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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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누군가를 '가지고 싶다,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만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나는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일까.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과 '가지고 싶다'는 마음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사랑은 '함께 있고 싶다'였고,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였고, 둘이 '함께 공감하는' 감정이었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나를 원하지 않는다 느껴지면 가볍게 떠날 수 있었다. 그것은 쿨함도 무엇도 아닌 나만의 방식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곧잘 내뱉곤 하는 '난 네거야' 혹은 '넌 내거야' 같은 말은 와닿지 않는다. 물론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내 자신의 주인은 늘 나였고, 그 주인이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도 나는 그 누구의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다.

 

한 여자가 지옥계곡이라 불리는 험한 곳을 향해 산을 오르고 있다. 그녀는 곧 뛰어내리기 직전이다. 산악구조대원이자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로만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을 뿌리친 채 추락하고 만다. 구원을 거절하는 듯한 행동, 로만을 두려워했던 그녀, 라우라의 눈빛. 라우라가 자살한 후 그녀의 헤어진 연인 리키, 친한 친구 마라, 마라의 전 애인 아르만, 그리고 라우라를 짝사랑했던 베른트는 예전 등반 때 일어났던 사고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누군가는 꺼림칙함을 느낀다. 라우라의 부모는 그녀가 자살 뒤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 여기고 사립탐정을 고용했다. 그리고 하나씩 살해되는 친구들. 그들이 함께했던 지옥계곡에서 일어난 우연적인 사고가 모두의 운명을 잔인하게 바꿔놓았다.

 

[사라진 소녀들]과 [창백한 죽음]으로 알려진 작가 안드레아스 빙켈만이 [지옥계곡]에서 왜곡된 사랑에 대해 말한다. 두 작품 중 [사라진 소녀들]만 읽어본 나로서는 그 작품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 [지옥계곡]에도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묘사는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라우라가 느낀 두려움, 남아있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압박, 금방이라도 창밖에 눈보라가 휘몰아칠 것 같은 한기와 사나움 등이 현실과 책을 혼동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방향에서 전개되는 누군가의 독백은 정말 무서웠다. 누군가의 정신세계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 그럼에도 읽을 수밖에 없는 묘한 끌림이 남다르다고 할까. 초반에는 잔인한 묘사들 없이 으스스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 그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사건 현장의 묘사가 잔인해지는 것은 아쉽다.

 

누군가를 내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다. 혹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일까. 자신을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사람,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그것이 전부여야 하는 사람. 하지만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세상이 두렵게 여겨지므로 그런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지기에는 힘든 일이다. 스토커의 존재만으로는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가 당장 어떤 행동을 저질러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사건이 벌어져야만 스토커를 처벌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미 그 지경까지 가면 피해자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당한 뒤거나 살해당한 후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느낀 사랑의 감정이 그 대상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는 것은 결국 그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직도 마음 속에서 눈보라가 치는 것 같다. 책은 예전에 읽기를 끝냈지만 나는 여전히 지옥계곡에 서 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괴롭히는 그를 피해 울며 서 있는 라우라가 보인다. 다른 선택은 없을까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지옥계곡]의 라우라는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조차 청하지 못했지만, 현실 속의 수많은 라우라들은 부디 그렇지 않기를. 사랑한다며 공포스럽게 하는 그가 아닌, 사랑한다고 따스하게 품어줄 수 있는 마라같은 친구와 가족들을 생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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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6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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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하하~저 1월에 드디어 프라하 갑니닷!! 여름에 홋카이도를 다녀와서 금전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당연히 있지만 ㅡ_ㅡ;; 같이 가자는 사람이 있을 때 돈이 없다고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요. 어디선가, 누구에게선가, 여행은 빚을 내서라도 가는 거라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혹시 내 마음의 소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행사 플랜을 이용하기로 했다는 거에요. 전 보통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유럽은 처음이고, 또 영어 울렁증도 있고(유럽에서는 영어도 물론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잖아요!!), 게다가 추위를 많이 타는 애가 겨울에 동유럽을 커다란 짐을 질질 끌며 헤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파가 몰아닥친 듯 몸이 으슬으슬 떨려옵니다. 다만 체코와 오스트리아만 가는 플랜을 선택하기로 했어요. 같이 가는 친구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두 나라만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데 동의해주었고, 저는 체코-친구는 오스트리아를 로망으로 여기고 있던 터라 거래(?)는 성립!! 그리하여 들뜬 마음에 펼쳐 든 이 책은, 물론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부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저에게는 보석같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책장 어디에선가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프라하 책들이 대여섯 권은 되어요. 그 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감히(?) 떠날 생각은 못하고, 그래!! 못갈 바엔 책이라도 읽자!!-라는 마음으로 한 권 두 권 사모았던 것이 어느 새. 여행자들을 위한 본격!! 안내서라기보다는 감상문 같은 에세이집이 대부분이어서 이번처럼 본격!! 안내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저자 프롤로그에서부터 제 마음에 불을 지르네요 ㅡ_ㅡ 프라하 뿐만 아니라 파리와 이스탄불, 런던가지 제가 유럽에서 가보고 싶은 나라는 다 다녀오셨어요. 게다가 책까지 내다니 제가 꿈꾸는 그런 인생이 여기 있었던..게 아니라 저자는 저자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듯 합니다. 쿨럭. 그쵸. 가족이 있는데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글 쓰는 것도 보통이 아닐 거에요.

