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전 수학을 참 싫어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열심히는 했고, 모의고사 때는 나름 만족할만한 점수도 받아봤는데, 수능 때 역시 그 수학이 뒤통수를 치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대학은 갔으니 다행이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저는 국어와 불어 교과서는 보석처럼 잘 챙겨두고 수학과 과학 교과서는 아무 미련없이 싹싹 다 버렸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대학 입학이 나에게 준 최대 선물은 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이라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수학에 있어서만큼은 수학적으로 타고난 머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해도 얻을 수 없었던 점수를, 제 친구는 그저 쓱 훑어본 것만으로도 얻어내던 그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어쩐지 참 읽기가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사람이란, 선입견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아! 제가 왜 수학에 대해 이리도 길게 주절주절 설명해야 했는지 이야기를 안 했군요. 책 제목에 나온 리만이란 사람은 19세기 독일의 천재 수학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친절한 검색의 도움을 받아보니 '리만 적분을 수립한 논문 <함수를 삼각급수로 표현하는 가능성에 대하여>를 썼고, 20세기의 유산이라고 일컬어질만한 <기하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설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남겼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밑에 장황하게 뭐라뭐라 설명이 되어 있긴 한데,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소개도 그만두렵니다. 분명 다른 글자들로 이루어져있음에도 제 눈에는 모두 '뭐라뭐라'로 보이니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죠!

 

이 책은 그 천재 수학자 리만의 일생을 뒤좇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리만에 대한 복잡한 설명과 미스터리만큼 이 남자의 삶도 미로처럼 보여요. 리만의 평전을 준비하다가 실종된 이 남자의 행적은 그가 남긴 일기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훌륭한 수학자가 되기에는 상상력이 부족했던 남자가 (그럼 제가 수학을 못했던 것은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그의 상상력을 리만의 평전을 준비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 와중에 시작된 잉빌드와의 밀회. 자신의 삶에서 그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었던 남자가 어떤 일에 매달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 얻게 된 존재의 의미. 주인공이 밝혀내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정말 리만의 삶과 그의 수학이론이었을까요?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주인공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면서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 얻고 싶었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허공에 붕뜬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돼요. 바로 남자의 실종 때문이죠. 그는 갑자기 왜 사라져버린 걸까요. 작품은 구체적으로 결말을 내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그로 인해 다양한 각도에서 결말을 추측하게 합니다.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이 아니라 '남자의' 비밀스러운 삶이 되어버린 거죠. 저의 입장에서는 결코 읽기 수월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과 전개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복잡한 수학 공식은 그리 등장하지 않지만, 이 책이 어려울 것이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된 건 역시 그 '수학'이 문제였겠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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