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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 과연 '술취한 코끼리'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독특한 제목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행복의 부재. 당신과 나의 마음속에서 결코 현실을 이루어지지 못한 코끼리는 불행한 코끼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불행한 코끼리는 머지 않아 술취한 코끼리가 되어 버린다. 술취한 코끼리는 곧 행복의 부재에 대한 슬픈 증명이다. 그 코끼리가 당신의 마음속에 살고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가 없다. 코끼리는 행복의 부재라는 쓰디쓴 술에 취해 있기 때문이다. 술취한 코끼리가 어느덧 당신 마음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p.11)
코끼리는 목표내지 희망, 술취한 코끼리는 좌절된 목표와 희망의 상징이다. 삶과 함께하는 코끼리는 언제나 술에 취해 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목표와 희망은 껍데기 찾기에 지나지 않을뿐,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류시화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코끼리를 간절히 갈구하면 언젠가는 그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세상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거기 언제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코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p.10) 그러면서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떻게 마음속 코끼리를 다슬릴 수 있을까?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감명깊게 읽었다. 표지에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곳곳에 인용되는 수많은 이야기와 교훈들, 가슴에 깊게 와닿았다. 인상적인 일화 몇가지 소개한다. 아잔 브라흐마가 직접 벽돌을 쌓아 절을 지을때, 중간에 어긋난 벽돌 두장이 눈에 거슬렸다고 한다. 그는 벽을 허물고 다시 쌓고 싶어하지만 주지스님은 반대한다. 그렇게 벽은 완성되었고, 브라흐마는 벽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서너달쯤 시간이 흐르고, 한 방문객이 방문했다. 그는 그 벽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놀란 브라흐마가 잘못 쌓은 두개의 벽돌이 보이지 않냐고 반문하자, "물론 내 눈에는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올려진 998개의 벽돌들도 보입니다."(p.28) 충격이었다. 난 지금껏 잘못 쌓아진 두장의 벽돌만을 보아왔다. 잘 쌓아올려진 998개의 벽돌은 지금껏 왜 보지 못했던가?
붓다를 살해하기 위해, 독한 술을 먹인 코끼리를 붓다와 마주치게 한 적들. 붓다의 제자들은 모두 몸을 피하지만, 붓다는 난폭한 코끼리에게 진실한 자비의 마음을 열어보인다. 놀랍게도 난폭한 코끼리 날라기리는 온순하게 붓다에게 절을 한다. 붓다는 날라기리의 몸통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한다. "그래, 날라기리여. 그래, 내가 다 안다."(p.115) 이 얼마나 위대한가?
아잔 브라흐마가 수행하면서 겪은 음식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처음 수행승들의 음식은 주먹밥하나와 그위에 얹힌 개구리 한마리였다(p.232)고 한다. 그러다 생선카레로 바뀌었는데, 우기에 잡은 물고기를 1년내내 저장해 두고 만든 요리였다. 하루는, 생선카레와 돼지고기카레가 같이 나왔다. 오랜만에 돼지고기카레를 먹으려던 브라흐마, 하지만 그의 스승은 돼지고기카레를 거의다 퍼가고, 남은 것마저 생선카페에 섞어 버린다. 격분하는 브라흐마^^ 하지만 그는 곧 깨닫는다. '자기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냈으며, 전혀 깨달음을 얻지 못했음'을, 그는 뒤섞인 카레를 퍼담는다.
더 이상의 언급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자. 그대로 이 책을 느껴라. 아잔 브라흐마와 그의 스승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겠다.
* 각 장의 앞은 엽서형식으로 되어 있다. 분명 독특하고 삽화는 아름다웠지만, 읽을때는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