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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소믈리에 - 쇼킹발랄 에디터 미미리의 러브&와인 도전기
미미리 지음 / 한스앤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어서는 안되는 거였다. 로맨스소설을 연상시키는 문체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쇼킹발랄'이라는 단어가 넘실거릴 때 정신을 바싹 차렸어야 했다.
처음 '쇼킹발랄 에디터 미미리의 러브&와인 도전기'라는 부제를 보고, 와인에 대한 독특한 입문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와인은 어디까지나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좋은 남자를 만날까, 멋진 사랑을 할까'에 초점을 맞춘 연애서이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각 챕터 마지막에 '백과사전식'으로 언급된다. 이런 정보를 수록하고 '와인입문서'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좀 심하다.
각 챕터 도입부에 '연애의 법칙'이 소개된다. 여성의 관점에서 본 '연애의 법칙'이다. 이런 식이다. '누군가 당신의 소유물, 특히 남자를 빼앗아 간다고 느낄 때, 불평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녀보다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라. 당신이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상사를 욕할 때, 그녀들은 샤또무통 로쉴드를 나누며 업계 최고의 남자를 논하고, 스킨케어 플랜을 짠다.'(p.32)
그렇구나. 한가지 잊고 있었다. 이건 여성을 위한 책이다. 와인이란 말에 혹해 겁도 없이 읽기 시작한 내가 잘못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지금까지 여성을 타킷으로 한 자기계발서를 비롯, 요리책까지 읽었지만 이처럼 심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도리어 여성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좋았다. 그런데, 왜 이 책은 받아 들이지 못한 걸까? 이런 생각을 했다. 저자는 나와는 정반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난 와인보다는 촌스러움이 어울리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러브 소믈리에>, 여성을 위한 가벼운 사랑 & 와인이야기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타킷이 여성인 책을 읽고, '마음에 안드니 어쩌니' 하는게 조심스럽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서는 온갖 불평을 해대는 것은 아닌지'라는 느낌.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건 오로지 의무감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변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