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선비들 - 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살다
함규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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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에서만큼은 붓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선비라 불렸다. 무력을 가진 집단이 아니지만, 오랜 세월 지배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들이 행정가나 예비행정가였기에 국가와 사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성직자 집단 같은 도덕적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천하의 근심을 누구보다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맨 나중에 즐기는 동양식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선비 정신이었다. <p5-6>

 

-책머리에-실린 부분입니다. 그 동안 선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하얀 도포와 꽉 매어 쓴 갓, 형형한 눈빛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었어요. 선비의 역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머리에-를 읽다보니 선비의 가치는, 글을 읽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있지만,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때야말로 진정한 선비 정신이 발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렴결백하고 벼슬길에 나서는 것조차 고고한 정신이 더럽혀지는 것이라 여겼던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시운에 맞춰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갔던 사람도 있었죠. [최후의 선비들]에 실린 사람들은 문명의 충돌, 국권 침탈, 망국 등의 대혼란의 시기에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한이들이었습니다.

 

목차를 읽어보니 제가 아는 이름이 별로 없더군요. 그나마 최익현, 김옥균, 유길준, 장지연, 신채호, 조소앙, 이육사 등도 이름만 들었지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걸었는지 아는 바가 전혀 없었어요. 개항을 반대한 최익현, 정변의 주인공 김옥균, 당대의 가장 앞선 지식인으로서 서구 문물을 따르며 충의를 부르짖었다는 유길준, 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 외에 이건창, 황현, 전우 등 총 20명의 최후의 선비들이 실려 있습니다. 그들의 출생부터 성장, 그들의 시기에 있었던 광폭한 변화들과 그들의 선택에 어떤 배경이 숨어있었는지, 마지막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그 중 누군가는 군주를 배신한 역적이라는, 그 동안 그들 선비가 믿고 실천했던 유교 사상을 버리고 새로운 신념에 따라 움직였다 하여 매국노라는 평가의 갈림길에 서 있기도 합니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은 자신의 그 선택 앞에서 과연, 진실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 결정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을까요. 우리가 그들의 속내를 전부 다 알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충신이다 간신이다 매국노다 평가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돼요. 제가 잘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관철시킨 사람이라면 선비라고 규정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몇 몇 인물은 공감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이런 저런 인물과 시대적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점은 고무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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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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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걱정증이 있는 사람이라, 가족들이 여행을 간다거나 외출할 때면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편이에요. 요즘같은 세상에서 자신만 조심한다고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말조차 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니까요. 이 걱정증은 아기가 태어난 후 훨씬 심화되었다고 할까요.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어머니들에게 맡기면 맡기는대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나중에 어린이집 가서도 차 조심 해야할텐데 등등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죠. 이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살 수가 없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디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럴 거예요. 금이야 옥이야,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라도 할까 세상 모든 걱정 끌어안은 채 소중하게 키운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어버린다면, ,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생사도 모르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 우유팩에 실린 실종 아동 광고를 보며 저도 이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장녀 줄리아가 실종된 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납니다. 오랜 세월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자살했고, 둘째 리디아와 막내 클레어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는 하지만 언제나 언니의 실종이 상처가 되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죠. 클레어는 백만장자 건축가인 폴 스콧과 결혼하여 어느 새 20년이 되었고, 리디아는 한 때 마약에 빠졌지만 딸 디가 생긴 후 성실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또 다른 10대 소녀가 실종되고, 클레어의 남편 폴은 뒷골목에서 강도를 당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생겨요. 폴의 죽음을 기점으로 클레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고, 결국 그 동안 연락이 끊겼던 언니 리디아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두 자매가 추적해나가는 폴의 비밀, 그리고 실종소녀.

 

굉장히 슬프고 잔인한 작품입니다. 사건 전개 사이사이에 보여지는 줄리아의 아버지 샘의 일기는 딸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의 인생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겠죠.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아이를 돌려주고 차라리 내가 대신 죽을 수 있는 축복을 달라고 기도하게 될 거에요. 한 가정에서 사랑스런 아이를 빼앗는 것도 잔인하지만 이 소설은 사건 자체가 매우 잔혹합니다. 감히 저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과감하고 잔인한 묘사에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게다가 더욱 무서웠던 것은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사람을, 여자를 그저 자신들의 쾌락을 만족시켜줄 도구로만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그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었어요.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움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아름답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강간당하거나 죽음을 당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옳지 못한 거잖아요.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쾌락을 위해 고통을 당해야하는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세상입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요. 줄리아의 아버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오늘 밤, 잠을 이룰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따뜻하고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기를,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제발 무사하기를 기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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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거닐記 - 함께 걸어 보면 좋은 서울 가이드 북
표현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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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고 휴직한 얼마동안은 요일 감각이 없었습니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어디를 간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거든요. 그래서 주말도 월화수목금금금의 느낌으로 육아가 계속되었죠. 하지만 이제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 걷고 뛰게 되니 마치 직장인처럼 주말이 기다려졌어요. 평일에도 아기와 함께 자주 산책을 나가는 편이지만 주말은 약간 느긋한 기분으로, 아침도 천천히, 동작도 천천히 하게 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짝꿍과 아기와 함께 나가는 시간이 기다려졌으니까요. 방에 틀어박혀 책이나 영화를 보던 정적인 저와는 달리 짝꿍은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성격입니다. 한 명이라도 활동적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짝꿍마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었다면, 어쩌면 우리 아기는 주말에도 집에만 있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살짝 나가기 귀찮을 때도 나의 귀차니즘으로 아기의 경험이 제한당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좀 힘들어도 기를 쓰고 외출하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나가려고 해도 마땅한 장소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아직 놀이동산은 간 적 없지만 비용대비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매일 가는 공원만 가는 것도 특별한 일을 기대하게 되는 주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항상 주말에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계시처럼 [아이와 거닐] 책이 왔네요. 저자가 여행사진가여서 그런지 책 앞쪽에 실린 사진들이 평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아들 사진이 실려 있는데, 우리 튼튼이 사진은 지금까지 인화한 게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네요. 저는 게으른 엄마입니다. .

