전에 먼저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그들은 한국 록 음악의 어떠한 계보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섬' 이라는 점이고, 둘째로 그들은 비 인기 종목인 록 음악의 부흥을 위해 대중친화 적인 요소를 집어 넣으려고 애쓰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으며, 셋째로는 '사이버 공간'이라고 다른 이들로부터 이름 지어진 공간에서 출발하여 '실재 골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첫 예시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목사항'들은 그들의 음악을 이야기함에 있어 '매우 보 알 것 없는 세일즈 포인트'일 뿐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주목사항과 합의점들은 이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데 있어 오히려 이들의 중요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첫 앨범은 '신화'다. 앞으로 계속될 윤병주/노이즈가든의 행보에 대한 '건국신화'라고 생각하면 더욱 안전하다. 이러한 건방진 예언에 대한 검증은? 이 앨범을 들어 보라. 그리고 그 이후를 주목하라.(조원희)
31. 언니네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1997 / 석기시대 / 킹레코드
이석원(v,g), 류기덕(b), 유철상(d), 정대욱(d)
요상한 이름을 지닌 이 밴드의 첫 앨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의 선정적일 지도 모른다는 혐의를 지닌 밴드 명에 비애 너무나 소프트하고 너무나 자조적이며 때로는 서정적이기까지 한 이 앨범을 말이다. 이들을 '소인극'적인 아마추어리즘으로 이들을 해석하려고 하면 이들의 음악은 지나치게 세련되었고 지나치게 팝 적이다. 그렇다고 '기존 록 음악계에 던지는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면 이들은 너무나 기존 록 음악의 이디엄을 잘 이해하고 있다. <로랜드 고릴라>의 스트레이트함과 <푸훗>의 예쁜 멜로디라인, 거기에 ,소년>의 애수 넘치는 가사는 이들을 '막가파 모던록 밴드릐 원조'로 칭하는 많은 청자들의 오류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다. 드물게도 발전가능성을 가진 동시에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우가 바로 이 앨범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실하고 무성의한 사운드는 감출 수 없다." 라고 주장하는 음악광들에게 이언 쿠퍼의 마스터링이 신해철의 앨범보다 벌써 2년 전에 이 앨범으로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는 사족을 덧 붙여 본다. (조원희)
32. 강산에 <나는 사춘기> 1994 / 킹레코드
세션: 강산에(v,g,har), 박청귀(g), 이근형(g), 유태준(g), 한상원(g), 이태윤(b), 김병찬(b), 남정호(b), 김선중(d), 김성태(d), 최태완(key), 이민영(key), 황수권(key), 정원영(key), 김원용(sax)
<눈물젖은 두만강>의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을∼'의 가사를 가져온 <라구요>의 히트가 강산에를 '기인'으로 만들었다면 2집 나는 사춘기는 그를 심각한 표정의 락커로 규정지었다.(열린 음악회 용 가수라는 인식을 포함하여).
