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디비전 1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이길래 이리 인기가 많은가 싶었다. 평소 SF물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지라 [노인의 전쟁] 이후 계속되는 시리즈의 출간에도 심드렁했더랬다. 그런데 이 [휴먼디비전]이 출간된다고 하니 곳곳에서 좋아하는 글들이 눈에 띄는 거다. 존 스칼지의 새 시리즈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는 글들. 나 또한 기다리는 작가의 책이 나왔을 때의 기쁨을 아는지라 문득 궁금해졌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독자들이 이렇게 목매고 기다리는지, 새로운 시리즈를 읽을 수 있다는 데 벅찬 감동을 느끼는지. 이미 출간된 [노인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니 괜히 부담스럽고 해서 이참에 출간된 [휴먼 디비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표지는 좀.

 

<노인의 전쟁> 시리즈는 존 페리-75세에 사망신고서에 서명하고 개척연맹의 군인으로 다시 태어난-가 주인공이었는데, [휴먼 디비전]은 존 페리의 입대 동기인 해리 윌슨 중위가 전면에 등장한다. 앞의 시리즈를 읽지 않아서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75세 때 사망신고서에 서명하면 초록색 피부와 인공혈액을 얻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듯 하다. 개척연맹의 일원이었던 존 페리가 그들이 품고 있는 비밀을 알아채고 지구로 귀환한 후 개척연맹과 지구, 외계종족의 연합인 콘클라베, 콘클라베에 가입하지 않은 외계종족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분열이 생겨났다. [휴먼 디비전]에서는 인류 멸망이 멀지 않았다고 예견되는 현재, 해리 윌슨이 분쟁의 한복판에서 개척연맹의 일원으로서 지구와 콘클라베, 외계종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여전히 용어들에는 익숙하지 않다. 지금 지구에서는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인 콘클라베가 작품에서는 외계종족들의 연합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도약에, 함교에, 개척연맹에, 무허가 개척촌 등 낯선 용어는 물론 배라고 명명되는 우주선에 관련된 설명이라도 나오면 여느 때보다 집중해서 읽느라 나에게는 좀 버거웠다. 그런데. 알 것 같다. 왜 독자들이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 행복해했고, [휴먼 디비전]의 출간 소식에 새 시리즈를 읽을 수 있어 기뻐했는지를. SF를 즐기지 않는 나도 책을 손에서 놓고 있을 때조차 자꾸 이 작품이 생각나는 거다. 장편이라기보다는 약간 연작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소소한 사건들이 해결되는데-물론 앞으로 등장할 더 큰 사건들에 하나하나가 모두 연결되어 있겠지만-읽다가 끊기기라도 하면 뒤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맴돌았다. 눈 뜨면 생각나고, 얼른 읽고싶고 하는 것이 이 책에 빠져버린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해리 윌슨 중위, 주인공으로서 매력적이다. 작품 안에서 그는 친구 하트 슈미트와 함께 상관들에게 별로 쓸모 없는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지만, 숨겨진 능력도 많고 배포도 있는 데다, 궁극적으로 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의 위치에 서 있다. 게다가 위기의 순간에도 농담을 던질 줄 아는 넉살까지 (책 뒷면에는 이것을 '썩은 유머'라 표현하고 있다). 초록색 피부에 인공혈액이 흐르는 그의 모습은 감히 상상도 되지 않고, 실제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실감나지도 않지만 작품 안에서 활약하는 내용들로 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내 옆에는 1권만 있고 2권은 없는데 연작 형태인지라 다행이지, 1권과 2권이 이어지는 내용이었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갈 뻔 했다. 표지는 좀 그렇지만 2권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더불어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읽고 개척연맹과 지구, 나아가 은하계와 관련된 지식을 쌓아야지. 이런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숙고하며 보내셨을까. 이렇게 또 하나의 독자가 생겨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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