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돌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마다 스타일이 있기에 제목만으로도 대충 내용이나 소재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시다 이라의 <도쿄 돌>은 무슨 내용인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뭐낙 다양한 느낌의 소설을 선보이는 그 아닌가? 살짝 만화 '쵸비츠'와 유사한 설정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그건 아니었다.

수백만장이 팔린 메가히트게임 '여신도시'의 기획, 제작자인 'MG'(사가라 가스토), 편의점 알바하다 MG에 눈에 띄는 '미즈시나 요리'가 주인공이다. MG는 편의점에서 요리를 발견하고 게임 '여신도시'의 모델활동을 제안(p.22)한다. 그것도 월 50만엔이란 파격적인 갤런티를 약속하고…. 그렇다. MG는 최고급 제품에 외제차를 가진, 쇼핑따위는 질릴 정도로 돈많은 남자다. 갑작스러운 MG에 제안을 요리는 받아들인다. 미용학원 등록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녀에게 MG의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MG와 요리의 관계를 분석해 보자. 도대체 왜 MG는 요리같은 평범한 여성을 모델로 선택한 걸까? 일단 섹스파트너같은 '다른 꿍꿍이'는 원인에서 배제해도 될 듯하다. MG는 예쁜 여자친구-고테가와 히로카-가 있는데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여자를 곁에 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돈 많은 자의 객기일까? 요리도 저것이 궁금했나 보다. MG에게 대놓고 묻는다. "왜 나였어요? (중략) 왜 나라는 인간을 선택했'(p.75)나요?" "요리의 어느 부분이 딱 다가왔는지 설명하는 일은 아직 불가능한 것 같아."(p.76) 다소 맥빠지는 답이지만, 평범한 여직원에게 반하는 재벌2세의 모습을 연상하면 얼추 이해될 듯도 하다.

다른 인물들을 살펴보자. 요리의 남자친구 '요시토시', MG의 여자친구 아니 약혼녀 '고테가와 히로카', MG의 회사 '디지털 아미'의 공동대표 '미네쿠라 가쓰미'등. 요시토시는 요리를 지키게 위해 MG를 위협하는 불량배로 돌출행동이 우려되는 인물이다. 그는 MG에게 이상한 말을 꺼낸다. '요리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으며 자기의 목숨도 구해준 일이 있다'(p.34)는 것이다. 요리가 가진 특별한 힘? 과연 무엇일까? 이 부분은 나중에 읽을 분을 위해 남겨두겠다. (요리가 직접 자신의 능력을 말하는 부분 p.119 참조하시길)

MG와 요리가 함께 작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빌딩 뒤 네온사인, 고즈넉한 도쿄의 밤, 그리고 두 남녀…근사한 도시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둘은 점점 단순한 업무관계를 넘어 깊은 남녀관계까지 발전하고, MG를 둘러싼 네남녀의 갈등은 증폭된다. 이들의 미묘한 관계가 소설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기요카즈 그룹의 '히로나가'와 관련된 이야기다. 히로나가는 제안한다. '디지털 아미'와 기요카즈 그룹의 '엣지'가 손을 잡고 세계시장을 진출하자고. 히로나가에 적극적인 제안에 흔들리는 디지털 아미. 히로나가의 속내는 과연 무었일까? 네남녀의 애정관계는 어떻게 결말을 맞을지?

<도쿄 돌>을 통해 이시다 이라는 또 하나의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도시적 감각이 넘쳐나는 세련된 이야기, 읽는내내 즐거웠다. 위에 소개한 것은 그야말로 극히 일부분이다. MG와 요리의 만남과 사랑, 갈등, 히로나가의 음모까지, <도쿄돌>은 매력적인 요소가 넘쳐난다. 이시다 이라의 참 맛을 느껴 보시길.


* 사가라 가스토는 왜 'MG'라고 불리는 걸까? "MC는 마스터 오브 세레모니, MG는 마스터 오브 게임. 나는 게임의 기획, 원안, 시나리오, 감독 일을 모두 하고 있어. 그래서 어느 새 모두들 MG라고 부르게 되었지. 알겠어?"(p.19) 어 알겠어. 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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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볼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재밌나보네요~?ㅇ.,ㅇ

쥬베이 2008-02-19 17:17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어요,
큰 기대는 안하고 봤는데, 도시적인 드라마 한편을 본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