 

이런저런 궁시렁거림을 멈추고 펼친 책 속에는 책으로 통달하여 이미 눈에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풍경과 관광 안내는 여행 책자라면 다 비슷비슷할 터이니 이 책만의 장점만 살짝 짚어보자면. 일단 맨 앞부분에 <도움 되는 일정 짜기 팁!>이 실려 있어요. 일정에 맞는 숙소를 정하라든지, 낮과 저녁의 일정을 생각해두라든지, 서두르지 말라고 꼼꼼히 보라는 조언까지요. 그리고 프라하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른 맞춤 플랜이 짜여져 있습니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그대로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저처럼 프라하를 처음 찾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비행기를 10시간 정도는 타고 가야 하는데 무엇을 봐야 보람을 느낄까를 생각해보면, 이런 팁이 굉장히 유용하겠죠.

 

또 각 챕터의 앞에는 확대 미니 지도가 실려 있어 각 관광지들이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광명소와 레스토랑, 카페, 쇼핑, 숙소, 기타로 분류해서 저마다 다른 색깔로 표시해 두었고요. 뒷부분에는 프라하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나 여행자들에게 맞춘 숙소를 소개하고 있고, 여자들이라면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할 쇼핑과 기념품 베스트까지 따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길지는 않지만 체코와 프라하의 역사도 실려 있고, 무엇보다 스맛폰에 맞춘 유용한 앱과 사이트가 소개되어 있네요. 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장실 사용은 어떠한가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실려 있어서 제가 만약 자유여행을 한다면 이 책 한 권만 들고 가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행사 플랜을 이용하더라도 이 책은 들고 가겠지만요. 맨 뒷부분에는 지하철 노선도와 휴대용 지도도 물론 수록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간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서인지 저에게는 이 책이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물론 아직 지명이나 성의 이름 같은 것은 낯설지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몸이 쑥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 비록 여행사 플랜을 이용하지만 저는 프라하를 충분히 즐기고 올 생각이에요!! 새벽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카를 교에서 해가 뜨는 것과 야경도 보고 싶고,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맛난 맥주와 달콤한 커피를 즐길 거랍니다. 으훗. 추위를 엄청 타지만 체코에는 꼭 겨울에 가고 싶었어요. 추위를 잊게 해줄 그 곳만의 따스함을 발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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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뎀션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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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한 남자가 철창 뒤에서 시간을 세고 있다. 일초, 이초, 삼초...초가 모여 분이 되고, 분이 모여 시간이 되었다.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존 메이어 프레이. '살인사건'이라는 태풍에 휩쓸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정신을 차려보니 감옥에 들어와 있었고, 오늘, 자신에게 친철하게 대해주었던 옆방 사형수 마브의 형이 집행되었다.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그는 8번 감방에 갇힌 채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쏟아내는 독설을 견디며 자신에게 남겨진 삶이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린다.

 

다른 남자가 있다. 배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일한 지 오래되었지만 배의 동료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았던 그의 눈앞에서 한 남자가 열정적으로 춤추는 여자의 뒤로 다가선다. 사랑했던 여자와 현재 사랑하는 여자를 연상시키는 그녀. 그 남자가 여자의 뒤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순간, 결국 그는 노래를 멈추고 성추행범의 얼굴을 발로 가격해버린다. 두통과 불안함으로 밤을 보낸 그에게 배의 경비가 다가와 경찰이 그를 조사할 것이라는 말을 전달한 후부터 그는 과거가 강렬한 힘으로 자신의 발목을 낚아채는 것을 느낀다. 순간의 실수가 불러온 과거라는 파도. 그것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2.

