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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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언 스탠더즈' 집중분석

'코리언 스탠더즈'라...일단 의문부호를 품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뭘 뜻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끝부분 미스테리 서클처럼 옥수수밭에 찍힌 거대한 KS마크를 확인하고야 '아, 저거구나'했다. 그럼 KS마크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제목 '코리언 스탠더즈'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잠시뒤에 살펴보자.

줄거리를 보면, 화자인 석현, 그의 아내 수희, 기하형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학 운동권이었고, 운동권의 슈퍼스타였던 기하형을 석현은 동경했다. 아내 수희는 기하형의 여자였다. 하지만 기하형이 구속 수감된 사이 수희는 석현의 여자가 되었다. 염치없어 하는 석현에게 기하형은 '수희를 부탁한다'는 한마디만 던질 뿐이다. 시간은 흘러 기하형은 출소하고 농촌운동에 투신한다. 기하형의 농촌공동체에 내려간 석현은 기하형에게 놀라운 말을 듣고,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기하형'이란 인물은 적극적으로 사회변혁을 위해 노력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다소 답답하고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이대로 무너지면 누가 농촌운동을 위해 투신하겠니?'(p.196)라는 부분을 보면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소영웅주의도 엿 볼 수 있다. 아내인 '수희'는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운동권의 여학생에서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로, 몸무게 44kg에서 70kg으로, 이런 변화는 기하형과 대조되어 주제를 부각시키는데 일조한다.

석현, 수희, 기하형의 관계를 이렇게 볼 수 있다. 기하형은 운동권에 투신하던 그 때 그 모습, 수희는 운동권과는 멀어진 변화된 모습, 그 중간에 석현이 있다. [ 기하형 <------ 석현 ------> 수희] 이런 도식쯤 될까? 중간자적 위치에 있던 석현이, 기하형의 전화로 농촌으로 내려가 대학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부분은 왼쪽으로, 아내의 전화를 받고 노래방에 있는 딸의 노래를 듣는 부분은 오른쪽으로, 순간순간 이동한다.

'외계인과 외계인의 습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를 하나의 환각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환각으로 보던,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던, 중요한건 그 상징성이다. 초반으로 돌아가자. 초반에 '운동권이란 단어가 있다' '농촌이란 단어가 있다'(p.181,182)가 연이어 서술되며 양자의 관계를 암시한다. 즉, 운동권과 농촌은 동일시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농촌을 파괴하는 외계인은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정부 내지 국가권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이어지는 '인간은 서로에게, 누구나 외계인이다'(p.194)라는 문장을 고려한다면, 외계인은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배신해 버린, 이제는 더 이상 노동운동(혹은 농촌운동)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70kg아줌마가 되버린 수희도, 정鄭도, 그런 의미에서 외계인이다. (애당초 저런 것엔 관심조차 없던 사람은 순혈통 외계인이겠지)

처음 언급했던 KS마크의 상징성을 주제와 관련지어 해석해 보자. KS마크는 '더 이상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어가는'(p.184) 즉, 평범한 삶에 안주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적극적인 변화의 의지를 가진 이들의 노동운동, 농촌운동을 억압하는 국가권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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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10-1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서로에게, 누구나 외계인이다'
이 문장 뭔가 가슴을 탁 치네요!

쥬베이 2007-10-18 22:46   좋아요 0 | URL
네^^ 박민규 작가님 정말 대단하죠.
강의때문에 다시 읽었는데, 구성 하나하나가 깊은 뜻이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