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일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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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작품 중 '최악'이다.

일단 설정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설정의 독특함, 합리성 차원을 떠나,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느닷없이 살인청부업에 빠져 버린 사내, 자기 일기장을 가져 갔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한 소녀, 뭘 이야기하려는 걸까? 등장인물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위르뱅(이노상)과 소녀는, <오후 네 시>의 '베르나르뎅', <살인자의 건강법>의 '프레텍스타 타슈'같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도 아니다.

아멜리 노통브의 장기, 정신을 빼놓는 '신랄한 대화'가 오갔다면 그런데로 봐줄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도 약하다. ('인사부장인 듯한 사내'와 '이노상'의 대화가 오가는 p.116이하는 예외. 하지만 이 몇 페이지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장기를 엿볼 수 없다.)

제목에 등장하는 '제비'는 p.85이하에 등장한다. 위르뱅은 죽은 새끼 제비를 자신이 죽인 소녀와 일치시킨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네가 누구였는지, 네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애타는 나, 너를 제비라 부르마. 그야말로 네게 딱 어울리는 이름. 제비란 이름을 가진 아가씨는 너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p.88) '제비 일기'란 바로 그 소녀가 아버지를 죽인 원인이 된 일기를 말한다. '유리'일파가 이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으로 보아, 뭔가 깊은 비밀이 있는 듯도 하나, 더 이상 언급되지는 않는다.

'유리'일파에게 잡혀 구금된 이노상이 '제비 일기'를 한장씩 뜯어 먹으며, 이런 말을 한다.

'이 글은 한 미치광이가 뒤죽박죽으로 풀어낸 풀어낸 사랑 이야기이다. 제비와 함께한 사랑 이야기는 시작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끝은 최고로 좋을 것이다. 왜냐, 영원히 끝나지 않을테니까. 나는 제비를 먹음으로 해서 죽어가고 있다. 그 애는 내 뱃속에서 천천히 나를 죽이고 있다. 견딜 수 없는, 그러나 결코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 고통을 주면서. 나는 그애의 손을 잡고 죽어간다. 왜냐,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까. 글쓰기는 내가 제비와 사랑에 빠진 곳. 이 글이 끝나는 순간 나는 죽으리라.'(p.128) <제비 일기>도 끝나 버린다.

128페이지 책이 8000원이란 것부터, 내용까지, 실망만 한 가득 안긴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에 대한 내 기대가 순간 무너졌다. 하지만, 여전히 난 아멜리 노통브의 팬이다. 매몰차게 돌아서기엔 그녀가 내게 준 믿음이 너무나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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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1-0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뭔가 슬럼프일까요. 저도 그제 황산을 읽었는데, 그다지...~.,~
제발 1년에 한권씩 안내도 좋다!!라고 언론에서 말한다던데, 그말이 왠지 이해가....(소설을 쓸만한 아이템이 있다기보다는 의무감에 쓰는것같은 느낌도 가끔 들고...)
아멜리 노통브는 재밌기는 한데,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를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들이 몇개씩은 나오는 것같아요. 그래도 재밌는 건 또 재밌으니 안읽을수도 없고..음..

쥬베이 2008-01-0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작했던걸 손질해서 내놓는 것 같기도 하고...
자전적이야기가 아니면, 힘들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아멜리 노통브 안 읽을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