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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로즈
세르다르 오즈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어린왕자>, <연금술사>와 나란히 언급하는 것은 명작에 대한 모욕이다. <미싱로즈>는 한참 못 미친다. 지루했다. 300페이지도 채 안되는 적은 분량이지만, 읽는데 큰 인내가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뷔작이란걸 감안한다 해도 너무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스토리라인이 극히 빈약하다'는 것이다. 1부에서 어머니의 죽음, 가정내 비밀 밝혀짐, 걸인과 공원화가(마티아스) 만남. 2부에서 제이넵 하님 만남. 이게 전부다. 더군다나 이런 사건들은 어설프게 연결되어 있다. 걸인과 마티아스와의 만남(p.77이하)은 얼마나 어색하고 지루하던지. 걸인과 마티아스가 2부내내 등장하지 않다 결말에 가서야 잠깐 등장하는 것이나, 갑작스레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설적 재미는 떨어지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었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불치병에 걸린 다이애나의 어머니는 다이애나에게 중요한 사실을 고백한다. 다이애나에겐 쌍둥이 자매가 있으며, 그녀는 죽었다고 말했던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것을. 메리와 어머니는 전부터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것을. 어머니는 그녀에게 남긴 편지에서 쌍둥이 자매 메리를 찾아 잘 돌봐달라는 말을 남긴다. 메리를 찾는 다이애나의 여정,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이애나는 우연히 예언자격인 걸인과 공원화가 마티아스를 만난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듯한 '걸인'의 존재는 이야기내내 의문이었는데, 결말부근에 그의 정체를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뭐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이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지루하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다. 다이애나는 메리가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를 하나씩 읽어가며 메리를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
'편지'가 구성상 하나의 축이 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이애나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엄마에게 보내는 메리의 편지등. 정한아의 <달의 바다>와 유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가족간에 편지를 주고 받는 경우가 있을까? 군대에 갔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싱로즈>속 편지는 인상적이다. 가족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편지를 오랜만에 접했다. 세르다르 오즈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다이애나는 장미에게 대화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제이넵 하님'을 만나고, 그녀에게 직접 장미대화법을 배운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 게으른 아들들에게 밭에 보물이 숨겨져 있으니, 열심히 파서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 동화속 아버지와 같은 이야기. 그렇구나. (결말부근에 반전이 있다는 점도 정한아의 <달의 바다>와 유사. 한번 비교해 가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
터키작가의 색다른 느낌의 작품을 읽는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다만 <미싱로즈>는 작가의 데뷔작이란 한계를 넘지 못했고, 소설적 재미나 몰입도 면에서 떨어졌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