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벽

오상헌(4학년)

달을 삼키고
노숙자를 내뱉는
새벽

신문을 날리고
해님을 선물하는
새벽

해님이 달리기 준비를 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새벽

 

친구와 싸우고 나면

조미선(4학년)

친구와 싸우고 나면
막 화가 나

친구가 가고 나면
머리가 뜨거워
못 참겠어

집으로 오면
쓰러질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답답해

엄마가 사과하라는 소리
나도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

잠이 들면
친구랑 싸운게 후회돼
꿈 속에서
미안하다고
친구한테 사과하지.

 

뭘 할까?

김희연(4학년)

이렇게 더운 날엔
뭘 할까?

수영을 풍덩풍덩 할까?
선풍기를 윙윙 틀까?

뭘 할까?
뭘 할까?

이렇게 더운 날엔
뭘 할까?

수박을 아삭아삭 먹을까?
음료수를 꿀꺽꿀꺽 마실까?

뭘 할까?
뭘 할까?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이정민(4학년)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내가 연필이라면 말이야 아이들이 연필쓸때마다 심이 공책에 닿아서 간지럽고,기분 좋을거 같애 그리고 연필이 되면 필통속에서 지우개와 노는것도 좋을거 같아. 하지만 나혼자 움직이지 못하니깐 슬플수도 있어.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내가 물고기라면 말이야 바닷가를 돌아다니면서 물고기들과 오손도손 이야기도 하고 또 먼 바다에서 고래떼와 어우러져서 물속 여행을 떠나고 싶어 그리고 오염된 바다를 내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서 바다를 깨끗하게 할거야!!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내가 동화책이라면 말이야 참으로 즐거울것 같애 내마음 대로 동화속 세상에 들어가서 돌아다니며 동화속 주인공과 다정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동화속 나쁜 주인공도 만나 혼내줄게 말이야!!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내가 바람이라면 말이야 내가 가고 싶은 나라나 세상으로 바람을 타고 가고싶어!! 그리고 더울때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해주고 싶어

두 눈을 감고 상상해봐
내가 바다라면 말이야 조금은 싫을거 같애
왜냐구? 바다를 오염시키는 사람들 때문이야
에퉤퉤! 생각만 해도 기분 나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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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못이 없어

한소영(3학년)

박물관에 갔지

입구 앞 표지의
박물관 내에서는
음식물과 잡담을
삼가합시다
라는 빨간 글씨부터
뭔가 수상해

난 그냥
가방 속의 과자가
잘 있나
확인만 했어

그때
부스럭
과자 봉지 소리가
났지

경비 아저씨,
안내 누나
12명의 사람들
눈이 다 나에게로...

난 잘못이 없는데.



눈을 감으면

이준협(3학년)

눈을 감으면
자꾸만 말이 보여

따그닥따그닥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따그닥따그닥
어디로 가는 걸까

내 눈 속에
무엇이 있길래
저렇게 달려가는 걸까.

 

뭉크의 '절규'를 보고

전진민(3학년)

그림 속에 사람이
이상한 귀신이나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려
귀를 막고 있다.
그리고 정말 소름이 끼쳐서
무서움에 떨고 있다.
내가 그림 속에 들어간다면
무서워서 울거나 도망갈 것 같다.
아니면 기절을 할 것 같다.
귀신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면
가까울 땐 숨을 죽이고 죽은 척을 해서
귀신이 없어지면 다시 일어나 도망칠 궁리를 하겠다.

 

일 기

김종인(3학년)

"종인아, 일기 써라!"
엄마가 매일 하시는 말씀

월화수목금토일
매일매일 써야 하는 일기

아이고 귀찮아!

그래도 자리에 앉아
일기를 써야 해.

오늘 뭐가 가장 인상 깊었지?
그런데 생각이 안나 어떡하지?

생각만 하다가
눈이 저절로 감겨진다.