이러한 오해의 지점은 뮤지션으로서 강산에의 자유로움을 속박하는 테두리가 되었고, 그래서 인지 3집 삐따기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느낌을 주었다. 올해 4집 연어를 발표하여 다행히도 자신의 음악을 찾아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강산에의 이 앨범은 강산에 개인의 자유로운 정서와 세상에 대한 시각이 훌륭히 매치된 포크록 앨범이다. 공익 광고에도 쓰였던, <넌 할 수 있어>의 라디오 히트가 이앨범의 유명세에 한몫 했지만 반전을 노래한 <더이상 더는>, <선>,등의 무거움과 <블랙 커피>, <우리는>, <널 보고있으면>과 같은 개인적인 서정이 한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다.(박청귀, 한상원, 이근형, 최태완 등의 세션과 디렉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 <노란 바나나>가 삽입되었고, <돈>의 경우 공윤에서 '문제'가 되어 제목이 <문제>로 바뀐 재미없는(!) 일도 있었다. (강민규)
33. 한영애 <바라본다> 1988 / 서라벌레코드
세션 : 박청귀(g), 엄인호(g), 이영재(g), 최진영(g), 황수권(key), 김효국(key), 송홍섭(b), 김희현(d)
여보세요-거기 누구 없소?(누구 없소?)의 첫 소절이 라디오를 통해 귓전을 때렸던 순간이 매정한 십년 세월 지나 오늘까지 생생하다. 그리도 거침없이 포문을 열어 젖힌 후 (바라본다)의 대단원까지 하나 빠짐 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발군의 작곡자들의 다양한 곡들이 변증법적 승화를 이뤄내는 것이 놀랍다. 거칠고 힘있지만 때로는 흐느낄 줄 아는 한영애의 목소리는 그 자체 영혼을 가진 듯 자유롭게 활주하며, <누구 없소?>, <코뿔소>, 의 록, <비애>의 현악세션의 슬로우 넘버, <루실>의 블루스를 모두 껴안아 그 이만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시밭 넝쿨 아래착한 왕자님을 기다'리던 비탄에 젖은 <여인>이 곧"코힘을 힝힝 뒷발을 차는"<코뿔소>로 변환하는 장면은 바로 누군가의 수사대로 가슴에 선녀를 간직한 야수, 혹은 선녀였던 야수로서의 여성성이 청각적으로 현현하는 순간이었으니.(조성희)
34. 시나위 <Down And Up> 1987 / 오아시스레코드
신대철(g), 김종서(v), 강기영(b), 김민기(d)
김종서(보컬), 신대철(기타), 강기영(베이스)이라는, 지금 한국 대중음악의 한 기둥을 이루고 있는 비루토죠(명인)들이 80년대 최고의 명반이 시나위 2집이다. 이 한 장으로 한국대중음악이 당시에 외국 음악에 가지고 있었던 콤플렉스가 일시에 극복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당시 중, 고등학교마다 두셋씩 있었던 스쿨밴드들이 이 앨범을 듣고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헤비메틀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높은 톤을 자유롭게 구사하던 김종서의 보컬, 현재의 실험성과 원숙함은 없지만 정교함과 화려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신대철의 기타는 이후 수많은 음악지망생들의 우상이자 벤치마킹 대상, 넘어설수 없는 벽이 되었다. <해 저문 길에서>의 애상적인 연주에서 4분 13초간 그야말로 한치의 틈도 없이 몰아치는 <연착>의 연주까지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는 순도100%명반이다.(신승렬)
35. 신중현과엽전들 <1집> 1974 / 지구레코드
신중현(g,v), 이남이(b), 권용남(d)
