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2 - 최후의 결전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파프리카> 1권 '사라진 DC 미니'를 읽으며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결말이다. 흥미롭게 잘 진행되던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후속편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보통 후속편이 있다면, 끝부분에 '2권에 계속'이라던가 책날개에 '근간 <파프리카> 2권'하는 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보통인데,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미리 소개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지 않나. 오해의 소지도 줄이고 말이지. 후속편의 존재를 모른 상태에서 저런 결말을 내가 어떻게 평했는지 인용해 보겠다.

'흥미진진하고, 놀랍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결말에 가서 무너져 버린다. 저자는 갑자기 허둥지둥대며 엉성하게 끝내버린다. 어이가 없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분량문제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 대충 수습하고 끝내버렸다는 것이다. (초중반 저자가 깔아둔 이야기를 제대로 끝마치려면 한 권 분량으로는 도저히 어려운 게 사실) 아니면, 쓰다가 그냥 지쳐서 관뒀거나, 건강이나 외부적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대충 끝마쳤을지도 모르고. 이건 아닌 거 같지만,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그랬을지도.'

아무튼, 후속편은 존재했고 난 행복하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최고 걸작, <파프리카>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기에. <파프리카> 2권 '최후의 결전'의 스케일과 재미는 1권의 10배 이상이라고 단언한다. 당연하다. 1권이 등장인물 간 역학관계를 정리하고, DC미니와 파프리카를 소개하는데 중점이 있는 반면, 2권부터는 본격적인 권력암투, 선과 악의 흥미진진한 대결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파프리카>는 1권과 2권을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런걸 1권이 끝인 줄 알고 투덜투덜 댔으니…

'이누이 세이지로' 부이사장과 오사나이 일파는 음모가 본격적으로 부각된다. 시마 소장과 아쓰코등을 축출하고, 연구성과를 가로 채기 위해, 이들은 DC미니를 손에 넣어 시마 소장과 도키타를 발병(p.13참조)시키고, 아츠코를 고립무원의 처지로 만든다. 이들에 맞서 고분분투하는 아츠코. 다행히 파프리카에게 치료받던 회사중역 '노세 류오', 경찰 간부 '고나카와 도시미'가 여러모로 아츠코를 돕는다. 이후는 DC미니 확보를 위해 꿈속을 넘나드는 파프리카와 오사나이 일파의 대격돌이다.

거대한 일본인형이 등장(p.123)하고, 히무로의 꿈이 현실을 침범하는 이후부터는 가히 충격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인간의 상상력과 묘사력을 뛰어넘는다. 음모의 음모, 꿈과 현실, 현실과 꿈을 거듭하는 현란한 전개에 넋이 나갈 정도이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다. 요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저걸 어떻게 정리한단 말인가? 아무튼 이누이일파와의 갈등구조는 꿈속에서 온갖 괴물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부분에서 절정에 달한다. 파프리카는 과연 이들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파프리카>는 단순한 소설차원을 넘는, 우리 세기의 뛰어난 보물이다. <파프리카>가 고전의 지위를 차지함에는 오로지 시간의 경과만이 문제될 뿐이다. 츠츠이 야스타카는 정말 위대한 작가였다. 마냥 감탄할 따름이다. 

 

* 1권을 읽고, 2권을 접하기 전에 <파프리카> 애니메이션을 봤다. 소설 속 장면이 애니메이션과 오버랩 되면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애니메이션도 원작에 누가 되지 않는 수준. (소설 뒷부분에 등장하는 파괴의 마신 '아스모테'p.193나 노벨상 수상과 관련된 부분은 애니메이션엔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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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8-3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보려 했던 작품입니다. 저도 쥬베이님처럼 '1권->애니->2권' 순으로 볼려구요.^^

쥬베이 2008-08-31 20:24   좋아요 0 | URL
ㅋㅋㅋ이거 애니도 재밌고, 소설도 좋아요^^
꼭 읽어 보세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