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아저씨 제르맹
마리 사빈 로제 지음, 이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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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섯의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제르맹. 어머니와 같은 집'마당'에 살고는 있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그것도 아닌 생활을 이어가며,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집과 술집, 여자친구집을 왔다갔다 하는 인생이죠. 게다가 그는 어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양과는 담을 쌓은, 아니, 교양은 커녕 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답니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웃음거리. 그런 그가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와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그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따스함을 느끼죠. 그녀의 이름은 마르게리트. 우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녀, 마르게리트 할머니를 만난 후 제르맹의 삶은 우연이라는 기적을 달고 날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네, 그래요. 이 책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르맹이 여자친구에 대해 느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제르맹의 인생에 여자친구 아네트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의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어두컴컴했을테니까요. 아네트가 있어 그나마 '행복'을 알 수 있었던 그의 삶과 그의 머릿속에 환한 등불을 밝혀준 건 다름아닌 마르게리트였습니다. 그녀가 제르맹이 '문맹'이라는 것을, 그의 머릿속에는 기초적인 지식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마르게리트는 제르맹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제르맹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책을 읽어주고 제르맹의 생각을 들어준 이가 마르게리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래도 제르맹이 마르게리트를 '입양'할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오늘 제가 좋아하는 한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해봐요'라고 말하면서 어떤 한 가지를 떠올렸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좋은 감정'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요.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때는 이런 저런 제약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건 안돼!' 등등의 제약들이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로 바뀐 거에요.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느슨해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답니다. 제르맹과 마르게리트의 만남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영혼의 교감이 그들에게는 일어났던 거죠. 바로 '제르맹'과 '마르게리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제가 그 사람을 만난 것처럼요.

 

인생의 오묘함에 대해 때로 놀라곤 합니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일들, 저 사람이 아니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들. 순간의 선택이 지금 이 자리에 저를 있게 했다고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서프라이즈 한 것이죠. 지금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마르게리트 같은 행복한 우연이 없는지, 혹시나 내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인연은 없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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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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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 있어서만큼은 내 머리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싶다. 그 동안 명화 관련 책들을 숱하게 보아왔음에도, 다시 그 그림을 마주했을 때 누구의 무슨 그림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같은, 클림트의 <키스>와 <다나에>같은,  뭉크의 <절규>같은,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숱하게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보아왔으니 기억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이다. 자꾸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나는 또 '에잇, 그림은 마음으로 보는 거야!'라며 벅벅 우기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자주, 그리고 조금은 습관적으로 그림 관련 책들을 뒤적이게 되기도 하니 머리 안 좋은 사람의 장점이랄까. 이 책에 더 마음이 갔던 것은 '명화'라는 단어 때문이기도 했지만, '심리학', '마음여행'이라는 단어가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림을 통한 마음치료에 대해 들어보기도 했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원하는 두 가지가 모두 들어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예전 나의 학창시절을 지금의 아이들과 비교해본다면 참 행복했었구나 싶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약간의 따돌림은 있었지만 그리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고, 또 어떤 일을 계기로 싸웠다가도 금방 풀리곤 했었다. 개인사야 하나하나 다 알 수 없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비교한다 해도 지금의 아이들보다 훨씬 정신적으로 풍요로웠다. 요즘도 물론 너무나 예쁘고 착한 아이들도 많지만, 아픈 아이들도 많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학교에서는 지식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겨우 몇 년차인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 숙제가 해결될 날이 올까 싶고, 순간순간 울컥할 때도 있는 생활 속에서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른 이를 치료하기 전에 일단 내 마음부터 치료하고 보자-하는 마음에 집어든 이 책을, 그러나 나는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첫 줄부터 눈에 들어오는 프로이트의 이야기. 그리고 명화와 미술치료에 관한 개요가 그리 쉽게만은 다가오지 않았던 까닭이다. 한 마디로 내가 상상했던 책과 약간 거리가 있다고 할까. 지금까지 읽은 명화관련 책들은, 욕심만 많아서 무조건 두껍고 그림이 크게 실린 쪽이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화가별로 그 화가의 특색-주로 심리에 치중하여-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 미술관련 책이었다면 더 깊은 지식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겠지만, 심리치유 책으로서는 조금 어렵고 사례가 부족한 듯 하다. 화가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에 중점을 둔 이 책과는 달리, 결과로서의 '~했다'가 아니라 그림을 이용해 어떤 심리치유과정을 거쳤는 지, 그 그림을 본 사람이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었기에 특히 그 그림에 마음을 둔 것인지 전반적인 과정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름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명화'가 아니라 '마음여행'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은 나로서는 좀 어렵고 일반 미술서적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림이 심리치유에 큰 역할을 한다는 의견에는 의의가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종종 그림과 음악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 지, 그 놀라운 창조물들에 문득문득 경의를 표하곤 한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책들이 나온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병이 아니라 마음다쳤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굳이 약물이나 병원을 통하지 않고서도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 경청으로 상대방을 따스하게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아닐까.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아픈 시대에 그림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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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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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수학을 참 싫어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열심히는 했고, 모의고사 때는 나름 만족할만한 점수도 받아봤는데, 수능 때 역시 그 수학이 뒤통수를 치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대학은 갔으니 다행이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저는 국어와 불어 교과서는 보석처럼 잘 챙겨두고 수학과 과학 교과서는 아무 미련없이 싹싹 다 버렸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대학 입학이 나에게 준 최대 선물은 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이라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수학에 있어서만큼은 수학적으로 타고난 머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해도 얻을 수 없었던 점수를, 제 친구는 그저 쓱 훑어본 것만으로도 얻어내던 그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어쩐지 참 읽기가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사람이란, 선입견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아! 제가 왜 수학에 대해 이리도 길게 주절주절 설명해야 했는지 이야기를 안 했군요. 책 제목에 나온 리만이란 사람은 19세기 독일의 천재 수학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친절한 검색의 도움을 받아보니 '리만 적분을 수립한 논문 <함수를 삼각급수로 표현하는 가능성에 대하여>를 썼고, 20세기의 유산이라고 일컬어질만한 <기하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설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남겼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밑에 장황하게 뭐라뭐라 설명이 되어 있긴 한데,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소개도 그만두렵니다. 분명 다른 글자들로 이루어져있음에도 제 눈에는 모두 '뭐라뭐라'로 보이니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죠!

