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그림자일까?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숙희 지음 / 보림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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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 지 한참이 되었지만 아이와 난 자주 이 책을 보지는 않는다. 아이도 아이지만 내 마음에도 별로 들어오는 책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림자의 주인공을 상상하는 것이 아이의 수준에 맞게 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표지그림에서 작은 아이의 그림자가 큰 어른의 그림자처럼 비치는 것은 재미있으나 그 밖의 다른 것들, 우산과 박쥐, 안경과 뱀, 장화와 불독 등 다른 소재들은 모두 '억지 연상'이다. 게다가 다음 장의 힌트가 (정답이) 앞 장 구석에 살짝 들어가 있는 점은 이 억지 연상마저 방해하고 있다.   

책의 취지와 발상은 좋았으나 상상력을 불러들이려는 노력이 너무나 작위적이란 느낌. 어린 아이들보다 오히려 초등학생쯤 되는 큰 아이들에게 상상보다는 '연상'이라는 단어를 설명해주기 위한 책으로 좋을 듯 하다. 저자의 좋은 그림과 책에 대한 발상이 아깝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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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미래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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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고 비 오는 오후, 작은 새 한 마리가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아무도 없는 건물 안으로 날아들어간다. 이곳은 공룡의 뼈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커다란 박물관. 작은 새는 탐색이라도 하듯 공룡의 머리 위를 배회하면서 이빨 위에도 앉아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데, 어느 순간 공룡들이 살아 깨어난다. 뼈에 살이 붙고 살아있는 모습으로 중생대 그들이 번성하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작은 새 역시 그 난데없는 시대로 뛰어들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익룡을 비롯해 커다란 공룡들과 조우한다. 커다란 공룡의 입 앞에서 깜짝 놀라 날개짓하는 작은 새와 '아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하는 표정으로 작은 새를 쳐다보는 공룡의 표정이 재미있다. 결국 새는 무시무시한 공룡에게 꿀꺽 잡아먹히는데 공룡의 입안을 통과하면서부터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다. 공룡은 다시 뼈만 남은 화석에 불과한 것이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새는 다시 창문 밖으로 날아간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를 그림만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책 표지의, 커다란 공룡의 눈이 작은 새의 눈과 마주치는 그림은 극적이고 환상적인 이 책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데, 말로 이해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으로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작은 새가 공룡의 화석 위를 배회할 때 박물관 벽에는 새와 공룡의 그림자가 그대로 비치는데 그 그림자가 전해주는 분위기를 어떻게 아이에게 말로 전할 수 있겠는가.

정말 멋진 책, 아이가 어릴 때는 공룡 그림책으로 보여주고 좀 더 크면 화석과 공룡의 시대, 박물관 이야기로 책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는 전천후 그림책이다. 맘에 쏘옥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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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 우크라이나 민화 내 친구는 그림책
에우게니 M.라쵸프 그림, 배은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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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크라이나 민화'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장갑'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민화'라는 데서 오는 독특함도 있을 것 같아 구입했으나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구입한 다른 독자들이 주로 칭찬을 거듭했으므로, 나는 서운한 점들을 주로 말하려 한다.

줄거리 자체는 흥미를 끌 만 하다. 눈이 쌓인 숲 속에 할아버지가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리자, 여러 동물들이 차례로 찾아와 그 장갑을 집으로 삼는다. 장갑 안으로 들어오는 동물들의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처음에 그냥 보통 장갑이었던 그 장갑은 사다리도 생기도 창문도 생기며 굴뚝도, 현관도 생긴다. 그리고 비좁아지다 못해 나중에는 옆구리의 실밥이 터지기까지 한다.