실제 범죄자와 전직 기자의 결합을 내세우며 [비스트]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들의 세 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형사 에베트 그렌스 시리즈라고도 불리는 이들 작가의 작품은 매번 발표될 때마다 챙겨읽는 편인데 특히 이번 작품 [리뎀션]은 그 동안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6년 전에 이미 교도소에서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던 존이 스웨덴에서 살아있는 불가사의한 상황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 안에서 사형제도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작가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형제도에 대해 소신있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존 메이어 프레이에 대한 사형집행은 어느새 정치 쟁점으로 변해 있었고 주지사의 권위가 걸린 문제가 되어버렸다. 프레이는 죽어야만 했다. 권력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사형존치론자들이 전리품처럼 흔들어댈 또 하나의 새로운 트로피가 될 터였다. 그리고 에드워드 피니건에게는 그토록 애타게 기다린 법적 보상의 기회이기도 했다. 반면, 버논 에릭센에게는 무고한 국민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의미했다.   -p189, 190

사실 사형제도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나는 어떤 말도 못하겠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누군가가 사형당하기를 바라는 사건을 겪어본 적이 없고, 그저 단순히 뉴스를 통해 흉악한 범죄를 접할 뿐이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범인들을 욕하면서도 사형이 과연 희생자 가족에게 답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범인의 죽음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에게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용서해야 한다고? 범인이 죽어도 사랑하는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그 사실을 유족들이 정말 몰라서 사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용서해라, 사형제도는 필요하지 않다-등의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3.

그런데. 작가들은 다른 문제를 낸다.

 

 "이런 일도 있어요?"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는 일말입니까?"

"네"

"흔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죠."        -p249 

예전 드라마인지 책에서인지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위해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을 들은 듯 하다. 한 번 죽으면 끝. 후에 그 사람이 무죄라는 것이 밝혀지고 국가에서 유족들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 또 하나의 희생만 늘어났을 뿐. 죄가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간단하지만, 용의자는 계속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증거도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사형이 집행되어 버리면 그 죽음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 것일까.

 

4.

작품은 사형제도의 필요성 여부와 더불어 만약 존이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제시한다. 또한 사랑하는 딸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분노에 집착하는 에드워드 피니건과 자신의 아들이 살인범으로 몰렸음에도 끝까지 그를 믿는 존의 아버지, 존의 새로운 가족이 된 헬레나와 그들의 아들, 그 가족들을 생각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묘사하며 각자가 처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답을 생각하라며 재촉한다. 그 앞에서 나는 여전히 우물쭈물.

 

사실 진실이 밝혀질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사형제도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읽느라 결말 부분에서 약간 놀랐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정답.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위해 무고한 생명을 취한 것 또한 결국은 '살인'이라는 생각에 역시 마음이 복잡하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같은, 그런 게 정말 필요한 것일까.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인데 왜 타인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인지 무섭고 슬프다.

 

5.

이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세지에 안데슈보다는 버리에 작가의 목소리가 좀 더 강하게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궁금해진다. 과거 범죄자였던 그.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그가 이 작품을 썼을 때 마음은 어느 쪽을 향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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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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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별 다섯 개는 처음인 것 같아요. 순전히 저의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3편을 읽고 나서는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펴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요즘 스맛폰 속 영화의 세계에 빠져 있던 제가, 정말 오랜만에 지하철 안에서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펴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별 다섯의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편의 표지를 보고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킬링타임용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시간이 가고 권수를 거듭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느낌이에요. 작가의 책속의 책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 혀를 내두르며 심지어 이제는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소개한 책까지 구입하며 읽을 정도로 완전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4권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이런 느낌,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을 2권까지 읽고 3권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때와 비슷하군요!!

 

3편에서는 시오리코의 어머니인 지에코의 과거와 행방에 관해 본격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남긴 [크라크라 일기]를 계속 찾고 있는 시오리코의 사정은 전편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데요, 3편에서는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아버지가 로버트F.영의 [민들레 소녀]를 거듭 읽었다는 것, 시오리코가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그녀가 남긴 [크라크라 일기]를 팔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점, 시오리코의 어머니는 책을 위해서라면 부정적인 방법도 서슴치 않았다는 점(2편에서도 공개되기는 했지만 3편에서는 지에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등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물론 '사건수첩'이라는 제목이 붙은만큼 사이사이에 책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일들을 해결하기도 해요. 책과 그 책들을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3편에서도 가슴 뭉클하게 펼쳐집니다.

 

어째서인지 1편과 2편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새삼 책이란 나에게 무엇인가를 더듬어보게 되었어요. 정말 힘들 때는 책조차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 시기도 있었지만, 역시 일요일 저녁에 한 주에 읽을 책들을 고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저는 책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인 거겠죠. 특히 요즘은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재미있는 책도,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글자를 만져가며 읽으면 어쩐지 제 안으로 슉 빨려들어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종이의 촉감을 느껴보는 그 기분도 좋고요. 두근두근 가슴이 뛰거든요. 책만 읽는 바보가 되기는 싫지만, 책을 읽으며 얻는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저는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힛.

