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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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걱정증이 있는 사람이라, 가족들이 여행을 간다거나 외출할 때면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편이에요. 요즘같은 세상에서 자신만 조심한다고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말조차 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니까요. 이 걱정증은 아기가 태어난 후 훨씬 심화되었다고 할까요.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어머니들에게 맡기면 맡기는대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나중에 어린이집 가서도 차 조심 해야할텐데 등등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죠. 이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살 수가 없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디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럴 거예요. 금이야 옥이야,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라도 할까 세상 모든 걱정 끌어안은 채 소중하게 키운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어버린다면, ,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생사도 모르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 우유팩에 실린 실종 아동 광고를 보며 저도 이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장녀 줄리아가 실종된 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납니다. 오랜 세월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자살했고, 둘째 리디아와 막내 클레어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는 하지만 언제나 언니의 실종이 상처가 되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죠. 클레어는 백만장자 건축가인 폴 스콧과 결혼하여 어느 새 20년이 되었고, 리디아는 한 때 마약에 빠졌지만 딸 디가 생긴 후 성실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또 다른 10대 소녀가 실종되고, 클레어의 남편 폴은 뒷골목에서 강도를 당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생겨요. 폴의 죽음을 기점으로 클레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고, 결국 그 동안 연락이 끊겼던 언니 리디아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두 자매가 추적해나가는 폴의 비밀, 그리고 실종소녀.

 

굉장히 슬프고 잔인한 작품입니다. 사건 전개 사이사이에 보여지는 줄리아의 아버지 샘의 일기는 딸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의 인생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겠죠.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아이를 돌려주고 차라리 내가 대신 죽을 수 있는 축복을 달라고 기도하게 될 거에요. 한 가정에서 사랑스런 아이를 빼앗는 것도 잔인하지만 이 소설은 사건 자체가 매우 잔혹합니다. 감히 저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과감하고 잔인한 묘사에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게다가 더욱 무서웠던 것은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사람을, 여자를 그저 자신들의 쾌락을 만족시켜줄 도구로만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그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었어요.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움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아름답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강간당하거나 죽음을 당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옳지 못한 거잖아요.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쾌락을 위해 고통을 당해야하는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세상입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요. 줄리아의 아버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오늘 밤, 잠을 이룰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따뜻하고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기를,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제발 무사하기를 기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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