나름대로 상황 설정의 재미도 있고, 장갑의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도 있고, 등장하는 동물들을 덩치나 특성 등으로 비교하는 재미도 있는데 내겐 이 동화책이 마음에 딱 감기지 않았다. 글쎄, 돌고도는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동물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져 다 읽어보기도 전에 '아, 그거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동화의 '원형'과도 같아서였을까. 나는 이 책을 보고서야 우리집에 이렇게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그림책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지만 전체적으로 칙칙한 색감에, 페이지마다 장갑 색깔이나 바탕의 배경색이 묘하게 달라 시각적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배경색이 시간의 흐름을 짐작케 하기 위한 배려였다면 좀 더 일관성있는 흐름을 타고 변화되어야 했을 것이다. 특히 내겐 맨 마지막 장의 그림이 유독 거슬렸는데, 앞 장과 뒷 장의 변화가 아무런 설명없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전 페이지에서는 곰이 구부정하게 뒷집을 지고 선 채 장갑 속으로 들어가길 청하고 있는데, 바로 다음장은 숲 속에 장갑 한 짝이 떨어져 있는 처음 시작의 그림으로 돌아가 있다. 본문의 그 긴박하고 극적인 전환이 달랑 이 그림 한 장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장갑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숲속을 걸어가던 할아버지는 장갑 한 짝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어요. 즉시 찾으러 되돌아왔습니다. 강아지가 먼저 뛰어갔습니다. 계속해서 뛰어가자 장갑이 떨어져 있었어요. 장갑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멍,멍,멍' 짖었어요. 모두 깜짝 놀라서 이 장갑에서 기어나와 숲 속 여기저기로 달아났어요.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장갑을 주워갔습니다.' (본문 마지막 장)

이렇게 본문의 마지막 장을 몽땅 옮긴 것은, 이 글 아래 조그맣게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억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의 여러 페이지들보다 훨씬 긴박하고 흥미로운 이 마지막 장의 이야기가 달랑(!) 이 썰렁한 그림 하나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은 그림이 반, 글이 반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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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조끼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24
나까에 요시오 글, 우에노 노리코 그림,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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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그림, 글, 책의 장정 등이 모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그건 내 조끼야' 라는 귀여운 발언을 제목으로 삼은 것도, 겉의 표지와 마찬가지로 내지도 쑥색 테를 둘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그림을 부각시킨 점도, 오른편엔 그림을 넣고 왼편엔 글을 넣어 눈에 쏙 들어오게 한 점도 볼 때마다 흡족하다. 그림책 바탕 색감으로선 좀 어둡다 싶게 느껴졌던 쑥색이 이렇게 훌륭한 바탕색이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귀여운 줄거리! 특히 맨 마지막 조그만 그림 속에서 코끼리가 생쥐를 그네 태워주는 장면이 압권이다. 생각도 좋지, 길게 늘어진 조끼로 그네 태워줄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조끼를 빌려있는 동물들의 몸집이 점점 커지는 것도 재밌고 '조금 끼나?' 말하는 표정도 귀엽다.

우리 아인 처음엔 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생쥐가 조끼를 빌려주는 게 싫었던가 보았다. 다른 동물들이 곁에 와서 '나도 한번 입어보자' 하면 우리 아인 싫다고, 빌려주지 말라고 고집을 피웠다. '조끼 빌려주는 거 싫어?' 하면 싫댄다. 그래도 억지로 페이지를 넘기면, 생쥐 조끼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서 거의 울상이다.

그런데 다행히 이젠 그 초기의 반응을 넘어섰다. 이젠 생쥐 조끼가 늘어나도 그리 속상하지 않은가 보다. 맨 마지막에서 그 늘어진 조끼로 그네 타는 재미를 알았는지도!^^

이 책은 아이랑 즐겨 보는 그림책 중의 하나, 썩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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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리와 아기별 민들레 그림책 3
마해송 지음, 정유정 그림 / 길벗어린이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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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큼이나 이쁜 내용의 동화책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용의 동화책이지만 구성이나 스토리 라인이 단순해 좀 더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줘도 좋을 듯 하다.

별이 총총 반짝이는 하늘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배경으로 바위나리 꽃과 아기별이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둘은 친구가 되어 행복하게 지내지만 별나라 임금님의 명령으로 헤어지게 되고, 서로 그리워하다가 끝내 바위나리는 지고 아기별 역시 바다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마지막 부분이 어쩌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바다 속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환히 빛나는 것은 빛을 잃었던 아기별이 다시 바다 속에서 환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란다. 꿈이나 환상 속에서의 이야기가 실제 아기별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만 같다.

특히 이 그림책은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의인화한 그림으로 바위나리와 아기별의 애틋한 마음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고 있는데, 그림만으로도 줄거리를 따라잡을 수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화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 하게 재미있고 아름다운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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