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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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이는 오늘 저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떼를 썼고, 식사도 점심과 저녁은 대여섯 숟가락 정도밖에 먹지 않았어요. 그것도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습니다. 배도 안고픈지 바나나를 줘도 몇 개 밖에 집어먹지 않았고, 무슨 일에선가 혼을 내려는 저를 허리에 손을 얹고 쳐다보면서 악--소리도 질렀습니다. 평소에도 밥을 잘 먹지 않아서 늘 신경을 쓰던 저는 오늘따라 힘에 부쳤는지 그만 왜 밥을 안 먹어하며 어른스럽지 못하게 울고 말았답니다. 그 와중에 한 입 더 먹이기는 했지만요.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저의 인내심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 과정입니다-라고 해야 맞겠네요. 그래서 가끔 튼튼이가 내 아기가 아니라 입양한 아기라면, 혹은 짝꿍이만의 아기라면 내가 이렇게 온 정성을 다해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간이 훨씬 더 많지만 이제 한창 고집이 세지고 말을 안 듣는 시기라 궁둥이를 팡팡 해줄 때도 있거든요. 저에게 한 생명을 입양한다는 것은 정말 존경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존경스러운 일을 현실에서는 많은 부부가, 그리고 이 작품 안에서도 한 부부가 해냅니다.

 

사토코 부부는 오랜 시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아기가 오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포기하고 둘이서 열심히 살자-고 생각한 부부는 베이비 배턴이라는 단체를 통해 아들 아사토를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기가 자라서 벌써 여섯 살.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에게 어느 날부터 수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사토코의 예상대로 전화의 주인은 아사토의 생모였습니다. 생모는 아기를 돌려달라, 돌려주지 못할 거면 돈을 달라는, 어처구니없고 마음 아픈 협박을 하죠. 삼자대면을 하게 된 사토코 부부와 아사토의 생모. 그 순간을 기점으로 그들의 과거가 영화 필름처럼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방면에 대해 소설을 써온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에게, 어느 사이엔가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는다는 마음이 강해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작가는 첫 에피소드부터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깨어나게 하는 소재를 사용하네요. 유치원으로부터 아사토가 정글짐에서 친구를 밀었다는 연락을 받고, 마침내는 아들을 믿기로 결심하는 사토코의 마음이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지금 휩쓸려서 아사토를 믿지 않는다면 그 아이의 손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27>

아기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심을 잘 잡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소통하고 신뢰하고, 주위의 압력에도 내가 믿는 바를 저버리지 않는 것. 비난받을 각오를 하더라도 일단은 내 아이를 믿어주는 것. 저는 이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가슴이 무척 두근거렸습니다. 만약 우리 튼튼이가 똑같은 입장에 처한다면 나는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작가는 이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부모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지표를 제시합니다.

 

아사토의 생모인 히카리는 아기를 낳았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남자친구와의 무지한 관계로 인해 임신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자신이 임신한 줄도 몰랐었죠. 교사인 부모님은 그런 히카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의 생활과 미래를 철저히 통제하려고만 했습니다. 베이비 배턴에 보낸 것도 부모님의 의지였으니까요. 뱃속에 있는 아기의 존재를 느낀 순간부터 보낸 순간까지 히카리는 아사토를 아꼈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평생 기억할 거라고, 꼭 행복하라고 기원합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돈을 요구하네요. 이 사람이, 정말 히카리, 아사토의 생모인 걸까요.

 

사토코 부부의 사정에도 공감했지만 저는 히카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초경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조심하지 않았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지루하고 딱딱한 부모님에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에 더욱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매달렸죠. 그 와중에 남자친구의 태도는 어찌나 간사한지요. 부모님은 더 이상 그녀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기를 품은 히카리를 멀리 베이비 배턴으로 보내버렸고, 그녀는 혼자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저는 또한, 히카리가 내 아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도 화가 났을까요? 두려웠을까요? 두려웠다면 무엇이 두려웠을까요? 그 어떤 것에도 확실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단 하나, 저라면 아기를 낳고 돌아온 딸에게 수험을 준비하라느니, 임신한 딸 앞에서 아기가 없어지면 좋을 텐데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에요. 히카리의 부모님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오히려 이들이 사람인가, 로봇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어요. 히카리의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것도 묘사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아침은 묘사적으로 사용된 아침이기도 하지만, 아사토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 아이의 존재가 사토코 부부, 히카리 모두에게 아침처럼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저에게 우리 튼튼이도 그러합니다. 나의 인생에 이런 벅찬 사랑과 감동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얼마 전 떠나보낸 우리 튼뚜도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에 아기를 반기지 못한 어리석은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후회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모든 아이가 부디 찬란한 아침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존재 자체만으로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간절히 기원해요. 엄마이기 때문에 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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