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8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끼 지음, 서정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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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한권짜리 신판 양장, 분권된 세계문학판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갖고 있던 거'지 읽진 못했다. 제목이 왠지 인문서를 연상시켜서 '지루하지 않을까'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책은 읽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였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남녀 간 사랑, 삼각관계, 우정과 갈등 등이 마치 주말연속극을 보는 듯 흥미롭게 이어진다. 이 때문에 1800년대 텍스트를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2.

 

프롤로그에 이어, 이야기는 '베라 빠블로브나'(베로치카)의 소녀시절부터 시작된다. 베로치까의 가족은 아버지(빠벨 콘스탄찌노비치 로잘스키), 어머니(마리아 알렉세예브나), 베로치카, 남동생 표도르 이렇게 4식구인데, 아버지는 관청 서기보이며 어머니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금전대여를 한다. 어머니의 관심은 베로치카를 돈 많고, 힘있는 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부잣집 장교 '미하일 이바노비치 스토레쉬니코프'가 베로치카를 원하자, 어떻게든 그와 딸을 결혼시키려 안달을 한다.

 

하지만, 베로치카는 미하일 이바노비치의 청혼을 거절(p.77)한다. 그러자, 마리아 알렉세예브나는 이런 반응을 보인다. 딸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너 정신이 나갔구나, 이 바보 같으니? 감히 순종하지 않고, 어디 다시 한번 말해 봐!"(p.77) / "짐승 같은 년! 베르까!(베르까는 베로치카를 경멸하듯 부르는 명칭임) 그가 네 얼굴에 미쳐 너를 원하는 것만 아니라면 피가 나도록 흠씬 때려 줬을 거야! (중략) 이 지긋지긋한 바보 같은 년!"(p.78) 마리아 알렉세예브나가 어떤 성격인지, 딸을 어떻게 대하는지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러던 중, 남동생 표도르의 가정교사로 '로뿌호프'(드미트리 세르게이치)가 들어오고, 베로치카와 로뿌호프는 서로 묘한 감정을 느끼는데...과연 베로치카는 마리아 알렉세예브나의 압박에서 벗어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3.

 

구성상 주목한 것은, 작가가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로뿌호프의 독백장면 바로 뒤에서, "나는 독자들에게 미리 경고해 두고자 한다. 로뿌호프의 이 독백이 장차 로뿌호프와 베라 빠블로브나의 관계이 미칠 어떤 중요한 동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미리 넘겨짚지 말라는 것이다."(p.206)라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프롤로그의 [서론을 대신하여](p.21)에서는 무려 5페이지 가까이 개입하는데 마치 [작가후기]를 땡겨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점이 불만요소는 아니다. 크게 작품흐름을 끊지도 않았고, 작가와 호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리어 좋았다.

 

4.

 

<무엇을 할 것인가>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사실 저런 걸 몰라도 상관없다. 베로치카가 봉제조합을 설립하는 p.274이전까지는 그냥 남녀 간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로 읽어도 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점에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느낌도 받았다. (물론, 봉제조합 설립이후, 조합운영이나 이익분배 장면은 사회주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아니, 처음에 우정, 갈등, 삼각관계도 있다면서 왜 이야기 안하지?"라고 궁금해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른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살짝만 던지고 가겠다. 로뿌호프의 베스트프렌드, '끼르사노프'란 인물이 있다. 어느 정도 절친인가 하면, 베로치카가 하루 종일 붙어다니는 둘을 (반쯤 장난식으로) 질투할 정도였다. 그런데, 끼르사노프는 로뿌호프, 베로치카 커플을 보고 점점 심한 마음의 갈등을 일으킨다. 왜? 아시죠? ^_^ 그런데, 또 그런 끼르사노프를 짝사랑하는 '나스쩬카'란 아가씨가 있으니, '아, 사랑은 어렵군.'

 

5.

 

생소한 작가, 1800년대 작품, 엄청난 분량, 분명 <무엇을 할 것인가>의 첫인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생소한 작가의 1800년대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소개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의 걸작이니 뭐니 상관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그냥 읽어서 재미있고 즐거운 소설이다. 대충보고 절대 겁먹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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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이거 예상하고는 엄청 다르네요.

인문서에 버금가는 지루한 책인지 알았는데, 진짜 재미있는 소설임ㅋㅋㅋ

 

느낌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아요. (내용이 비슷하다는 건 아님!! 느낌이.)

1800년에 나온 책인데도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네요. 번역도 나쁘지 않음.