서브를 보는 독자들 중 이 음반이 나왔을 때 들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본인도 이 음반이 나왔던 국민학생 때 이 음반을 들었다는 씨도 안 먹힐 소리는 하지 않겠다. 이런 저런 음악들을 찾아 듣다가 이 음반을 구했다는 것이 94년도 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사실 콜렉터로서의 소유욕이 동했다고 할까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은 많이 변했다. 일단 누가 듣더라도 이 앨범은 분명히 한국적이다. 무슨무슨 국악기를 사용했다느니 하는 여타 음악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말이다. 군소리 없이 당시 음악 조류에 맞추어 나가던 그야말로 한국의 록이라고 할만한 음반이라는 것이다. 신중현(g,v)과 이남이(b), 권용남(d)의 라인업으로 이들 최고의 히트곡(?) <미인>이 첫곡으로 실려있고 기타가 하나인 밴드에서 흔히 하듯 앨범에서는 트윈기타로 오버 더빙되어 있다. 도치된 가사와 방울 소리가 사용된<나는 너를 사랑해>,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그린 연주곡<떠오르는태양>등이 담겨져있다. <떠오르는 태양>에서의 이남이의 베이스 연주는 '떳다떳다 비행기'를 부르던 그의 모습을 여지없이 박살 내 버린다. 기타리스트로서 말고도 김추자를 포한한 펄 시스터즈 등을 키워낸 신중현은 지금 아무리 어떻다고 누가 뭐래도 국내 록을 얘기할 때 어느 곳에 내밀어도 부끄럽지 안은 분이다(라고 본인은 생각한다).(한유선)
36. 조동진 <1집> 1979 / 대도레코드
세션 : 조동진(v,g), 강근식(g), 조원익(b), 배수연(d), 이호준(key)
세션(86년 재녹음시) : 조동진(v,g,prog), 이병우(g), 김광민(key), 조원익(b,flute,prog)
85년이었던가, 왠일로 조동진이 TV에 출연하여 어쿠스틱 기타 달랑 멘 채 무덤덤하게 노래를 부른 후 자신이 아끼는 후배라고 들국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역시나 들국화 또한 못마땅한 표정으로<행진>을 연주했다). 이처럼 매체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려했던 조동진은 80년대내내 뭇후배들을 이쓸고 '언더브로드캐스트'의 정신적 지주로 대단한 역할을 했었으며 지금도 하나기획(조동익, 함춘호, 장필순, 낯선 사람들, 박용준, 한동준, 김광진 등이 소속)의 대표로 국내 대중음악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70년대 이미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이정선 등에 의해 개화되었던 포크의 새로운 발화지점이 바로 조동진 1집이었고, 차분하게 세상과 자신을 관조하는 시선의 시작점 또한 이로부터였다. '왕' 초보기타 교본의 단골 손님 ,행복한 사람>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단순한 구성의 곡과 간결한 가사로 인해 간혹 '이지 리스닝'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부(失父)의 상처를 노래한<겨울비> 고은의 시에 곡을 붙인<작은 배>등의 '편안한' 감성에서 나온 '감상용' 노래가 결코 아니다. (김민규)
37. 서태지와아이들 <2집> 1993 / 반도음반
서태지(v,prog,b,g), 이주노(v), 양현석(v)
세션 : 이태섭(g), 이토(g), 김덕수(태평소,사물놀이)
1. 몇 개월간 잠적한다
2. TV는 돌아온 영웅을 위한 1시간 짜리 컴백쇼를 준비한다.
3. 돌아온 그들은 파격적인 복장과 춤을 선보인다.
4. 그리고 새 곡을 발표할 때마다 비평가들은 그의 곡에 장르의 잣대를 가졌다 대기 바쁘지만 그 어떤 분석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그 신곡은 상업적이 대중서이 없다는 이들의 비관론을 가볍게 일축하고 정상에 오른다.
5. 비로소 수십 년간 언제나 음악인들을 길들여왔던TV, 그들의 음악을 규정해 왔던 일반 대중과 가수는 처음으로 그 주종 관계가 역전되어 가수에게TV와 팬이 길들여진 것이다.
6. 그리하여, 대중에게 영합하는 '딴따라'는 비로소 자신의 예술로 대중을 움직이는 '아티스트'로 인정받는다.(어는 가수는 딴따라라고 스스로 규정하지만...)