 

배고플 때

송건호(3학년)

꼬르륵 꼬르륵
배가 밥 달라고
울고 또 우네

어제 못한 숙제
아침에 하느라
허둥지둥
밥도 못 먹었네

지금 내 배는
텅 빈 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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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오주현(창일 2)

매앰맴 매미소리
쏴아아 소나기 소리

아이 더워
더우면 짜증이 나

내가 더우면
하늘도 덥지

내가 더우면
바람도 덥지.

 

눈을 감으면

김종인(2학년)

눈을 감으면

호랑이가 나오고
돼지가 도망간다

호랑이는 돼지를 잡았을까
돼지가 도망칠 수 있을까.

 

낙엽 한 장

반형근(2학년)

과일과 곡식
이 소식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소식 알리는
낙엽 한 장,
낙엽 편지
나는
이 편지
한번 받아보고 싶어
이 시를 쓰게 됐네.

 

강아지똥

강 윤(창일초등학교 2학년)

난 오늘
강아지똥을
읽었어.

강아지똥은
외로웠지만
나중엔
기분이 아주 좋아졌나봐.

왜냐면
민들레꽃에
거름이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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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고중 2009-12-2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ㅓㅇ;리ㅏㄴ얼;ㅣㅏㅁ덜;ㅁ아ㅗ루
 

껌 씹을 때

최원종(자운초 1)

새콤달콤
맛있는 껌

달콤한 냄새가 난다

친구랑
신나게 씹고 있는데

선생님이 수업시간이라고
'껌 뱉어'라고 한다.

아이고 아까워라
아직 새껌인데.

학 교

황지민(경복 1)

학교는 힘들다.
숙제가 많다.

학교는 힘들다.
공부를 많이 한다.

학교는 힘들다.
학교 가방이 무겁다.

학교는 좋다.
5반 선생님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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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화석과도 같다.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묻혀있을 뿐.

지나간 시간들의 어느 한 순간이 섬광처럼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그리움도 애탐도 없이 이제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듯 지나갈 뿐이다. 그때 그 자리, 그리고 나와 함께 있던 이들.

나는 내 역사를, 내 화석을 끌면서 살아간다. 누군가 지나간 모든 기억들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내 기억들은 이미 말(言語)을 잃어버렸다. 아름답지도 슬프지도 않은..., 그저 천연사진처럼 뇌리에 찍혀있을 뿐이다.    

모든 기억 중에서도 왜 사랑의 기억이 가장 강렬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外人이었고 이방인이었다. 불안하게 떠돌거나 지나치게 혼자 도취되어 있어, 남들이 다 아는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불쑥 덤벼들었다. 무식한 이가 용감하다는 식으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머리부터 디밀었다. 속내는 텅텅 무식쟁이이면서 아는 척을 하여 모두를 속였다. 몇몇은 알았으리라. 저 앤 정말 깜깜소식이로구나... 나는 그 몇몇 중의 몇과 사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어하면서 속을 태우고, 그 생각을 하다가 버스에 우산을 놓고 내리며, 종내 아무 소식 없어도 해를 넘겨가며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아. 소식이 없어도 사랑을 할 수가 있더라. 그 흔한 접촉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도 눈물을 폭포처럼 쏟을 수 있더라. 말이 통하지 않아 외국인인 양 더듬거려도 사랑을 할 수가 있더라...  

나는 내가 보낸, 혹은 내가 떠난 사랑들을 이따금 기억해낸다.

개구리알들처럼 아직 그 푸른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내 사랑들, 벗어놓은 내 허물들. 나는 몸이 커져버려 이젠 그 허물 속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한 때는 내 것이었으되 이젠 내 것이 아닌, 내 현실이 아니게 되어버린 그 집들.

길을 가다가 문득, 예전에 벗어놓은 내 허물을 발견하게 되면 웃음이 난다. 정다운 친구라도 만난 양 반가워진다. 그래그래..., 그렇게 내 기억과 악수하고 헤어지는 날에는 조금, 아주 조금 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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