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 악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봇코짱>을 기점으로 플라시보 시리즈의 그 이후 작품은 모두가 대단한 걸작이다. 혹시 플라시보 시리즈에 대한 시각이 관대해진 건 아닌지 초반 작품을 다시 읽어봐도 마찬가지다. 우연하게 좋은 작품이 몰린 걸 수도 있고, 취향 문제일 수도 있지만, 분명 특이하다. <도련님과 악몽> 역시 대단하다. '이것이 호시 신이치다! 이것이 쇼트-쇼트의 정수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전체 분위기는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초반은 호러풍, 중반은 타임머신 등이 등장하는 미래과학 이야기, 종반은 외계인과 우주 이야기.

공포 분위기의 시작은 [눈 오는 밤]이다. 부모의 애틋한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분위기 반전은 오싹했다. 겨울의 고요함이 물신 느껴지는 밤, 노부부는 2층에서 공부하는 아이를 걱정한다. 야식이라도 갖다 줄까, 괜히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자녀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훈훈하다. 강도가 침입함으로써 분위기는 1차 반전되고, 결말에서 또 한번 반전된다.

[응시]의 설정은 일본 공포영화에서 본 적 있다. 영화의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데, 호시 신이치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듯 하다. [꿈속의 남자]같은 경우, 얼핏 보기엔 전혀 무섭지 않다. 귀신도 유령도 없고, 끔찍한 내용도 아니다. 하지만, 결말을 돌아보면 소름이 돋는다. 이런게 진정한 공포물이 아닐까? 간단히 소개하면, 반복되는 꿈 때문에 고민하는 어느 사장의 이야기 정도. [불운]은 유령선이 등장하기에 분류한다면 공포물에 가깝지만, 무섭기 보다는 '재미'있다. 얼마전 이야기 한, 호시 신이치와 유령 등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봐야 할 듯.

중반은 미래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 많다. 시작은 [친구를 잃은 밤]. 지구에 마지막 남은 코끼리의 최후가 긴급뉴스로 타전된다. 할머니와 손자는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 코끼리는 왜 사라져 버린 거야?" "이 지구상에는 코끼리가 좋아하는 장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일 거야." (중략) "나는 어른이 되면 코끼리와 놀아 줄 수도 있는데." "어릴 적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어른이 되면 코끼리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지. 그런 시대가 계속 되었기 때문에, 코끼리도 저렇게 한 마리만 남게 된 거야."(p.82) 가상의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오다니…잔잔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헛된 시간]도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하다. '광고제거기'를 만든 과학자를 통해 광고가 넘쳐나는 현실을 풍자한다. [건조시대]와 [백주의 습격]은 타임머신이 중요소재란 점이 유사하다. 특히 [백주의 습격]은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끝 부분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우주의 네로] 지구를 침입한 외계인은 "파멸의 시기를 늦추려면 재밌는 걸 해 보라"고 요구한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지구의 운명은? [현명한 여자들]은 외계인이 침입해서, '지구의 여자를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설정 자체가 성차별적 내용인지라 여성분들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다. 크게 셋으로 분류한 흐름과는 어긋나지만, [밤의 침입자]는 간략하게 나마 소개해야 겠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집에 침입한 탈옥수 이야기로, 결말이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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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10-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제야 호시 신이치의 책을 주문했습니다. 바로 이 책이에요.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