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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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작가님의 <엄마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엄마와의 추억이야기, 함께 하는 여행이야기 모두에 깊이가 있고 사진이나 글들도 마음에 정겹게 다가와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엄마도 팬이세요. 그래서 태원준 작가님의 책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서 함께 읽곤 했답니다. 그런 작가님이 전격 추천한 책이라니, 당연 궁금할 수밖에요. 10년 넘게 홀로 여행하다가 좋은 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그 첫 스타트를 엄마, 이모와 함께 끊은 윤선영 저자. 그녀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세상에, 무려 인도입니다. 저도 항상 동경만 하고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다녀와서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는 여행지로 유명한 그 인도요.

 

저자가 엄마와 함께 여행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면서도 가슴 아픕니다. 열다섯, 집이 망하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낸 저자는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죠. 그 누구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가난한 집 딸, 망한 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누구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낯선 여행지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은 것을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고 해요.


엄마는 좋은 곳에 오빠와 나를 제일 먼저 데려갔고, 좋은 음식은 내 입에 먼저 넣어줬는데 나는 이렇게 혼자서만 좋은 것들을 만끽하고 있구나. <p6>

좋지 않은 형편에도 여행을 다니는 그녀를 친척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단 한 사람, 오직 엄마만은 그녀의 여행을 지지하고 응원해줍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떠나게 된 엄마와의, 아니 엄마와 이모와의 여행. 어디로 여행가고 싶으냐는 물음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인도라고 대답한 엄마는 그 곳에서 무엇을 찾고 싶으셨던 걸까요.

 

58세 박귀미 여사(엄마), 55세 박귀연 여사(이모)들과의 여행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물론. 하지만 가족과의 여행은 바로 거기에 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엄마는 손으로 카레를 떠먹는 딸내미의 등짝을 후려치며 밥투정을 하기도 하고, 기차에서 만난 모르는 인도여성-심지어 전날 딸내미와 멱살잡이까지 했는데 말이에요-과 함께 말은 통하지 않으면서 과일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집을 떠나왔음에도 마치 집인 것 마냥 숙소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며 여행을 즐깁니다. 이모는 캘커타의 이불빨래 널기 봉사 후 끙끙 앓기도 하고, 유명 유적지에 가서는 보지 않고 앉아있겠다며 어린아이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하며, 망고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한국보다 망고가 싸다는 이유로 망고를 무한흡입해서 얼굴이 퉁퉁 붓기도 해요.

 

태원준 작가님의 책에서도 그랬지만, 여행지에서의 엄마들은 왜 그렇게 꽃 같고, 귀여우신 건가요. 그리고 왜 그렇게 마음을 저리게 하는 건지. 사실 저는 책의 도입부분을 읽을 때부터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엄마는 여행을 못해본 것도 아닌데 책 속 박귀미 여사가 꼭 우리 엄마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언제 또 엄마랑 단 둘이 여행을 가볼 수 있을까, 애틋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라나시에서 갠지스 강을 물끄러며 바라보며 너는 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서 좋았겠다-는 그 말에 또 눈물이 났습니다. 집이 망하고 엄마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까요. 딸내미의 마음 고생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자식들이 원하는대로 해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엄마의 마음은, 그 속이 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엄마가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가서 미처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깨닫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감정들을 느끼는 그 과정이 너무 애달프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이제라도 엄마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엄마의 여행 후기가 실려 있습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진 그 소회가, 참으로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엄마와 이모, 저자는 다시 한 번 함께 여행을 한 것 같아요. 이모가 필리핀 여행을 가려는 저자에게 자신도 데려가라며 생떼(?)를 쓰는 와중, 엄마에게서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거든요. -나도 데려가라- 그들의 필리핀 여행은 어땠을지, 부디 또 한 번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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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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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떠나 그 곳에서 정착하며 살아볼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떠난다는 건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거든요. 겁도 많고, 소심하고, 생각도 많아서 어딘가로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살짝 스트레스를 받는 저로서는,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안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에요. 이곳에서의 삶을 과감히 정리하고 다른 어딘가에서의 생활을 생각한다는 것, 과연 저의 인생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주 오랜 시간을 투자한 여행기, 정착기 등을 읽으면 부럽기도 하면서 질투가 나요, 무척. 내가 감히 도전해보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쉽게 실행해버리는 사람들이 있구나. 도저히 깰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껍질이, 누군가에게는 투명막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구나. 가슴도 답답해지죠. 그런데 지금 걱정되는 단 한 가지는, 내가 그 껍질을 영원히 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 껍질을 우리 곰돌군도 똑같이 가지게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절대 저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곰돌군은 저보다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이랄까요.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수집가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저자 이우일님은 2015년 가을 어느 날,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오리건주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퐅랜)로 떠납니다. 만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아내, 그림공부 중인 딸 은서, 노령의 고양이 카프카까지 함께요. 적지 않은 도시를 여행했고, 이집트의 작은 바닷가 마을 다합과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도 장기간 머문 저력이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퐅랜의 삶이 다른 누구보다 조금쯤은 쉽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퐅랜에서의 그들의 삶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요.