7. HOT와 서태지의 공통점은 1,2,3이고 그 차이는 4,5,6이다. 그리고 6의 경지에 오른 한국의 대중가수는 둘 뿐이다. 조용필과 서태지. 이것이 그만의 권능이고 용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했지만 아무도 그 위치에 이르지 못했다. (신승렬)
38. 노래를찾는사람들 <1집> 1984 / 서라벌레코드
세션 : 조원익(b), 안기승(d), 노승종(g), 문승현(g), 김광인(key), 김광석(har), 김영동(대금), 김광복(피리), 장종민(북)
1984년, 이제는 시사만화의 조롱거리로나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주로 뒷모습이) 전모씨가 아무 시간대의 아무 뉴스에서나 머릿기사로 등장하셨던 '땡전시대'의 한복판. 87년 이후의 역사적 전개가 불순한 몽상 이상이 될 수 없었던 스산한 시절에 은근슬쩍 대중의 잠긴 귀를 파고 들어왔던 '언더그라운드' 앨범이 있었고, 그 주체는 문승현 등 대학연합노래패 '메아리'를 모태로 김민기의 노래극 '개똥이' 에 참여했던 노래운동권의 청년들이었다. (갈 수 없는 고향)에서 산업화 과정의 최대 희생양 중 하나였던 여공들의 비애를 느낀다거나, 갈 데 없는 동요 풍의 (바람 씽씽)에서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봄을 찬아 나가려는 젊은이들의 비장한 각오를 읽는다는 건 행간 읽기의 도사들이었던 그 시절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은유 상징 해독의 경지를 요구한다. 그에 비하면 원초적인 조국애를 노래한 <산하>, <그루터기>의 남성적 메시지를 전하며, 김영동의 대금이 이끌려 아이들의 풋내 나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는 교과서에 갇혀 있던 우국지사의 충정과 비탄이 당대와 조우하고 있다. 사족, 주의 깊게 들으면 남성합창의 고음부에서 바이브레이션 섞인 목소리 하나가 튀는 걸 잡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처음 대중에게 들려지는 김광석이다. (조성희)
39. 여러아티스트 <Our Nation 1집> 1996 / 드럭
크라잉 넛 : 이상면(g), 박운식(g,v), 한경록(b), 이상혁(d)
옐로우 키친 : 최수환(g,v), 도순주(g,v), 여운진(b), 최승훈(d)
섹스 피스톨즈와 소닉 유스의 다소 기이하고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동거. 96년 홍대 앞 클럽씬 최초의 산물이자, 구내 최초의 펑크 음반이라는 (가시) 면류관을 썼던 드럭 두 밴드의 이 동거 앨범이 청자에게 던지는 최초의 인상이다. 그후 2년 입장과 관점에 따라서 '벌써?' 혹은 '아직!'이라는 각기 다른 탄성을 자아낼 세월이 흐른 올해, 크라잉 넛과 옐로우 키친은 각각 독집 앨범을 내었고 '우리(만의) 나라'는 공중파 방송의 일방적 주입을 거부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갈증을 존립근거로, 심문 문화면의 변덕스런 주목과 90년대의 또다른 산물인 대중문화 평론가들의 지지 등 원조를 얻어가며 음악 생산/연주-판매-소비의 일정 공간을 확보하였다. 펑크씬 최초의 히트곡 <말달리자>를 대표로 크라잉 넛은 적대전선을 분명하게 긋고 그들 세대 불만의 외침을 거친 날 것 그대로 외쳐대는 보컬을 거칠게 질주하는 사운드에 얹어, 한국 펑크 록의 최대 (예상)수용 층인 청소년들의 갈 곳 없는 심화를 터뜨리는 돌파구를 제공했고 이후 드럭은 서서히 그들의 해방 구로 변모하게 된다. 그 뒤를 잇는 옐로우 키친의 노이즈 친화 적인 복잡한 구성의 곡들은 이 새로운 음악 생사의 장이 펑크의 단인 독재로 귀결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이들은 이후 최수환, 도순주 2인조로 개편되어 본격적인 슈게이징, 드림 팝의 독자영역으로 나아간다. 기성의 다듬어진 사운드에 익숙한 귀에 선뜻한 충격을 제공했던 이 앨범 속에는 이후 발생해 나올 원형질이 무시무시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성희)
40. 이문세 <4집> 1987 / 서라벌레코드
세션 : 김명곤(key), 김용년(key), 김광석(g), 함춘호(g), 이유신(g), 이수용(b), 배수연(d), 박영용(pcc)
TV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발라드 가수 이문세와 그의 음악은 당대 청년 문화의 한 단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산울림이나 한 대수, 김민기의 음악들이 투철한 실험정신과 젊음을 대표하는 시대적인 감성을 노랫말과 연주에 담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문세의 음악에는 그들이 미처 담지 못했던 젊음의 사랑과 이별, 아름다움이라는 보수적인 감성이 담겨져 있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여성취향의 발라드 일색이라는 이유 때문에 록 지향적인 음악평론가들에게 평가절하 되는 감은 있지만, 뛰어나 감수성의 소유자 이영훈의 노래들과 이문세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어울림은 분명 독보적인 것이었다. 트롯 멜로디에 빚지지 않은
