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명화에 있어서만큼은 내 머리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싶다. 그 동안 명화 관련 책들을 숱하게 보아왔음에도, 다시 그 그림을 마주했을 때 누구의 무슨 그림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같은, 클림트의 <키스>와 <다나에>같은,  뭉크의 <절규>같은,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숱하게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보아왔으니 기억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이다. 자꾸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나는 또 '에잇, 그림은 마음으로 보는 거야!'라며 벅벅 우기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자주, 그리고 조금은 습관적으로 그림 관련 책들을 뒤적이게 되기도 하니 머리 안 좋은 사람의 장점이랄까. 이 책에 더 마음이 갔던 것은 '명화'라는 단어 때문이기도 했지만, '심리학', '마음여행'이라는 단어가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림을 통한 마음치료에 대해 들어보기도 했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원하는 두 가지가 모두 들어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예전 나의 학창시절을 지금의 아이들과 비교해본다면 참 행복했었구나 싶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약간의 따돌림은 있었지만 그리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고, 또 어떤 일을 계기로 싸웠다가도 금방 풀리곤 했었다. 개인사야 하나하나 다 알 수 없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비교한다 해도 지금의 아이들보다 훨씬 정신적으로 풍요로웠다. 요즘도 물론 너무나 예쁘고 착한 아이들도 많지만, 아픈 아이들도 많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학교에서는 지식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겨우 몇 년차인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 숙제가 해결될 날이 올까 싶고, 순간순간 울컥할 때도 있는 생활 속에서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른 이를 치료하기 전에 일단 내 마음부터 치료하고 보자-하는 마음에 집어든 이 책을, 그러나 나는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첫 줄부터 눈에 들어오는 프로이트의 이야기. 그리고 명화와 미술치료에 관한 개요가 그리 쉽게만은 다가오지 않았던 까닭이다. 한 마디로 내가 상상했던 책과 약간 거리가 있다고 할까. 지금까지 읽은 명화관련 책들은, 욕심만 많아서 무조건 두껍고 그림이 크게 실린 쪽이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화가별로 그 화가의 특색-주로 심리에 치중하여-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 미술관련 책이었다면 더 깊은 지식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겠지만, 심리치유 책으로서는 조금 어렵고 사례가 부족한 듯 하다. 화가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에 중점을 둔 이 책과는 달리, 결과로서의 '~했다'가 아니라 그림을 이용해 어떤 심리치유과정을 거쳤는 지, 그 그림을 본 사람이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었기에 특히 그 그림에 마음을 둔 것인지 전반적인 과정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름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명화'가 아니라 '마음여행'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은 나로서는 좀 어렵고 일반 미술서적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림이 심리치유에 큰 역할을 한다는 의견에는 의의가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종종 그림과 음악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 지, 그 놀라운 창조물들에 문득문득 경의를 표하곤 한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책들이 나온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병이 아니라 마음다쳤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굳이 약물이나 병원을 통하지 않고서도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 경청으로 상대방을 따스하게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아닐까.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아픈 시대에 그림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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