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 이하다. <적의 화장법>은 지금까지 읽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유의 생생한 대화체, 뻔뻔스런 캐릭터는 여전하다. 하지만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뭐지? 뭘까?'
비행기 이륙시간이 지연되어 공항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제롬 앙귀스트'.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건낸다. "비행기 이룩 시간이 이런 식으로 지연되는 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안 그렇습니까?"(p.8) 낮선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그는 귀찮아 하지만, 이 남자는 끊이없이 떠들어 댄다. '공항은 질색이라는 둥' '자기 이름에 대해 주절주절'(그의 이름은 '텍스토르 덱셀) '어린시절 고양이 밥먹이기 일화' 그리고, 충격적인 행각까지…
'텍스토르 덱셀'의 광기와 집착, 궤변은 뻔뻔스러움의 극치이다. '정조를 갖춘 강간범' '강간은 사랑'운운은 어이가 없을 지경. 아무리 정신이 외출했다 해도 저럴수가. <오후 네 시>의 베르나르뎅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이야기 몇몇 곳에 스피노자, 파스칼, 막스 스티르너등의 사상이 언급되며, 이야기 후반(p.126이하) 반전이 있다. 정신이상자 '텍스토르 덱셀'의 너절한 행각과 고백이, 철학적 문제로 까지 확대되는 부분. 글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지금까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고 감탄했지만, 이 부분은 의문이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멜리 노통브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기엔 내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뭐 아무튼.
또한 <적의 화장법>을 읽으며 아쉬웠던 것은, 구성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란 점이다. 특히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덱셀'의 관계, 후반부 반전의 불가이해성은 이런 느낌을 더욱 심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