 

비가 와도 우산도 쓰지 않고 그저 맞고 다니는 퐅랜의 사람들, 타투가 대중적인 도시, 1970년대부터 정비된 미국 최대 규모의 자전거 도로를 소유한 곳, 퐅랜의 맛집, 중고가게, 맥주가 맛있고 서로에게 생큐를 외치는 밝은 도시, 빈티지 책을 새책과 함께 진열하는 파월 북스, 독특한 페스티벌-조용한 음악 페스티벌, 세계 누드 자전거 타기 대회(자전거를 좋아하는 짝꿍에게 우리도 여기 가서 살게 되면 꼭 참가해보라고 말해두었습니다), 강 건너기 대회(물 위에 둥둥 떠서), 여자 수염 대회 등-이 열리는 퐅랜의 전체적인 모습과 그 곳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삶, 이를테면 수집가로서의 자신, 가족에 대한 단상, 이베이와 관련된 일화 등이 간결하고도 유머있게 쓰여 있습니다. 마치 나는 쓸테다, 읽으려면 읽든지-같은 느낌이랄까요. 흐흐.

 

거의 마지막 부분은 은서가 대학을 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은서도 은서지만 작가의 아내분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딸을 따라가는 것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엄마라니, 아마 저였다면 안절부절 걱정이 태산이라 말린다고 해도 따라갔을지도요. 아이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해줄 것인가, 어떤 삶의 지표를 제시해줄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어요.

 

은서가 떠난 후 가족들은 태평양의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곳에서 일 년 정도 머물 예정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에요. 만약 짝꿍이 저에게 지금 떠나자고 한다면 전 훌쩍 따라나설 수 있을까요. 그 언젠가를 한 번, 아직은 포기하지 못하겠습니다.

모든 것엔 끝이 있다.

끝이 있으니 우린 즐기며 살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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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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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유령은 존재한다]

이 사람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요. [스노우맨]으로 깊은 사랑과 부성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잃었고, 결국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고독한 남자. 알코올중독에 신뢰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한 번 마음을 내어준 이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믿음과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 하나뿐인 여동생 쇠스를 아끼는 오빠이자, 그 방식이야 어떻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 주변에 실종과 죽음이 끊이지 않는, 그 자신 또한 언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무모한 남자. 시크하고 주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속에 따뜻한 인정과 슬픔과 외로움을 간직한 남자. 그 남자, 해리 홀레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훤칠한 키에 등판이 넓고 짧게 자른 금발이 빗자루처럼 서 있는, 회색에 가깝게 은은하게 그을린 피부의, 리넨 슈트 차림의 남자가 오슬로 중앙역에 내립니다. 잘 아는 도시, 잘 모르는 것도 생겨버린 도시. 이 도시에 묵기 위해 남자가 레온 호텔로 향해요. 그 남자, 홍콩에서 3년 만에 돌아온 해리 홀레.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던 그가 지금 오슬로로 향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목숨보다 귀한 무언가, 혹은 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혹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 중심에 그의 사랑 라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가 있습니다. 라켈을 향한 사랑과는 별개로 올레그와의 이별을 늘 마음 아파했던 해리. 시간은 흘렀고 올레그는 해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 속에서 타인과도 같은 낯선 존재로 서 있습니다. 올레그를 위해, 라켈을 위해, 그리고 해리 자신을 위해 그는 예전처럼 수사에 돌입하고, 늘 그렇듯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그리고 또한 늘 그랬듯 사건의 진실에 다다릅니다.

