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가을 소나타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3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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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을 읽고 난 후 리뷰에 '더 지켜보고 싶다'는 뉘앙스의 문장을 남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을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작가의 작품이 임팩트있게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다음 작품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독자에게 굉장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책은 계속 출간되고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구입하게 되는 사이사이에, 그 작가의 작품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고민만하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작품도 꽤 되겠죠.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가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비교적 빠른 출간 간격들 덕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겨울의 제물] 이후 [여름의 죽음]을 건너뛰고 읽은 [가을 소나타]이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여름의 죽음]에서 연쇄살인마에게 딸 토베를 잃을 뻔한 말린은 그 충격과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랑하는 얀네와 토베에게 상처만 주는 생활을 이어가요. 그 와중에 큰 성공을 거둔 40대 변호사가 늦가을 폭우 속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린은 사건 속으로 도망칩니다. 살해당한 변호사 예리가 살고 있던 스코그소 성. 그리고 그 성의 오랜 주인이었던 포곌셰 가문. 과거와 현재에 얽힌 그들의 인연 속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여형사 말린이 극복해내야 할 현재와 그녀의 심리가 심도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스릴러'물이라고만 단정짓기에는 아까운 작품입니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이 책을 보면서 문장들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읽기도 쉽고 내면 묘사에도 충실하고, 뭐랄까, 알맹이가 꽉꽉 채워져있다는 기분이랄까요. 일어난 사건도 중요하지만, 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과정도 좋았고 다각적으로 서술되는 방식도 괜찮았어요. 말린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위기도요.

 

시리즈의 마지막인 [봄처럼]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한겨울의 제물]에 등장했지만 풀리지 않은 사건인 마리아의 성폭행범도 잡아야 하고, 말린의 부모님이 감추고 있는 비밀도 드러나야 하며, 무엇보다 말린이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얀네와 토베와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도 궁금합니다.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위상도 달라지겠지만 일단 두 편을 읽은 지금 시점에서는 꽤 좋은(?) 이미지의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월 출간 예정이라니, 금방 나오겠죠?

 

그나저나 이 시리즈의 표지에는 희생자가 나타나 있네요. [한겨울의 제물]에는 공중에 매달린 얼어붙은 두 발이 등장하더니 [가을 소나타]에는 물 속에 잠긴 피해자가 찍혀 있어 섬뜩합니다. 마지막 [봄처럼]의 표지는 어떨지 궁금하다고 하면, 이상한 걸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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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소피 옥사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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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작품이 잘 번역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언 매큐언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속죄]를 추천하겠다 (이 작가를 위해 영어공부를 해야 하나 싶다). 한 순간의 질투심으로 어긋나 버린 두 연인의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의 아픔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살아온 한 여인의 '속죄'가 참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었다. 지금도 그 작품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울음이 나고, 괜히 작품 속 인물에게 화가 나며 잠도 잘 이루지 못하겠다. 아마 그런 작품은 다시 만나기 힘들 것이다.

 

[추방]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읽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도, 꼼꼼히 따지자면 줄거리와 구성도 다르지만 어쩐지 [속죄]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 그런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에스토니아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비극적인 역사와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책에서 그런 이미지를 받은 것은 나 뿐인지 살짝 궁금하다.

 

