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소방관 - 희망 가계부 프로젝트
제윤경 지음 / 이콘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특별한 소방관>은 우화형 재테크서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힌 제윤경의 신작이다. 이전 작품에서 선보였던 내공은 여전하다. 마치 소설을 보는듯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구성상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한층 탄탄해진 완성도는 위안이 될 것이다.

한마디 더 하자면, '새로움'은 책의 구성보다 내용에서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쏟아지는 재테크 서적을 살펴보면, 허황된 대박의 환상을 주입하거나 아니면 당연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저런 책은 읽으면 해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전하는 메시지가 소박하다. 허황된 대박의 꿈을 자극하지 않고, 소홀하기 쉬운 가정경제의 기본을 되짚는다. 믿음이 갔다. 기존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이런 새로움이야 말로 이 책의 가치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민수, 김미연 부부 집에 '가계 재정 소방관'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미연의 오빠 이름(김정수)을 대며, 집의 불씨를 제거하려고 왔다고 한다. "보시다시피 저는 정말 소방관입니다. 다만 진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이 아니고요. 이 가정의 행복, 가족의 꿈, 사랑을 위협하는 불을 끄는 소방관이죠."(p.35) 갑작스런 방문에 부부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들은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이 가진 불씨는 스스로 끄기엔 너무도 컸기에.

부부는 먼저 처한 상황을 돌아본다. 아내의 처지는 '쩐모양처 스트레스', 남편의 처지는 '부자 아빠 스트레스'로 대별된다. [쩐모양처 스트레스](p.45이하) 요즘 주부들은 재테크로 가계를 부유하게 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여기저기 떠들어 대는 재테크 성공담에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결국 '나는 뭘 하고 있지?'란 자괴감에 괴로워 한다. 여기가 아이들 사교육비 걱정까지. 재테크때문에 외동딸 예진을 챙기지 못한 미연씨는 남편에게 험한 소리까지 듣는다. 이런 재테크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부자 아빠 스트레스](p.63이하) 구조조정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편, 아내가 선물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마저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는 하소연 한다. "당신 모르지. 나 말이야.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지하철역에서 확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은 거야. (중략) 당신에게는 당신이 '돈돈돈' 거리지 않을 만큼 넉넉하게 벌어다 주는 남편이 필요한 거 아닌가. 근데 도대체 내 꼴이 이게 뭔가…그런 생각 때문에 말이지."(p.67)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역할모델인 미연의 오빠 김정수의 이야기이다. 동생과 가족을 위해 고생만한 정수씨, 생전 투덜대는 일없이 묵묵히 살아온 정수씨, 하지만 그도 동생의 빰을 치며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p.96) 그건 미연씨가 무리한 재테크를 위해 여기저기 빛을 낸데다, 오빠의 명의까지 빌려 일을 벌였기 때문. 미연은 오빠가 야속하기만 하다. 남들 다하는 걸 왜 저리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숙제를 남기고 떠나는 소방관은 미연씨에게 뭔가 건넨다. 그건 바로 오빠 정수씨의 일기 가계부, 어머니와 동생을 힘겹게 부양하던 오빠의 땀과 눈물이 담긴 기록이었다. 새언니가 오빠에게 쓴 편지도 있었다. 미연씨는 눈물을 흘린다. 편지 속 오빠는 이런 말을 한다. "흔히 부자는 돈이 많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그런데 나는 돈이 별로 없어. 그렇다고 이제부터 죽어라고 돈 버는 것에만 올인 해서 돈 많은 부자가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야. 돈이 많아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언제나 돈을 잘 다뤄서 우리가 함께 살면서 해야 할 것들, 하고 싶은 일들을 꼭 하고 살았으면 하는 거지."(p.131)

소방관이 남긴 숙제를 시작한다. 가계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그간 경제습관을 돌아본다. 드디어 돌아온 소방관, 본격적인 '가계 재정 소방관'의 카운셀링이 이어진다. 그가 강조하는 첫번째는 '잡동사니 소비의 문제점'(p.185이하)이다. "큰 지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잡동사니 소비들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방심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중략) 이렇게 불필요한 잡동사니 소비를 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그것들을 사려고 소비한 돈보다 보관하기 위해 더 많은 지 출이 이어지는 거죠."(p.186) 상당히 공감이 갔다. 그리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을 마케팅의 함정에 빠져 사버렸던가, 사소한 거지만 쉽게 잊는 중요한 소비원칙이다.

두번째는 '머니게임의 함정'에 대해서다. 보통사람들은 나만 가난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데다, 가격이 오르는 것만 생각하기에 머니게임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p.198,199참조) 이는 너도나도 대박을 꿈꾸며 재테크 열풍에 몸을 던지는 것에 대한 경고이다. (이야기에는 성공하다 망해버린 김대리의 모습으로 형상화) 소방관은 말한다. '최후의 피해자로 남지 않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빨리 떠나라 입니다'(p.200)라고. 든든한 소방관의 카운셀링을 통해 거듭난 민수씨와 미연씨, 중요한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무리한 재테크욕심이야 말로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나의 특별한 소방관>은 무리한 재테크로 인한 갈등, 파멸의 모습과 그 필연적인 이유를 경고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외국서적에 질렸다면, 허황된 환상만을 자극하는 재테크서적에 의문을 품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너무나 중요하기에 잊고 있었던 재테크의 기본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zydevil 2008-08-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테크라... 저는 국내 최고의 소방수인 오승환이나 한기주가 와도 불을 끌 수 없는 지경이랍니다....ㅠㅜ

쥬베이 2008-08-08 14:42   좋아요 0 | URL
ㅋㅋㅋlazy devil님^^
한기주도 끌 수 없다면...으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