 

뿌연 안개로 뒤덮인 것만 같은 [팬텀]입니다.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이 이야기가 나를 어디로 이끌어가는 것인지, 내가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 오슬로도, 해리도, 사건의 진실도 모두 유령처럼 부유할 뿐입니다. 그러다, . 어느 순간 알게 되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신중한 장치였음을. [팬텀]을 위해 이런 분위기와, 그런 이야기와, 이런저런 대사들이 필요한 것이었음을요. 어떻게 이런 구성과 대사와 결말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팬텀은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유령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약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입니다. 혹은 그 자신일 수도 있죠. 올레그의 유령은, 무엇, 누구였을까요. 해리의 유령은 이제 더 이상 그를 쫓아다니지 않는 걸까요. 무엇보다, 앞으로 올레그가 짊어지고 살아내야 할 유령들이, 그의 삶이 걱정됩니다.

 

해리는 담뱃불을 붙였다. 첫 모금을 빨기도 전에 뇌는 이미 니코틴이 곧 혈액으로 들어올 거라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과 밤새도록 되풀이해서 들리리라는 걸 알았다. 감방에서 올레그의 입술 새로 처음 나온, 들릴 듯 말 듯했던 그 말.

아빠.”

<p199>

 

그리고 이 결말. 절대 잊을 수 없는 이 결말을 어찌해야 하나요.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결국 두 손에서 힘없이 책이 떨어져버리고, 그 책이 떨어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 또한 보이지 않는 절망과 심연 속으로 추락해버리는 느낌입니다. 그 결말에서 해리가 드디어-라고 생각한다는 그 점이 커다란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와요. 단 한 마디로 [팬텀]을 묘사해야 한다면, 가슴 저미는 스릴러, 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독자의 마음을 후벼 파도 되는 것인지, 작가님, 정말 너무합니다.

 

해리의 선택은, 결국 어쩔 수 없이 해리다운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형사로서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새로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매우 당연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그를 이토록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그의 행복을 바랍니다. 간절하게. 그에게 죽음과 어둠만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즐거움과 따뜻함도 함께 하고 있다고, 부디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조바심 내며 지켜보게 돼요. 아마 전 세계 해리 홀레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소망일 겁니다.

 

출판사 편집부분들께 어서 이 다음 편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대로는 너무 잔인하다고요. 또 다시 해리 홀레를 마주할 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건지, 그 때까지 저는 해리 홀레와 요 네스뵈라는 유령들에게 잡혀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방은 죽음보다 지독해, 해리. 죽음은 간단하지.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주니까. 한데 감방은 인간성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영혼을 먹어치워. 그러다 유령이 될 때까지.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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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의 하루 한 장
정호승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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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또 한 해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2017년은 육아로 시작해서 육아로 끝난 한 해라고 할까요. 틈틈이 책도 읽고 리뷰도 남기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체력의 한계와 전공 공부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어요. 그야말로 아등바등, 어떻게든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기를 썼던 시간들이었고, 곰돌군에 대해 숱한 시행착오를 경험했으며, 짝꿍과 제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했던 나름 바쁘고 복잡한 순간들이었습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상실감도 겪었고, 그로 인해 반성과 되새김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하루 종일 곰돌군을 껴안고 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한 해가 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내년은 또 어떤 일들이 저를 찾아올까요. 미래를 알 수 없어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한 12월의 얼마 남지 않은 날입니다.



이런 시기에 정호승님의 글귀가 적힌 일력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2018년의 하루하루를 더욱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듭니다. ​하루 한장, 각각 다른 글귀가 그 날을 시작할 때 지침이 되어주기도 하고, 지난 날을 돌아보게도 해주고, 미래를 계획하게도 해줄 거에요.


 

1월 1일, 새해를 여는 문구입니다. 한 해를 아우르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글인 것 같아요. 하루를 일년 같이, 일생처럼, 열심히 살아보아요!  

 

저 글들을 보며 저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여전히 작은 일보다는 큰 일에, 고통스러운 일보다 평온한 일에 감사하고 있거든요. 감사함을 통해 부유해지는 삶이라, 결혼 전이라면, 곰돌군을 얻기 전이라면 쉽게 수긍했을 글들인데 요즘은 그 생각을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 혼자라면 얼마든지 가벼워질 수도 있었을 삶이, 지켜야하고 함께해야 할 누군가가 생기면서 오히려 무거워지는 아이러니. 라고 할까요. 역시 제가 저의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바꿔보는 방법밖에 없을까요. 늘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또다른 욕심이 생기는 엄마의 마음을, 오늘도 겸허히 내려놓아 봅니다.  


