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을 열치다 - 한시에 담은 二十四절기의 마음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절기를 모르고 산듯 하다. 양력으로 달을 세고 디지털 시계로 삶을 살다보니 음력으로 행해지던 우리의 시간세기를 잃어버린탓이리라!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절기상 춘분이다. 오늘 이후로 낮의 길이가 까만 밤의 길이보다 길어진다는 춘분이라 그런지 괜히 마음이 설렌다. 따스한 햇살도 자주 만날수 있어서 좋고, 몸을 더이상 움츠리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좋고, 화사한 봄향기처럼 화사한 빛깔의 봄옷을 차려 입을수 있어서 좋다.

조상들이 계절의 느낌을 24절기로 굳이 나눈 까닭을 알수 있을것 같다. 좀더 4계절의 향기를 그윽히 맡으며 여유를 즐기려 한게 아닐까? 아니면 농경민족만이 느낄수 있는 고유의 느낌이 아닐까? 계절에 맞는 감동과 행사로 더욱 알차게 보낸 조상들이 괜시리 부러워진다.

입춘도 지났고, 봄의 신이라 불리는 "구망 (句芒) " 신도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니 어찌 봄이 멀다 하겠는가? 희끗희끗 쑥이 자라고, 개나리며 매화며 목련도 진달래도 벌써 핀지 오래이며 올해는 벚꽃도 작년보다 빨리 핀다고 하니 더욱 구망신의 축복을 받은듯 하다. 

봄을 보아도 봄인줄 모르고 지내던 나날을 탄식하며 글을 읽어 나갔다. 선비들이 시 읊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끄덕 거려가며 그리 읽었다. 봄은 매화와 매실 익어가는 향기로, 여름은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가을은 그리움으로, 겨울은 내린눈을 이기지 못하고 툭툭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리 읽었다. 한시에 담은 24절기가 어찌 그리 딱딱 들어맞는지! 한시와 옛이야기로 풍성한 밥상을 받아 배부르게 읽었다.  뒤늦게나마 저자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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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품절


소설속의 한구절이 불현듯 어느 신문 기사에 통찰력을 제공하는가 하면 이런저런 장면에서 반쯤 잊었던 일화가 떠오르고, 낱말 하나를 단초 삼아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9쪽

여기엔 환각도 환영도 없다. 그저 실제 사람들, 최소한 나만큼은 진짜인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
하지만 일기는 왜 쓰는 걸까?이런 기록은 어째서 남기는 걸까? 수수께끼 같은 그 섬의 주인 모렐은 기억을 기록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감상적인 환상에 영속적인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14쪽

내가 기억하는 친구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간 속에 갇혀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때의 나이에 멈춰있다. 지금 만난다면 나를 알아볼지 의문이다. 그들이 내가 아는 과거다.-35쪽

마치 이 나이든 독자가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처음으로 <모로 박사의 섬>을 읽었을때 느꼈던 그 신선한 짜릿함을 되새겨보려 애쓰는 것처럼.-58쪽

조르주 쿠르틀린의 <균형>중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자, 말해보시오. 저번에 신에 대해 말씀하시던데 그를 아시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점에선 안다고 할수 있지만, 당구를 함께 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거든요."-92쪽

나도 긴긴 여름에 예상치 못한 성적 예비 교육을 받게 해준 온갖 책들을 시원한 이불보 밑에서, 살갗을 뜨겁게 달구는 햇볕 아래서, 마침내는 손전등으로 책을 비추며 읽다가 나도 모르게 곯아 떨어져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던 기억이 난다.-97쪽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나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내 겉모습을 꿰뚫어서 모든 비밀을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걸려서 추궁을 당한다면 생각마저도 그리 오래 감춰두지 못하고, 날카로운 탐정처럼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온갖 종류의 금지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낼까봐 겁이 났다.-111쪽

P.D.제임스는 말한다.
"추리소설의 본질은 살인이 아니라 질서의 복원이다."-114쪽

침대옆에 쌓아둔 책들은 내가 잠을 자는동안 큰소리로 글을 읽어주는 것 같다. 불을 끄기전에 책 한권을 넘기면서 한두 구절을 읽은 다음 내려놓고, 또 다른 책을 집어든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면 그 책들을 다 알게 된 것 같다.-158쪽

페트라 폰 모르사타인의 <저녁이 오기전에> 에서 옮겨본다.

어느날
아무것도 찾고 싶지 않은 날.
그런 날은 차곡차곡 모아
잘 간직해야 한다.-191-192쪽

빌려온 책은 어쩐지 그만 가줬으면 하는데도 눈치없이 앉아있는 손님같다. 내것이 아니라는걸 알고 책을 읽으면 개운치 않은 느낌 즐기다 만 느낌이 든다.-199쪽

제인 오스틴은 편지에서 이런 속내를 드러낸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 사근사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 사람들을 많이 좋아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잖아."-229쪽

마르게리트 유르스나르 또한 책읽기에 대해 이처럼 밝히고 있다.
"우리의 진정한 출생지는 우리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지적인 시선을 던지는 곳이다. 나의 첫번째 고국은 내 책들이었다."-241쪽

테레사 수녀는 신을 갈구하는 그을린 영혼에게 "전부를 잃지 않았다면 약해지지 마십시오.눈물에 지고 말테니까요.한 방울의 눈물이 또 한 방울로 이어질 테니까요."라고 말했다.-288쪽

나를 깨어있게 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책읽기다. 경지에 달한 불면증 환자들의 직업은 독서다.-266쪽

마차토의 말들이 또 어떤 책으로 나를 이끌지, 아직은 나도 모른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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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절판


죽음은 어머니를 데려갈때 엄마라는 단어도 함께 빼앗아 가버립니다.
"엄마"
사실 엄마라는 단어는 잠깐 입술을 열었다가 닫으면서 내는 소리일 뿐이죠. 지구상에는 무수한 단어가 있지만 "엄마"와 같은 식으로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72쪽

"알아둬 찰리. 아이들은 가끔 제 마음이 아프면 부모도 같은 식으로 아프게 만들지."-123쪽

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인간 본성과의 싸움이랍니다. 올라갈때와 똑같을 정도로 조심을 해야하기 때문이죠.-185쪽

"죽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게 더 쉬워진단다."-191쪽

어머니와 보낼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한번 세어보세요. 그 시간들이 삶 자체니까요.-196쪽

우리들의 하루는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하루입니다-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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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다나다 군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품절


인간이란 솔직함이 부족해. 복을 받았는데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납득을 못하지. 그 점이 귀엽지만 말이야.
-> 호테이상 왈-313쪽

신이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유일신 개념에 빠진 편견이야. 실제로 신은 세계 곳곳 어느곳이나 있거든. 역할도 다르지. 신은 인간에게 잘 속거든.-316쪽

단지 감동이 사라져도, 감동했던 기억은 남는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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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스피드 엄마 - 제12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6년 4월
절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관계란 것이 있고,그것이 계속 되기도 하고 고조되기도 하고, 구질구질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끝나기도 한다는 것을 마코토는 이미 알고 있었다.-67쪽

대부분의 어린애들이 그런것처럼 나 역시 그 무렵에는 타인의 나이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그만 사람은 어린애고 큰 사람은 어른이었다.-116쪽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이가 빠지는 것은 대단한 이벤트였다.-135쪽

오늘은 특별한 모이다.
->요코씨의 대사는 늘 특이하고 신선하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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