팝적인 발라드 곡들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 그 나름의 가치를 보여줬던 3집에 이어 본 4집에서 그 완성도의 최고점에 이른다.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 <그녀의 웃음소리뿐>으로 대표되는 이 앨범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작곡가이자 뛰어난 작사가인 이영훈의 섬세한 매력, 가수 이문세의 탁월한 보컬 능력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 하나는 세련되며 진부하지 않은 감각으로 음악을 포장하고 있는 김명곤의 편곡인데, 후렴구의 흡인력을 높이면서 키보드와 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는 이 방식은 발라드 음악을 편곡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며, 이 후 수많은 발라드 곡들의 모범답안으로 남게 된다. (김영대)
41. 조용필 <1집> 1980 / 지구레코드
작은 거인, 젊은 오빠, 가왕(歌王)...이런 단어들이 한국 가요계에서 최초이자 영원한 오빠부대를 가진 가수 조용필을 가리키는 별명들이다. '한국적'이라는 영원한 키워드를 가지고 30년 음악 생활을 해온 조용필은 버텨온 저력 하나만으로도 가요사에서 언급될 가치가 있을진대, 록, 발라드, 트로트, 민요, 동요에 이르는 그 음악까지 할 말이 많아 감히 거물이라 일컬어 마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겨우 '고철발명과', '원시소녀 똘비' 등의 만화를 보던 80년에 발표된 본 작은 독집 음반 사상 국내 최초로 1백만 장을 넘긴 골든 디스크로(조용필과 그림자의 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떨떠름한 성공이 있기는 했지만)70년대까지의 그의 록 음악과 이후의 구분이 되는 공식 첫 독집 음반이다. 부드럽고 친근한 멜로디의 록 음악으로 록 음악을 한국 가요시장의 전면으로 부상시킨 공헌은 둘째치고 이 음반에 대한 설명이 그 수상기록으로 대신한다. 그해 TBC 방송가요 최고가수상, 최고인기가수상, 최고인기가요상, 주세가 작곡상, 서울국제 가요제 금상<<창 밖의 여자>>. MBC10대 가수상, 가수왕상, 최고인기가수상, 작곡상을 수상하고 다음해 KBS골든디스크상을 수상했다. (한유선)
42. 낯선사람들 <1집> 1993 / 하나뮤직 / 예원레코드
고찬용(g,v), 허은영(v), 신진(v), 이소라(v), 백명석(v)
세션 : 최이철(g), 손진태(g), 조동익(b,prog), 김병찬(b), 장기호(b), 정원영(key), 박용준(key), 박성식(key), 김광인(key), 남궁연(d), 김영석(d), 김민기(d), 배수연(d)
낯선 사람들의 낯선 앨범. 90년대를 휩쓴 각종 열풍 가운데 하나였던 재즈 붐이 완전히 거품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했던 이 재능 있는 보컬리스트 집단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은 (말만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지칠 지경이지만) 한국 대중음악계의 부박함을 또 한번 거론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유재하 가요제가 배출한 기린아 고찬용을 중심으로 이소라, 신진, 허은영, 백명석이 모인 맨하탄 트랜스퍼 지향의 보컬그룹이 선사하는 목소리들의 향연을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첫머리의 그룹 소개곡 <낯선 사람들>부터 가사를 쓴 이소라의 목소리가 이미 그 매력적인 비음을 과시하기 시작하며, 작사와 리드 보컬을 맡은 <왜 늘...?>에 와선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다. <비닐우산>은 무반주 재즈 보컬의 맛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고, 동화 같은 가사의<해의고민>은 흥겹고 아기자기한 가운데 다양한 구음들이 선보인다. 전곡을 작곡한 고찬용의 비전대로 산뜻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좋지만, 한편으론 이 TV용으론 긴 쇼가 뭔가 하나 자극적인 '물건'으로 시장의 한구석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아쉬움이 든다. (조성희)