 


저희 집 곰돌군은 이제 만 20개월이 되었어요. 말도 잘 알아듣는 것에 더해 요즘은 조금씩 심술을 부리고 밥도 잘 먹지 않아 곰돌군에게 무서운 얼굴만 보여주게 되는 하루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엄마로 성장한다는 것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우리 곰돌군, 오늘 하루 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살아가기 힘들 때마다 어머니의 합죽한 미소를 떠올렸다는 저자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 곰돌군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 한해가 막을 내리기 전에,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기 전에 잘 생각해봐야겠어요. 
 

 

결혼하고 곰돌군을 낳아 키우면서 제가 항상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말이에요! 삶의 모습은 무지개처럼 다양하고, 우리 가족, 우리 곰돌군의 인생도 다른 가족과는 분명 다른 모습일테니까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끼겠습니다.

 

 


아하하 ^^;; 요즘들어 짝꿍과 곰돌군에게 짜증내는 일이 부쩍 늘었는데 이 글을 보니 또 부끄러워지네요. 마음 속으로 다스리기보다 그대로 표출하는 일이 많았던 요즘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두 사람에게 제가 너무 못난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요.

 

 


'실패 기념일'이라니, 어쩐지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는 글이어서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부족한 나여도 괜찮다는, 위로같았어요. 다시 새로운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희망,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2018년 일력인데도 한 장 한 장 차례로 넘기면서 지난 2017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음..전 2018년에는 더더 육아를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도망치지 않고 내 앞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짜증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사랑하는 곰돌이들을 껴안을 겁니다. 다들 지금보다 100배는 더 힘들 거라고 하는데, 그 힘든 시간들도 언젠가는 지나가겠죠. 그리고 그리워하게 될 거니까, 후회는 남기지 않으려고 해요. 부모님께도 좀 더 잘하고 싶고, 짝꿍에게도 짜증 덜 내고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틈틈이, 책도 열심히 읽을 겁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책에 쫓기지 않고, 제가 책을 따라잡을 거에요. 모두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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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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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미드 중 <크리미널 마인드>가 있습니다. FBI 콴티코를 배경으로 프로파일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에요. <CSI>로 시작한 미드 사랑은 이 <크리미널 마인드>로 정점을 찍었는데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나도 나중에 꼭 FBI 요원이 되어야겠다!-라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기도 했었습니다. 그 직업의 어려움이나 비관적인 면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경했어요, 무척.

 

하지만 이 책 [마인드 헌터]를 읽으니, 이리 평범한 생활 속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알 필요도 없는 일들을 그저 모른 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매일 범인들의 마음속을 살피고 때로는 그들 자신이 되어 범행 현장과 동기를 생각한다면, 저라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 책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래요. 작가가 있는 세계와 내가 있는 세계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그런 거리감을 유지한 채 문명이 시작된 이래 모든 끔찍한 범죄에 제기되었던 가장 근본적이고 절박한 질문인 도대체 어떤 유형의 인간이기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까?”에 대한 답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사냥꾼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 저자 존 더글러스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압축한 문구입니다. 똑같은 살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범행방식, 개성에 따라 현장에 남기는 단서는 서로 다르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특정 강력 범죄를 해석하는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다고 해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만 보더라도 피해자, 피해자가 처했던 배경, 인간관계, 흉기, 범행이 일어나는 간격 등을 통해 각각의 사건마다 다른 동기와 수법을 지닌 범인이 등장합니다. 책 속에서도 심층 연구를 하기 위해 수감 중인 살인범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하던 1980년대 초의 일화부터 수많은 사건, 범인들이 실려 있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부터 사랑하는 아내, 자식을 죽인 범인들의 사건. 그 어떤 스릴러 소설보다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경고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가 지난 세월동안 흉악범들을 연구, 조사하면서 알게 된 점, 좋은 성장환경, 우애 깊고 서로 돕는 가정,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이 흉악범이 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기술한 부분입니다. 범죄자가 타고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릴러 소설이나 미드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저는 당연히 가해자의 입장이든 피해자의 입장이든 우리 가정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내가 만든 이 가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우리 곰돌군에게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다는 것, 나와 짝꿍이라는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이 우리 곰돌군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항상 생각해야한다는 마음이에요.

 

무척 두꺼운 책이지만 날 것 그대로의 일화들이 적혀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다 읽었을 때보다 마음이 개운하지 못한 것은,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모두 실화이기 때문이겠죠. 모두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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