홀로 노년을 보내는 알리데 앞에 순간의 속임에 넘어가 창녀가 되어버린 소녀 자라가 나타난다. 포주로부터 도망온 자라가 알리데의 집 앞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여전히 불안한 정세와 과거로 인해 타인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알리데는 어쩐 일인지 소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에 그녀를 집 안으로 들이고 자라를 면밀히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라가 내민 한 장의 사진. 그 곳에는 자신과 언니, 잉겔이 찍혀있다. 언니 잉겔의 남자 한스를 사랑했던 동생 알리데. 어떻게도 한스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알리데는, 결국 선택한다.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그리고 이제 과거의 얼굴을 하고 현재에 존재하는 자라를 통해 그 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려한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단어는 '선택'이 되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았고, 어떤 책임을 지게 되었는지 알았으니까. 그로 인해 현실에서 '선택'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그들은 허구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나는 내 삶, 바로 이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내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생각하면 순간순간의 선택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결코 나중에 후회할 선택은 하지 말자고. 나로 인해 가슴 아픈 누군가들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이 작품은 소설보다 연극에 더 어울릴법한 작품이다. 무대에 놓여진 테이블에서 알리데와 자라가 마주보고 앉아있고 대화를 나눈다. 무대가 바뀌며 알리데의 과거가 펼쳐진다. 그리고 다시 현재. 연극이었다면 더 인상깊었을 작품이지만 소설로서는 내게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강렬한 로맨스, 오싹한 서스펜스, 장대한 드라마-라는 선전문구 중 '장대한 드라마' 부분은 인정. 그러나 로맨스와 서스펜스 부분에서는 글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숙청>의 원작이라니 연극 대신 영화는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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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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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영화 <아바타>의 명대사 -I See You-가 떠올랐다. 당신을 본다는 것은 곧 상대방을 인식하고 각인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닐까. 결국 어떤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뜻. 그 -I See You-가 -너를 봤어-라는 한글 제목으로 나타난 것을 보니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완득이] 이후로 몇 편인가의 소설을 발표했지만 [완득이]만큼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작가가 그 어떤 놀라운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사실 김려령이라는 작가는 나에게 의미있는-작품이 발표되면 바로 구매한다거나 하는- 작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발표하는 작품이 끊임없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뭘까. 국내 작가라는 이유?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 잘 모르겠다.

 

영재는 처음 본 순간부터 수현에게 빛으로 다가왔다.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한 빛. 폭력과 고통으로 얼룩진 어린시절 속에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과거를 가진 수현은 결혼조차 자포자기하듯 그렇게 속행했더랬다. 단순히 아내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럼에도 그는 아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외로웠던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난다. 오직 그림자로만 존재하면서. 늘 고독과 어둠 속에 존재했던 수현에게 영재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는 너무 어두웠고 영재는 너무 밝고 따뜻했으니까. 그랬기에 수현은 선택할 수밖에. 그의 어둠이 그의 사랑을 변화시키거나 괴롭게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재가 없었다면 수현은 어찌됐든 하루하루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선택은 과거와 현재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영재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내가 하고 온 것이 사랑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무 때나 달려가고 싶고, 그렇게 내게로 왔으면 좋겠고, 지금도 간절히 그러하다는 것뿐.  -p201

얼마 전 종영한 M본부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를, 남들이 욕하면서 보지 않을 때 나는 이상하게 공감하면서 열심히 봤다. 여주인공 서미도가 자신을 뒤에서 지켜주고 경제적으로 지원해준 한태상이라는 남자를 두고도 왜 이재희라는 사람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는지. 유복하지 않은 집안환경, 급기야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가족.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한태상이 대학 등록금을 대주어도 결코 넘을 수 없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인식한 순간, 한태상은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또다른 감옥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가 괌에서 밝고 환한 미소를 가진 재희에게 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비난받아야 하는 부분은 그녀가 자신을 도와준 한태상을 두고 이재희에게 끌렸던 점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재희에게 향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 사실을 한태상에게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좀 더 빨리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도가 재희에게 끌렸던 것처럼 수현이 영재에게 끌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자신, 어둡고 흔들리는 부표처럼 굳게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그녀,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고 밝은만큼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도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할 정도였다면, 꼭 그런 선택을 했어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지독한 사랑이 맞다. 그러나 그것을 '반전'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너를 봤어]가 좋은 책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그저 읽는 동안 쉼없이 책장이 넘어갔고,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가슴이 이상해졌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느낌들. 그것으로 됐다는 기분. 

 

 늘 지금이 힘드니까 어쨌든 지나온 때가 그립고 그때가 진짜 살았던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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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요 하숙집의 선물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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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과 60대 아주머니 다마요가 살던 하숙집에 도모미라는, 얼핏 듣기로는 여자로 확신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들어옵니다. 아저씨라고 해도 질이 좋아보이는 원단의 트렌치코트 차림에 진회색의 중절모, 모자 밑으로 흘러나온 아름다운 회색 머리카락의 소유자, 중후한 분위기를 가진 할아버지라고 할까요. 으음. 저는 이상하게 도모미씨에 대한 인상을 확정짓기가 어려웠어요. 어쩐지 오빠같기도 하고, 아저씨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 같기도 한,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도모미씨는. 아. 중요한 것을 하나 잊었네요. 그의 사랑스러운 시바견을 태운 하늘색 유모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슈코가 도모미씨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이랬어요. 게다가 웃을 때는 약간 험상궂게 느껴질 정도로 입가가 움푹 패여버려서 금방 겁을 먹어버렸죠. 그런데 이 도모미씨, 웬만한 사람보다 하숙집 관리인의 역할을 척척 해냅니다. 살림 뿐만 아니라 그 때까지 데면데면하게 살고 있었던 세 여자-데코, 료코, 슈코-의 인생 속으로 슉 침투해버렸네요.