43. 따로또같이 <2집> 1984 / 대성음반
이주원(v,g), 나동민(v,g), 강인원(v,g)
세션 : 최성원(g), 이영재(g,pcc), 이승희(g), 조원익(b), 안기승(d), 허성욱(key), 김광민(key), 우순실(v)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이들의 가장 큰 공로는 스튜디오 세션의 전문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음반은 레코딩 스튜디도, 세션, 편곡의 중요성이 80년대 초반부터 젊은 뮤지션들 사이에서 부각되었지만 실제로 이것이 제대로 반영된 최초의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음반의 프로필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80년대 내내 중요한 음반들에서 볼 수 있는 이름들이다. 레코딩 스튜디오로써 서울 스튜디오와 그곳 소속 엔지니어였던 최병철, 그리고 세션맨으로서 이 음반에 참여한 이영재(기타), 김광민(피아노), 안기승(드럼) 등은 80년대 연주인이 되었다. 또한 들국화 창단 멤버인 최성원(기타)과 허성욱(피아노)그리고 이장희의 동생 이승희(기타)도 연주에 참여했다. 우순실이 객원 보컬로 참여하여 노래한 <커텐을 젖히면>은 이 음반의 베스트 트랙이고, 이주원이 결혼하고 나서 처음 만든 곡이라서 감상적이라는 <너와 내가 함께>, 따로 또 같이의 음악적인 성향이 바뀌었음을 드러내는 록 프레이즈가 실린 <별조차 잠든 하늘엔>도 좋은 곡들이다.(박준흠)
44. 유엔미블루스 <Cry...Our Wanna Be Nation!> 1996 / 송 / LG미디어
방준석(g,b,key,seq,v), 이승열(g,seq,v)
세션 : 김민기(d), 김욱(d), 김성태(d), 강기영(b), 방준원(b), 김병찬(b),송홍섭(b), 장경아(key)
노이즈 가든의 데뷔 앨범과 함께 90년대 말을 대표하는 한국의 록 명반으로 기억될만한 수작이다. 전편에 녹아있는 외로움의 정서와 그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리드보컬 방준석의 블로지한 보컬은 아주 매력적이며,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한 뛰어난 연주력이 이 앨범의 자랑거리이다. 간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없어>와 건조한 느낌을 주는<천국보다 낯선>등으로 이어지는 앨범의 수록곡들은 외국의 어느 밴드의 곡들 못지 않게 뛰어난 연주와 작곡을 자랑한다. 이 앨범에서의 옥의 티라면 어색한 한국어작사 실력인데, 부정확한 발음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의미가 불분명하게 이해되는 일부 곡의 가사들은 때로는 유치하다는 느낌을 준다. 한편, 이들의 데뷔 때부터 지적되었던 오리지널리티의 부재는 2집에서도 문제가 되는데, U2의 카피가 짙은 방준석의 보컬과 외국의 여러 밴드들을 모방한 이들의 사운드는 유&미 블루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는 동시에 이 앨범을 진정한 의미의 명반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수준 높은 연주와 이국적인 스타일의 작곡, 편곡, 보컬로 이어지는 이들의 독보적인 면모는 실질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측면에서 명반으로서의 가치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김영대)
45. 유엔미블루스 <Nothing's Good Enough> 1994 / 나이세스
방준석(g,b,key,seq,v), 이승열(g,seq,v)
세션 : 김병찬(b), 장경아(key), 신윤철(key)
94년 등장한 이들의 데뷔 앨범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적인 감성과는 너무나 차이가 현격한 어쩌면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앨범이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블루스와 당시 서서히 부상하던 모던 록에 기반을 둔 이 두 기타리스트의 음악은 그러나 그렇게 묻혀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대를 앞서간 앨범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들이 이 데뷔 앨범을 내었더라도 그처럼 외면 받았을까? 보통 이런 질문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가정한 표현이겠지만 우울하게도 '그렇다'가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적 흐름을 반드시 따라갈 이유는 무 데도 없지만, 지금 대중음악이 가는 방향은 독창성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벼랑 끝을 향한 맹목적인 레밍의 행진일 뿐이다. 그 맹목적인 상업주의 행진 중에 두 음악인이 피운 블루스 넘버<꽃>의 소박하고 거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맹목적으로 붕괴를 향해 마구 돌진하며 주위의 어떤 경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와 한국 대중음악은 어쩌면 그렇게도 닮은꼴인지!(신승렬)