 

그런 점에서 시오리코에 대해서는 동경과 질투가 교차해요. 책에 관한 정보를 술술 읊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에잇, 이건 소설이라고!-하며 절대 이 세상에는 없을 사람이라 우겨보기도 합니다. 그녀와 같은 능력은 없지만 책에 대한 사랑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을 뽑는 대회가 있다면 손 번쩍 들고 나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렵니다.

 

처음으로 비블리아 고서당이 소개하는 책을 구입해봤어요. 로버트 F.영의 [민들레소녀] 인데요, 시오리코가 줄거리를 살짝만 이야기해주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아 어서 책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만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접하게 되는 신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벅찬 감동이 아닐까요. 1편부터 2편까지 소개되었던 책들을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때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진가를 알지 못했으니까요. 4편에서는 어떤 책들을 소개해줄지, 또 어떤 이야기들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해줄지 정말정말 기다려집니다. 빨리빨리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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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디비전 1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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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이길래 이리 인기가 많은가 싶었다. 평소 SF물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지라 [노인의 전쟁] 이후 계속되는 시리즈의 출간에도 심드렁했더랬다. 그런데 이 [휴먼디비전]이 출간된다고 하니 곳곳에서 좋아하는 글들이 눈에 띄는 거다. 존 스칼지의 새 시리즈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는 글들. 나 또한 기다리는 작가의 책이 나왔을 때의 기쁨을 아는지라 문득 궁금해졌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독자들이 이렇게 목매고 기다리는지, 새로운 시리즈를 읽을 수 있다는 데 벅찬 감동을 느끼는지. 이미 출간된 [노인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니 괜히 부담스럽고 해서 이참에 출간된 [휴먼 디비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표지는 좀.

 

<노인의 전쟁> 시리즈는 존 페리-75세에 사망신고서에 서명하고 개척연맹의 군인으로 다시 태어난-가 주인공이었는데, [휴먼 디비전]은 존 페리의 입대 동기인 해리 윌슨 중위가 전면에 등장한다. 앞의 시리즈를 읽지 않아서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75세 때 사망신고서에 서명하면 초록색 피부와 인공혈액을 얻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듯 하다. 개척연맹의 일원이었던 존 페리가 그들이 품고 있는 비밀을 알아채고 지구로 귀환한 후 개척연맹과 지구, 외계종족의 연합인 콘클라베, 콘클라베에 가입하지 않은 외계종족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분열이 생겨났다. [휴먼 디비전]에서는 인류 멸망이 멀지 않았다고 예견되는 현재, 해리 윌슨이 분쟁의 한복판에서 개척연맹의 일원으로서 지구와 콘클라베, 외계종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여전히 용어들에는 익숙하지 않다. 지금 지구에서는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인 콘클라베가 작품에서는 외계종족들의 연합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도약에, 함교에, 개척연맹에, 무허가 개척촌 등 낯선 용어는 물론 배라고 명명되는 우주선에 관련된 설명이라도 나오면 여느 때보다 집중해서 읽느라 나에게는 좀 버거웠다. 그런데. 알 것 같다. 왜 독자들이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 행복해했고, [휴먼 디비전]의 출간 소식에 새 시리즈를 읽을 수 있어 기뻐했는지를. SF를 즐기지 않는 나도 책을 손에서 놓고 있을 때조차 자꾸 이 작품이 생각나는 거다. 장편이라기보다는 약간 연작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소소한 사건들이 해결되는데-물론 앞으로 등장할 더 큰 사건들에 하나하나가 모두 연결되어 있겠지만-읽다가 끊기기라도 하면 뒤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맴돌았다. 눈 뜨면 생각나고, 얼른 읽고싶고 하는 것이 이 책에 빠져버린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해리 윌슨 중위, 주인공으로서 매력적이다. 작품 안에서 그는 친구 하트 슈미트와 함께 상관들에게 별로 쓸모 없는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지만, 숨겨진 능력도 많고 배포도 있는 데다, 궁극적으로 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의 위치에 서 있다. 게다가 위기의 순간에도 농담을 던질 줄 아는 넉살까지 (책 뒷면에는 이것을 '썩은 유머'라 표현하고 있다). 초록색 피부에 인공혈액이 흐르는 그의 모습은 감히 상상도 되지 않고, 실제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실감나지도 않지만 작품 안에서 활약하는 내용들로 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내 옆에는 1권만 있고 2권은 없는데 연작 형태인지라 다행이지, 1권과 2권이 이어지는 내용이었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갈 뻔 했다. 표지는 좀 그렇지만 2권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더불어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읽고 개척연맹과 지구, 나아가 은하계와 관련된 지식을 쌓아야지. 이런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숙고하며 보내셨을까. 이렇게 또 하나의 독자가 생겨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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