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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스포일러 있을지도
< 방과 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자,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데뷔작을 읽는 건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다.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의 가장 순수한 원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항상 '저자의 말' '해설' '역자 후기'등을 먼저 읽는다. 불변의 독서원칙이다. 처음 책을 손에 잡고 읽은 저것과, 다 읽고 난 후 읽은 저것의 미묘한 차이를 사랑한다. 뒤에 실린 '구로카와 히로유키'의 해설은 흥미로웠다. 잘난척 가득한 일반 해설과는 달리 히가시노 게이고와 만남부터 담백하게 써내려 간다. 공감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세번째는 치밀함. 나 역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지만 학교의 각 부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 등을 묘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특히 축제 장면 등은 놀라울 정도로 적확하게 묘사해, 작가가 이 작품을 쓰면서 얼마나 치밀하게 취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네번째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나는 특히 다카하라 요코가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비뚤어지긴 했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그녀를 통해, 나는 한편으로는 어른이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아이인 여고생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p.433)
'세이카' 사립 여자고등학교의 수학교사이자 양궁부 고문인 '마에시마'. 그는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일련에 시도에 몸서리 친다. 그를 죽이려는 자는 누구인가? 그러던 중, 학생주임이었던 동료교사 '무라하시'선생이 탈의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형사 '오타니'는 무라하시에게 원한은 품을만한 자들을 집중 조사하고, '다카하라 요코'와 '아소 선생'이 용의자로 떠오른다. 이런 가운데 학교 축제에서 '다케이 선생'마저 살해되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초반부터 부각된다. 이런 정면돌파식 서술은 결말부분에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주범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요코, 아소선생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지만, 난 케이와 마에시마가 의심스러웠다. 즉 이야기 전체가 마에시마의 농간이고, 살해위협은 그의 자자극내지 착각이라고.
나중에 밝혀지는 '무라하시 살인사건'의 탈의실 밀실트릭은 실망스러웠다. 저대로 한다면 분명 흔적이 남을 것이다. XX에 천을 씌워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흔적 남기는 마찬가지. 별로 공감이 안갔다.
사건의 동기에 대해 저자는 많은 질문과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법하다. 일반적인 사건동기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그의 입장으로 돌아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고도 슬퍼하는 시기 아닌가?
*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 그런거 였구나…무섭다. 역시 가장 무서운건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