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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 빠진 수법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흔해 빠진 수법>은 플라시보 시리즈의 여섯번째 작품이다. 시리즈는 계속되지만 호시 신이치의 상상력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곤 한다. 한편, 뒤에 실린 해설과 저자의 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시 신이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이라고 할까. 베일에 쌓여 있는 미지의 세계를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듯한 느낌. <흔해 빠진 수법>뒤엔 해설은 없고 저자의 말이 실려 있다. <도둑회사>에 실린 저자의 말이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인간 호시 신이치 이야기'였다면, 이건 '소설가 호시 신이치가 들려주는 창작론' 정도가 되겠다. 특히 아이디어에 중점을 둔.
전체적인 특징을 개관한다면,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적 작품의 감소, 공포 미스터리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의 증가'라고 말할 수 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공포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아주 반가웠다. [산길](p.72), [이단](p.142), [사이드 비지니스](p.150), [뒤돌아 본 얼굴](p.179)등등. 또한 [돌기둥](p.35),[길흉](p.50)같은 경우, 공포는 아니지만 스토리전개가 미스터리하다.
[이단]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말한다. "나, 귀신 봤어요." 하지만 엄마는 비웃으며 아이를 바보취급한다. 그러나 아이는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맨션내에서 유령을 봤다는 사람은 눈 깜짝 할 새에 늘어나 한 사람만을 빼고 맨션 거주자 대부분이 유령을 보게 된다.'(p.146) 유령을 보지 않았다는 유일한 남자, 그는 누구인가? 국내 어떤 영화(영화 이름을 밝히면 스포일러가 된다)를 연상시키는 설정이 섬찟했던 작품.
[사이드 비지니스] 회사에서 돌아와 사이드 비지니스를 하는 청년, 그의 비지니스는 의뢰를 받아 가해자를 찾거나 피해자의 사적복수를 감행하는 것. 범인도 동기도 불분명한 죽음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아달라며 한 남자가 의뢰한다. 남태평양 섬에서 전해내려 오는 방법으로 가해자 인형을 만들어 해결에 나선 청년, 과연 남자는 복수할 수 있을까? 청년의 방법은 효과가 있을까?
[뒤돌아 본 얼굴]은 독특하게 액자식 구성이다. 쇼트-쇼트라 깊이있는 구성이 쉽지는 않을텐데 아무튼 인상적이다. 폐인만들기 업체 담당자와 의뢰인이 대화중이고, 대화속에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떤 마을에 간 남자가 민얼굴의 여인, 눈4 코와 입2인 사내등 괴상한 얼굴의 사람들을 연이어 만나 폐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그것인데, 이는 어릴 적 괴담집에서 읽은 것이다. 원래 일본에서 떠도는 괴담을 그 괴담집에서 실은 것인지,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차용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산길] 역시 구성이 입체적이다. 휴가를 맞아 후배인 청년과 작은 마을로 내려간 '나'. 청년은 유령이 나오는 무시무시한 꿈 이야기를 하며, 마을을 떠나려고 한다. 이어 '나'의 꿈 이야기가 이어지며, 숨겨진 진실은 밝혀진다. 과연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흔해 빠진 수법>엔 여름철에 걸맞는 오싹한 이야기 하나 가득이다.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뿐만 아니라 공포스런 분위기까지 느끼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