 

서울을 주거지역으로만 여기고 있던 저에게 산책지로서의 서울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름만 들어보고 가 본 적 없는 곳들, 가 본 적은 있으나 아기와의 산책코스로서 바라본 적은 없었던 장소들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아직은 튼튼이가 말도 못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라 갈 수 있는 장소들도 한정적이지만 앞으로 가 볼 곳들을 여기저기 생각해 두었답니다. 저는 일요일에 남산도서관을 자주 가는데요, 사실 일정을 빠듯하게 짜두어서 산책은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요. 요즘은 날씨가 좀 추워져서 아쉽지만 내년 봄이면 우리 튼튼이도 더 자랄테니 함께 남산 산책로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 전에 가끔 갔던 서울성곽길도 자연을 즐기기에 좋고, 한강은 비교적 방문하기 쉬운 곳이니 아기와 함께 걷기에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가 필요한 곳은 아직은 유보. 하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홍대거리나 연희동, 이태원 길도 걸어보고 싶습니다.

 

책과 함께 <산책일기장>도 왔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아기와의 산책기록을 남기게 될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추억을 많이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아기들은 정말 빨리 자라니까요. 요 노랗고 예쁜 책을 함께 뒤적이면서 가고 싶은 산책길을 골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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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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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이는 오늘 저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떼를 썼고, 식사도 점심과 저녁은 대여섯 숟가락 정도밖에 먹지 않았어요. 그것도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습니다. 배도 안고픈지 바나나를 줘도 몇 개 밖에 집어먹지 않았고, 무슨 일에선가 혼을 내려는 저를 허리에 손을 얹고 쳐다보면서 악--소리도 질렀습니다. 평소에도 밥을 잘 먹지 않아서 늘 신경을 쓰던 저는 오늘따라 힘에 부쳤는지 그만 왜 밥을 안 먹어하며 어른스럽지 못하게 울고 말았답니다. 그 와중에 한 입 더 먹이기는 했지만요.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저의 인내심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 과정입니다-라고 해야 맞겠네요. 그래서 가끔 튼튼이가 내 아기가 아니라 입양한 아기라면, 혹은 짝꿍이만의 아기라면 내가 이렇게 온 정성을 다해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간이 훨씬 더 많지만 이제 한창 고집이 세지고 말을 안 듣는 시기라 궁둥이를 팡팡 해줄 때도 있거든요. 저에게 한 생명을 입양한다는 것은 정말 존경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존경스러운 일을 현실에서는 많은 부부가, 그리고 이 작품 안에서도 한 부부가 해냅니다.

 

사토코 부부는 오랜 시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아기가 오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포기하고 둘이서 열심히 살자-고 생각한 부부는 베이비 배턴이라는 단체를 통해 아들 아사토를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기가 자라서 벌써 여섯 살.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에게 어느 날부터 수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사토코의 예상대로 전화의 주인은 아사토의 생모였습니다. 생모는 아기를 돌려달라, 돌려주지 못할 거면 돈을 달라는, 어처구니없고 마음 아픈 협박을 하죠. 삼자대면을 하게 된 사토코 부부와 아사토의 생모. 그 순간을 기점으로 그들의 과거가 영화 필름처럼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방면에 대해 소설을 써온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에게, 어느 사이엔가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는다는 마음이 강해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작가는 첫 에피소드부터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깨어나게 하는 소재를 사용하네요. 유치원으로부터 아사토가 정글짐에서 친구를 밀었다는 연락을 받고, 마침내는 아들을 믿기로 결심하는 사토코의 마음이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지금 휩쓸려서 아사토를 믿지 않는다면 그 아이의 손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27>

아기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심을 잘 잡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소통하고 신뢰하고, 주위의 압력에도 내가 믿는 바를 저버리지 않는 것. 비난받을 각오를 하더라도 일단은 내 아이를 믿어주는 것. 저는 이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가슴이 무척 두근거렸습니다. 만약 우리 튼튼이가 똑같은 입장에 처한다면 나는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작가는 이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부모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지표를 제시합니다.