 

지금, 상권 300페이지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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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북스, 파라주니어 책이 눈이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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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지리 이야기- 세계 미스터리 속 지리 상식
리나 지음, 유소영 옮김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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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가 초등5~6학년으로 돼 있네ㅋㅋㅋ
미리보기하니까 너무 재밌을 거 같아서 구입.
사회과부도 보는 듯한 느낌일 듯.
죽은 예술가도 쑤군대는 살아있는 세계문화- 세계 미스터리 속 문화.예술 상식
왕옌밍.짜오용펑 지음, 김수현 옮김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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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재미날 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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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곡선
고사카이 후보쿠 지음, 홍성필 옮김 / 파라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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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고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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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 마음을 훔치는 기술
김모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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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력적인 사람들이 가장 많은 직업군은?'이라 묻는다면, 분명 '스튜어디스'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단아함, 아름다움, 밝은 미소의 상징이 바로 스튜어디스 아니던가? 저자는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최연소 VVIP 전용기 사무장, 신입 승무원 입사교육 강사를 역임했고, 서비스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항공서비스과 전임교수자리에 오른(앞날개 참조)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런 저자가 풀어내는 '매력론'이라, 절로 귀가 기울여지지 않는가?

 

2.

 

이 책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생생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는 점, 둘째는 저자가 성실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1) 저자는 어떤 주장을 한 뒤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절대 뜬구름 잡는 이론을 늘어놓지 않는다. (저자는 글을 쓰는데도 아주 성실하다.) <매력>은 이런 에피소드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고,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몇몇 사례를 보자.

 

[역할의 한계란 없다](p.158)라는 항목에선, 고객감동을 위해 '고객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가방끈 사례'를 소개한다. 멋진 노신사가 불편하게 서류가방을 품에 안고 탑승한다. 의아하게 여긴 저자는 묻는다. "손님, 왜 가방을 가슴에 안고 들어오세요?" "내 오늘 사업차 유럽에 가는 길인데 이 가방 손잡이가 끈이 오다가 끊어졌지 뭐니까." 일반적인 승무원이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을 테지만, 저자는 달랐다. 고객을 불편함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역할의 한계를 넘어 끈이 끊어진 가방을 손수 꿰매기로 한다. 가죽재질의 가방이라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바느질을 했고, 고객은 세심한 배려에 감동한다.

 

[응수도 타이밍이다](p.237)에선, '화장품 회사 회장 사례'가 소개된다. 9.11테러의 여파로 탑승권 확인절차가 강화되었던 때에, 한 신입사원이 확인과정에서 다소 무례한 언행('신분확인'이란 말)을 한다. 상대방인 화장품 회사 회장은 기분이 상해, 저자에게 화를 낸다. "음료수나 주고 밥이나 주는 게 서비스인 줄 알아? 필요 없어! 그리고 내가 이 어이없는 사태에 대해 당신네 회사 회장에게 분명히 말하겠어. 서비스가 아주 최악이라고!"(p.239) 저자는 사과했지만, 승객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냉랭한 공기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그 승객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혹여 기분 상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p.241)이다. 진심어린 노력은 통하는 법이었다. 결국 회장은 화를 풀고, 객실 승무원들에게 화장품 상품권을 선물로 준다. 돌아가서는 회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비행기를 탈 때, 한 승무원의 실수로 매우 불쾌해 있었는데, 김모란 승무원의 말 한마디로 나빴던 기분이 확 풀렸소. 아주 유쾌한 직원이더군.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을 겪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만나면 다 풀리겠던 걸. 그런 직원을 둔 귀사가 부럽군요!"(p.244) 정말 극찬 중 극찬이 아닌가? 저자는 적(?)까지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2)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꿈이었던 첼로를 포기(p.18)해야 했던 것,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대학시절,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ROSE란 가게에 유혹(p.27)당했던 것. (물론, ROSE는 잠깐 흔들렸던 것 뿐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되묻고 ROSE를 날려버린다.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어 학교를 다니고 꿈을 위해 그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과연 스스로 떳떳할 수 있을까?'라고. 멋지다.) 스튜어디스 신입시절,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것 등등. 쉽게 털어놓기 힘든 것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에 절로 믿음이 간다. 

 

3.

 

자기계발서에서 교훈을 얻어, 일상을 변화시킨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책과 현실엔 꽤 큰 간극이 있다. 하지만, <매력>을 읽으며, 뭔가 내면에서 '꿈틀!'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각 장 말미에 실린 [김모란의 드림노트]를 읽으며, 저자의 성실함, 계획성, 실천력에 놀랐고,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당장 책을 보고, 계획을 세웠고, 토익 책을 펼쳤다.

 

<매력>을 읽으며 김모란 교수의 매력속으로 빠져버렸다. 저자는 미모만 빼어난 것이 아니라, 내면의 매력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지인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을 만났다. 김모란 교수의 매력론,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저자가 스튜어디스 시절 경험했던, 연예인 승객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배우 김윤진씨(p.76), 개그맨 홍록기씨(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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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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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158,159쪽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269쪽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地圖)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이어서)-446,447쪽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難問)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446,4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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