 

슈코는 어렸을 때의 가족에게 생긴 일로 인간관계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에요. 겉으로는 허허, 착하고 순한 사람이지만 실상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살아가는 사람이랄까요.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죽음, 언니와 어머니의 관계. 그 모든 짐으로부터 슈코는 다마요 하숙집으로 피신해온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의 배신으로 해고 당한 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현재 백수입니다. 하숙생 중 가장 맏언니인 데코는 36세의 잘 나가는 골드 미스입니다. 그런데 띠동갑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덜컥, 아기가 생겨버렸어요. 료코는 프라이드 높고 왕고집의 어떻게든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해도 찾아가기는 커녕,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매몰찬 딸래미에요. 그런 각각의 사연을 가진 세 사람의 생활에 어느 새 스며들어버린 도모미씨. 자기 나름대로 그녀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혈연관계라고 해서 반드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건 아닐 거에요. 물론 여전히 우리 문화에서 '혈연'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필요조건이지만, 어느 새 그런 경계는 허물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작가, 오누마 노리코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누마 노리코라는 작가를 알게 해 준 [한밤중의 베이커리]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혈연관계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진득한 정을 자랑하는 '가족'이었거든요. 한밤중에만 문을 여는 베이커리에 푹 빠져서 책을 읽는 내내 빵이 먹고 싶어졌던 그 때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 때는 빵이 먹고 싶었다면, 지금은 어디 이런 하숙집 없나 궁금합니다. 타인이더라도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가족만큼 깊은 정을 나누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즐겁고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책이었어요. 오누마 노리코의 따뜻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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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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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표지에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비블리아 고서당의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책을 읽지 못하면서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고우라 다이스케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저는 1권을 읽고나서 이 책을 '만약 손에 들어온다면 읽고 그렇지 않으면 읽지 못할 수도 있을 책'으로 분류했었어요. 즉 속편이 나오면 꼭 읽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2권이 출간되니 궁금한 거에요. 2권에서는 어떤 책을 등장시키고, 그 책에 얽힌 사람들의 다양하고도 소소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별 수 있나요. 궁금하니 읽을 수밖에요. 1권이 독자들에게 책으로 풀어나가는 일상 미스터리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2권은 좀 더 깊이가 생기고 여유로워진 느낌입니다.

 

2권에 등장하는 책은 총 네 권으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사카구치 미치요의 [크라크라 일기],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 후쿠다 데이치(시바 료타로)의 [명언수필 샐러리맨], 아시즈카 후지오의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에 얽힌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에는 1권에서 책등빼기 시다의 [만년]을 훔쳤던 고스가 나오의 동생이 등장해서 자신이 쓴 독후감과 관련된 작은 비밀을 내보입니다. 후쿠다 데이치의 [명언수필 샐러리맨]에는 고우라가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아키호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서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슴 찡한 여운이 느껴지고요. 아시즈카 후지오의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에는 오래 전 헤어진 시오리코의 어머니와 관련된 일화가 등장하여 이야기가 본격적인 구도에 오른다는 느낌입니다. 사카구치 미치요의 [크라크라 일기]도 시오리코와 어머니의 이야기로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2권은 1권과 마찬가지로 책에 얽힌 소소한 비밀을 풀어나간다는 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등장인물인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드디어 완전히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시계태엽 오렌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에피소드들에서는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과거가 조금씩 공개되며 서로가 품고 있는 마음이 조금은 엿보이는 것 같았어요. 이미 시오리코에 대한 마음을 인정한 다이스케와 달리 시오리코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했는데요, 2권을 통해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모습에 흐뭇한 엄마미소가 떠오르게 된다고 할까요. 앞으로 둘의 해피엔딩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시오리코씨와 미스터리한 일상-을 부제로 하고 있는만큼 2권에서는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시오리코와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등장시켰습니다. 아마도 3권에서는 그 이야기가 좀 더 부각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그런 일들을 통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의 관계에도 조금쯤은 진전이 생기겠죠? 읽는 재미는 물론, 갈수록 미스터리해지고 갈수록 매력을 더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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