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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별 다섯 개는 처음인 것 같아요. 순전히 저의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3편을 읽고 나서는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펴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요즘 스맛폰 속 영화의 세계에 빠져 있던 제가, 정말 오랜만에 지하철 안에서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펴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별 다섯의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편의 표지를 보고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킬링타임용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시간이 가고 권수를 거듭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느낌이에요. 작가의 책속의 책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 혀를 내두르며 심지어 이제는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소개한 책까지 구입하며 읽을 정도로 완전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4권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이런 느낌,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을 2권까지 읽고 3권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때와 비슷하군요!!
3편에서는 시오리코의 어머니인 지에코의 과거와 행방에 관해 본격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남긴 [크라크라 일기]를 계속 찾고 있는 시오리코의 사정은 전편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데요, 3편에서는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아버지가 로버트F.영의 [민들레 소녀]를 거듭 읽었다는 것, 시오리코가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그녀가 남긴 [크라크라 일기]를 팔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점, 시오리코의 어머니는 책을 위해서라면 부정적인 방법도 서슴치 않았다는 점(2편에서도 공개되기는 했지만 3편에서는 지에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등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물론 '사건수첩'이라는 제목이 붙은만큼 사이사이에 책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일들을 해결하기도 해요. 책과 그 책들을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3편에서도 가슴 뭉클하게 펼쳐집니다.
어째서인지 1편과 2편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새삼 책이란 나에게 무엇인가를 더듬어보게 되었어요. 정말 힘들 때는 책조차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 시기도 있었지만, 역시 일요일 저녁에 한 주에 읽을 책들을 고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저는 책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인 거겠죠. 특히 요즘은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재미있는 책도,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글자를 만져가며 읽으면 어쩐지 제 안으로 슉 빨려들어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종이의 촉감을 느껴보는 그 기분도 좋고요. 두근두근 가슴이 뛰거든요. 책만 읽는 바보가 되기는 싫지만, 책을 읽으며 얻는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저는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힛.
그런 점에서 시오리코에 대해서는 동경과 질투가 교차해요. 책에 관한 정보를 술술 읊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에잇, 이건 소설이라고!-하며 절대 이 세상에는 없을 사람이라 우겨보기도 합니다. 그녀와 같은 능력은 없지만 책에 대한 사랑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을 뽑는 대회가 있다면 손 번쩍 들고 나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렵니다.
처음으로 비블리아 고서당이 소개하는 책을 구입해봤어요. 로버트 F.영의 [민들레소녀] 인데요, 시오리코가 줄거리를 살짝만 이야기해주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아 어서 책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만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접하게 되는 신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벅찬 감동이 아닐까요. 1편부터 2편까지 소개되었던 책들을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때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진가를 알지 못했으니까요. 4편에서는 어떤 책들을 소개해줄지, 또 어떤 이야기들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해줄지 정말정말 기다려집니다. 빨리빨리 나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