46. 다섯손가락 <1집> 1985 / 서울음반
이두헌(g,v), 임형순(v), 최태완(key), 이우빈(b), 박강영(d)
다섯 손가락의 1집은 80년대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록의 르네상스를 생각나게 해주는 앨범 중의 하나이다. 당시의 백두산이나 부활, 시나위 같은 언더그라운드 적인 성격이 강한 밴드들과는 달리 다섯 손가락의 음악은 스쿨밴드 특유의 풋풋함 같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선율과 아름다운 가사는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의 뒤에 쏙 들어오는 것들이었다. 이 앨범에는80년대에 10대와 20대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한번쯤은 불러 보았을 <새벽기차>,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과 같은 노래들이 실려있다. 이 노래들은 10대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멜로디와 가사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이다. 그러나 다섯 손가락의 음악은 새로움이나 실험정신 같은 것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고, 다섯 손가락의 음악이 우리나라의 음악에 대한 대안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음반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만으로도 그들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록이라는 음악 자체가 80%의 기존의 틀에 20%의 새로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황정)
47. 전인권허성욱 <1979-1987추억들국화 "머리에 꽃을"> 1987 / 서라벌레코드
전인권(g,v), 허성욱(key,v)
세션 : 최구희(g), 함춘호(g), 최성원(b), 주찬권(d)
전인권의 대표작은 들국화 1집이 아니다. 들국화 1집에서 그는<행진>등을 부른 단지 뛰어나 보컬리스트였을 뿐이다. 들국화 1집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오히려<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만든 조덕환이거나 뛰어난 세션을 보여준 최구희(기타)와 허성욱(키보드,피아노)이라고 해야 맞다. 이후 전인권은 86년 어정쩡한 들국화 2집에 참여한 이후 87년에 사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이 음반을 발표한다. 그리고 허성욱과 같이한 뛰어난 곡 작업으로 그가 이전에 "단지 들국화의 보컬리스트일 뿐"이란 인식을 불식 시켰다. 이 음반을 통해서 보여준 그의 작곡 능력은 정말 80년대 뮤지션들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는 다음해에 발표한 솔로 1집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70년대 말부터 축적한 노래부르기의 열망이 비로서 제대로 분출된 음반이었고, <북소리>, <사랑한 후에>, <머리에 꽃을>, <어떤...(가을)>는 그의 여린 rkat성을 느낄 수 있는 베스트 트랙들 이다. 이음반에 참여한 최구희와 함춘호의 연주 또한 '당대의 세션'이었다 (박준흠)
48. 한영애 <불어오라 바람아> 1995 / 디지탈미디어