 

아사토의 생모인 히카리는 아기를 낳았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남자친구와의 무지한 관계로 인해 임신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자신이 임신한 줄도 몰랐었죠. 교사인 부모님은 그런 히카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의 생활과 미래를 철저히 통제하려고만 했습니다. 베이비 배턴에 보낸 것도 부모님의 의지였으니까요. 뱃속에 있는 아기의 존재를 느낀 순간부터 보낸 순간까지 히카리는 아사토를 아꼈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평생 기억할 거라고, 꼭 행복하라고 기원합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돈을 요구하네요. 이 사람이, 정말 히카리, 아사토의 생모인 걸까요.

 

사토코 부부의 사정에도 공감했지만 저는 히카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초경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조심하지 않았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지루하고 딱딱한 부모님에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에 더욱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매달렸죠. 그 와중에 남자친구의 태도는 어찌나 간사한지요. 부모님은 더 이상 그녀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기를 품은 히카리를 멀리 베이비 배턴으로 보내버렸고, 그녀는 혼자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저는 또한, 히카리가 내 아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도 화가 났을까요? 두려웠을까요? 두려웠다면 무엇이 두려웠을까요? 그 어떤 것에도 확실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단 하나, 저라면 아기를 낳고 돌아온 딸에게 수험을 준비하라느니, 임신한 딸 앞에서 아기가 없어지면 좋을 텐데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에요. 히카리의 부모님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오히려 이들이 사람인가, 로봇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어요. 히카리의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것도 묘사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아침은 묘사적으로 사용된 아침이기도 하지만, 아사토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 아이의 존재가 사토코 부부, 히카리 모두에게 아침처럼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저에게 우리 튼튼이도 그러합니다. 나의 인생에 이런 벅찬 사랑과 감동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얼마 전 떠나보낸 우리 튼뚜도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에 아기를 반기지 못한 어리석은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후회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모든 아이가 부디 찬란한 아침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존재 자체만으로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간절히 기원해요. 엄마이기 때문에 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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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 궁궐부터 저잣거리까지, 조선 구석구석을 우려낸 음식들 속 27가지 조선사,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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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 공부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데요, 이것이가!! 시험 전용이다보니 딱딱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료도 많고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촘촘해서 머리가 아파오던 참이었어요. 게다가 아기가 잠든 늦은 밤, 대략 11시부터 공부를 시작하니 졸기도 많이 졸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자세한 내용들을 또 언제 배우겠나 싶어 나름 재미가 붙기도 하는, 요런 일상이랍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 가지 역사책들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관심이 가도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만 하고 직접 읽어보는 경우가 적었지만 이제는 공부를 위해서도 흥미를 위해서도 꼭 읽어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입니다.

 

일단 야사라는 말이 들어갔으니 어렵지 않고 딱딱하지도 않을 것 같아 쉬엄쉬엄 읽어보자 생각했는데, 그리 어렵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읽고 넘길만한 책은 아니랍니다. 정치사가 버무려진 음식상, 시대가 만들어낸 음식상, 생활사가 우러난 음식상, 신분에 따른 삶이 스며든 음식상, 향토사가 요리한 음식상. 요렇게 다섯 가지 챕터에서 27가지 차림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조랭이 떡국, 숙주나물, 젓갈, 인절미에 간고등어와 굴비, 배추김치, 설렁탕과 삼계탕, 순대와 빈대떡 파전과 순창 고추장 등 생활 속에서 자주 먹고 접하지만 이런 유래가 숨어있을 줄 몰랐던 여러 가지 사연이 소개되어 있어요. 음식에 관한 사연과 함께 그 배경이 되는 역사적 내용도 자세하게 실려 있어 무척 알찬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즘 영화로 무척 유명한 <남한산성>과 연관된, 민회빈(불쌍한 마음을 품게하는 빈) 강씨에 대한 음식도 소개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복구이랍니다. 인조와 강빈, 소현세자의 관계는 여기 다 적을 수도 없으니 일단 생략하고요, 인조의 상에 오른 전복구이에서 독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강빈의 소행이라 여겨져 결국 사약을 받게 된 안타까운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더해져 정묘호란, 병자호란, 인조가 삼전도에서 굴욕을 당한 후의 일들이 죽 설명되어 있는데 영화를 보고와서인지, 아니면 맛있는 전복구이와 관련하여 이런 일이 있었다는 충격 때문인지 머릿속에 오래 남았어요. 전복구이뿐만 아니라 여러 음식들 파트에서도 모두 관련 사료의 해석, 사진들이 기록되어 있어 재미있고 의미있게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단순히 음식소개가 주요 내용이 된 것이 아니라 배경지식 소개가 탄탄해서 소개된 음식이 나오면 살짝 지식을 뽐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수업하다가 저도 지치고 아이들도 지쳐있을 때쯤 요런 이야기 하나씩 해주면 아이들도 역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생각할 수 있으려나요. 소개하는 먹을 것을 같이 줘야 더 눈이 반짝거리려나요. 수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개인적으로 제 자신을 위해서도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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