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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친듯이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읽었다. 채 일주일도 안된 기간에 7편이나...흥미롭고, 인상적이다. 거의 경악의 수준. 즐겨 읽던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등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앙테크리스타> 이 작품은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소설이다. '<두려움과 떨림>의 아멜리 노통브' 이전 시기인 학창시절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흥미롭다. 더구나 작가의 독서관내지 학창시절 고뇌를 느낄 수 있어 한층 더 아멜리 노통브에 다가선 느낌이다.
이번 작품역시 대단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크리스타. 빼어난 미모와 천연덕스러움으로 많이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물.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친구를 사귀는 일에 서툴어 거의 혼자였던 블량슈(아멜리 노통브)는 그녀를 보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특히 크리스타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를 갖는다는 건 나로서는 도무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크리스타의 친구가 된다는 것, 아냐, 꿈도 꾸지 말아야 해. 내가 어째서 크리스타와의 우정을 바라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명확한 대답을 찿을 수 없었다. 그저 그녀에게는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그게 무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p.8)
멀리서 통학하는 크리스타를 보고, 블량슈는 부모님께 부탁한다. 월요일 저녁마다 걔가 우리집에서 자도 괜찮은지.(p.12) 누가 알았더냐, 이것이 비극의 시초임을. 놀라운 붙임성과 '가식'으로 블량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크리스타는 블량슈 집에서 더이상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고, 크리스타는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
크리스타의 본색이라, 그녀의 변신은 읽는내내 섬찟할 정도였다. 블량슈를 강제로 벗거벚게 만들어 몸매를 품평하고, 침대를 점령하고, 시끄러운 락음악을 틀어놓고, 온갖 가식과 심술에...숨이 막힐 지경이다. 마치 놀부의 악행을 열거하는 듯한 느낌.
블량슈의 말을 들어보자. '그녀의 여러 가지 면이 나를 화나게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해하겠니?'로 말을 끝내는 방식이야말로 정말 짜증났다. 마치 상대방이 자기 말의 섬세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리라는 투였다.'(p.68) '크리스타는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을 무시했다.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속내를 드러내는 그녀의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까마득히 몰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내 증오심의 빗장이 풀려버렸다. (중략) 앙테크리스타는 그야말로 쓰레기였다.'(p.129)
처음 '앙테크리스타'란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 노통브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앙테크리스타'는 어디서 온 단어일까? 다음을 보자. '나는 경악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를 모욕하고 즐거워하는 게 보였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저 애의 이름은 크리스타가 아니야! 앙테크리스타(Antechrista, 종말 직전에 나타나 혹세무민한다는 사이비 그리스도 앙테크리스트 Antechrist를 연상시키는 이름 : 옮긴이)야!''(p.80) 정말 잘 어울린다. 앙테크리스타.
앙테크리스타의 끝모르는 심술과 가식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읽어 보시길.
* 책읽기에 대한 아멜리 노통브의 공감하는 한마디, "책읽기를 도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책읽기란 가장 정신집중이 된 상태에서 현실과 대면하는 것이다."(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