세션 : 이병우(g), 박청귀(g), 신윤철(g), 손진태(g), 김광민(key), 정원영(key), 이태윤(b), 강기영(b), 배수연(d), 김민기(d)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양희은 이후 가장 중요한 여자 뮤지션이고, 90년대에는 장필순과 함께 독보적이 존재이다. 7년 이정선, 이주호, 김영미와 같이한 포크 그룹 해바라기 1집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지만 가수로서의 '인정'을 받은 것은 그 유명한<건널 수 없는 강>이 담긴 86년 1집에서부터였다. 그리고 이 '인정'은 '폭발적인 지지'수준이었다. 원초적인 힘이 느껴지는 거친 음색의 그 곡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그 어느 누구도 보여준 적이 없는 놀라움이었고, '이렇게도 노래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이는 굳이 재니스 조플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가수에게 있어서 노래 부르기의 본질을 생각하게끔하였다. "여자가수란 이러해야 한다"는 이전까지의 고정 관념을 통렬하게 날려버린 그녀는 그래서 너무도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 그녀가 우리 세션 역사의 한 장을 제시한 88년 자신의 2집 바라본 다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93년 3집에 이어 발표한 본 작은 90년내 손꼽히는 명작이자 '여과된 정제미'를 보여주는 숨겨진 걸작이다."절망에서 무조건 달아나기엔 우리의 하루는 짧다는 것. 외로움에 한없이 부딪친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 길어지는 것"이란,<불어오라 바람아>, "일상 속에서 너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란 <너의 이름>은 이 음반의 백미이다.(박준흠)
49.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1997 / 킹레코드
세션 : 조동익(b,g), 김영석(d), 박용준(key,g), 함춘호(g), 윤영배(g), 권혁진(g)
장필순의 본 모습이 제대로 음반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조동익이 음반 디렉터로 참여하기 시작한 92년 3집 이 도시는 언제나 외로워...부터였다. <가난한 그대 사슴에>, <강남 어린이>등이 실린 3집은 가사에 좀더 치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조동익은 참가로 지난 음반보다는 포크 적인 느낌을 더 많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스터피스인 본 앨범이 97년에 나왔다. 사실 5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장필순은 노래 잘 하는 여자 가수 정도로만 자리매김될 수도 있었다. 이 음반은 3집이후 조동익과 같이한 음악 작업의 결과가 완벽하게 그 결실을 맺었음을 보여주었고, 조동익 밴드(조동익, 함춘호, 윤영배, 박용준, 김영석)의 세션은 조동익, 윤영배 장필순이 공동으로 작업한 곡들에 아무도 역동적으로 매치 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 음반에서 가장 놀랄 만한 점은 <그래!>, <넌 항상>, <사랑해 봐도>을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장필순의 곡 쓰기 작업이 완숙한 경지에 올랐다는 점이다. 한영애가 4집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그녀도 5집을 통해서 싱어 송라이터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박준흠)
50. 사랑과평화 <1집> 1978 / 서라벌레코드
최이철(g,v), 김명곤(key,v), 이근수(key), 김태흥(d), 사보(b)
이들은 78년 당시 세션 연주자들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젊은 뮤지션들인 최이철(기타), 김명곤(키보드)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판 토토(toto)였다. 그리고 이들은 '전문 세션 연주자들이 만든 밴드'라는 계보의의 첫 번째 주자이고, 이는 이후 봄·여름·가을·겨울·야샤·쿠바등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한동안 뜸했었지? 가 실린 이 음반을 발표할 당시의 평은 '국내 최고의 연주 그룹'이 지배적이었다. 80년대에도 각기 연주자와 편곡자로 이름을 드높인 김명곤과 최이철이 그룹의 운영을 주도했던 이들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연주 자체에 천착했던 뮤지션들이었다. 이 음반에는 디스코 풍으로 김명곤이 편곡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와 베토벤의 <운명>이 실려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음악적인 실헌'이었다. 그리고 최이철의 마우스 튜브 연주가 뛰어난 <달빛>은 지금도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듣기 힘든 비범한 연주가 담긴 곡이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