 

이 책은 그 천재 수학자 리만의 일생을 뒤좇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리만에 대한 복잡한 설명과 미스터리만큼 이 남자의 삶도 미로처럼 보여요. 리만의 평전을 준비하다가 실종된 이 남자의 행적은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훌륭한 수학자가 되기에는 상상력이 부족했던 남자가 (그럼 제가 수학을 못했던 것은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그의 상상력을 리만의 평전을 준비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 와중에 시작된 잉빌드와의 밀회. 자신의 삶에서 그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었던 남자가 어떤 일에 매달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 얻게 된 존재의 의미. 주인공이 밝혀내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정말 리만의 삶과 그의 수학이론이었을까요?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주인공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면서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 얻고 싶었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허공에 붕뜬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돼요. 바로 남자의 실종 때문이죠. 그는 갑자기 왜 사라져버린 걸까요. 작품은 구체적으로 결말을 내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그로 인해 다양한 각도에서 결말을 추측하게 합니다.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이 아니라 '남자의' 비밀스러운 삶이 되어버린 거죠. 저의 입장에서는 결코 읽기 수월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과 전개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복잡한 수학 공식은 그리 등장하지 않지만, 이 책이 어려울 것이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된 건 역시 그 '수학'이 문제였겠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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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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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독특하고 아름다운 표지를 자랑하는 책이지만 공공장소에서 꺼내들고 읽기에는 괜히 부끄러워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유는 바로 정사(情死) 라는 단어 때문. 정사(情死) 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동반 자살하는 일 을 가리키지만, 책의 표지에는 힌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정사(情事) 로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혈기왕성한 10대 아이들이 가득한 학교에서 당당하게 책을 꺼내들고 보기란, 괜한 자격지심이 느껴지는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덕분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표지의 이 책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북커버를 꺼내 끼워넣어 힘들게 읽어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

 

연인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도 오싹해지는 소재다. 꼭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어디 멀리 도망이라도 가서 살아볼 생각은 못했던 걸까, 정사(情死)의 주인공인 남녀가 과연 양쪽 다 죽음을 원하기는 했을까. 만약 한쪽만 죽음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죽음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상대방에 대한 의리나 더 이상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연민 때문에 반강제로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에서, 정사(情死) 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가 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꽃을 소재로 한 화장(花葬) 시리즈 답게 각 단편의 제목들이 꽃이나 나무들로 지어져 있다. 작가인 렌조 미키히코의 꽃을 소재로 한 8편의 단편은 일본 미스터리 사상 가장 아름다운 단편으로 손꼽힌다는데, 이 책에 실린 <회귀천 정사>로 제34회 일본추리작ㄱ가협회상까지 수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 안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화장(花葬)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제5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을 수상한 <달맞이꽃 야정>은 실려있지 않다. 처음에는, 아무리 꽃을 소재로 한 단편집이라 해도 소재가 정사(情死)인만큼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단편들이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었는데, 그런 어둠의 기운보다 한 폭의 그림처럼 서정적이고 안타까운 사랑이 있을 뿐이었다.

