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넘기는 남자
이청해 지음 / 문이당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보 넘기는 남자>는 탄탄한 작품집이다. 수록되어 있는 7편의 단편 모두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30,40대 중년이라는 점, 인생의 쓸씁함 특히 밥벌이 문제가 바닥에 깔려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청해작가는 이제껏 알지 못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빨리 접하고 싶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후의 빛], [두 사람], [생의 한가운데].

[오후의 빛]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놀라운 작품이다. 큰 욕심없이 좋아하는 테니스 하나만으로 행복을 찾는 교사 강희섭, 그에게 옛 동료였던 신선영이 연락을 한다. 전에 근무했던 은산학교에 가고 싶다는 것. 선영과 만나 추억을 반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점점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두 사람] 잠이 들어 종착역을 지나쳐 버린 두 남녀, 열차가 기지창에 들어가기 전 겨우 내린다. 하지만 그들이 내린 곳은 길도 나 있지 않은 외딴 곳. 여자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에 어떻게 이런 장소가 있었을까? 시간이라는 필름을 40년이나 50년쯤 거꾸로 돌린 것 같았다. 하천 부지인지 야산 자락인지 불모지인지 알 수 없었으나 주변은 온통 잡초들이 거칠게 우거져 있었고, 자갈밭과 어빡자빡한 둑, 둔덕, 물 고인 웅덩이들이 지옥으로 가는 길목처럼 얼기설기 버티고 있었다. 유에프오를 타고 불모의 혹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이럴까.'(p.132,133) 불모의 혹성을 헤쳐나오는 두 남녀의 이야기. 흥미롭다.

[생의 한가운데] 여고졸업 25주년 기념행사 뒤풀이에서 다시 만난 여고동창 윤주. 홀로 자식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왔던 '나'에 반해 윤주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뒤풀이 후 윤주에게 연락이 오고 둘은 자주 만나게 된다. 쇼파위에 누워 있는 윤주를 보며 자신을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 2008-02-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읽고 잇는 피아노치는 여자와 어쩐지 커플같은 제목...^^

쥬베이 2009-07-24 22:25   좋아요 0 | URL
ㅋㅋ그렇네요^^
<피아노치는 여자> 찾아보니 노벨문학상 수상작, 나중에 읽어야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