 

가여운 사람들의 소식을 대신 전해주는 대필가와 오랜 세월 남편의 병구완으로 지친 아내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등나무 향기>, 마음에 품은 오직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끔찍하면서도 애틋한 살인사건 <도라지꽃 피는 집>,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질긴 인연에 관한 이야기 <오동나무 관>, 빗나간 사랑과 그릇된 모정이 부른 비극 <흰 연꽃 사찰>, 근대가 낳은 천재 가인 중 하나라 불리는 소노다 가쿠요의 노래를 향한 몸부림의 <회귀천 정사>.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한 번에 몰아서 재빨리 읽는 것보다, 하루에 한 편씩, 가능하면 오랜 시간 음미하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도저히 사람의 마음이라고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한편 한편을 음미하다보면 이런 것이 일본인들의 정서인가 싶으면서 애틋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번역이 완전히 매끄럽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림같은 묘사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생각한다.

 

-문학적 향기가 감도는 가운데 놀라운 진상이 드러난다-고 평한 일본작가 온다 리쿠의 말대로 꽃향기가 아스라이 퍼지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날 때, 그 슬픔에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사람의 피가 있어야만 피어나는 꽃처럼 누군가의 죽음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 속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또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오묘한 진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그 무엇을, 꼭 발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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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차 여행 - 작은 증기기관차부터 초호화 특급열차까지, 낭만 기차 여행 20
윤창호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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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면 흔히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가서 걸어다니거나 자동차를 빌리거나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상상하실 겁니다. 대중교통이라 해도 버스나 지하철이 포함되어 있을 뿐 '기차'는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어떠세요? 여행을 생각하면 바로 기차가 떠오르시나요? 제가 기차를 마지막으로 타본 건 아마도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요, 그 후로도 이상하게 기차에 대한 로망이 생겨서 '기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더라구요. 어디론가 떠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단어, 기차. 그 기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낭만적이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요즘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자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아웅, 이 책을 보니 마음이 자꾸 살랑살랑 움직여서 조금 힘들었답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특별한 이유는 바로 <중세로 떠나는 기차 여행 :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라는 챕터가 있기 때문이에요. 터치아트에서 출간된 [프라하 걷기여행] 도 참 좋았지만 (프라하를 2주는 둘러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이왕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거라면 그 주변 국가도 둘러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케이블을 통해 가끔 여행 프로그램을 보곤 하는데 체코에서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서너 개 국가를 기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둘러보고 싶은데 같이 가기로 약속한 친구의 일정이 아직 확실치 않아 어떻게 될 지. 일단은 친구를 만나기 전에 제 마음속으로나마 계획 한 번 세워보자 싶은 마음에 덥석, 이 책을 물었습니다. 

전 카프카의 작품에도,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도 그다지 관심은 없지만 프라하 자체에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답니다. 호홋. <중세로 떠나는 기차 여행 :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챕터에서는 프라하(체코)--->비엔나(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헝가리) 루트가 소개되어 있어요. '중세의 진주'로 알려진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부터 카를교, 프라하 성, 지금이라도 소년합창단의 노랫소리가 들릴 것 같은 비엔나, 중세의 건물들이 구석구석 늘어서 있는 부다페스트. 

프라하를 엿볼 수 있는 루트가 또 있는데요, <길이 아닌 루트를 찾아 유럽으로 떠나다 : 유럽 횡단 기차> 챕터입니다. 26만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자랑하는 이 루트는 핀란드의 헬싱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독일의 로스토크, 베를린, 프라하, 부다페스트, 비엔나, 이탈리아의 밀라노, 크레모나, 파리,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리스본(포르투갈)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도시들이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오랫동안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으로만 보일 뿐입니다. 

여행계획을 세우기에 적합하다기보다 꿈의 여행을 그리며 차분히 루트를 짚어보는 데에 더 의의가 있는 책입니다. 저는 프라하에 몰입해서 이 챕터들이 특별히 더 좋았지만, 자연을 품에 안을 듯한 도시들과 몽골, 북미 대륙, 산악지대 기차여행 등도 좋았답니다. 지금 당장 떠날 수도 없고, 떠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점이 유독 안타깝게 다가오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나마 즐겁고 두근두근했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가볼 곳, 탈 것은 다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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