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품절


소설속의 한구절이 불현듯 어느 신문 기사에 통찰력을 제공하는가 하면 이런저런 장면에서 반쯤 잊었던 일화가 떠오르고, 낱말 하나를 단초 삼아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9쪽

여기엔 환각도 환영도 없다. 그저 실제 사람들, 최소한 나만큼은 진짜인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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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기는 왜 쓰는 걸까?이런 기록은 어째서 남기는 걸까? 수수께끼 같은 그 섬의 주인 모렐은 기억을 기록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감상적인 환상에 영속적인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14쪽

내가 기억하는 친구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간 속에 갇혀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때의 나이에 멈춰있다. 지금 만난다면 나를 알아볼지 의문이다. 그들이 내가 아는 과거다.-35쪽

마치 이 나이든 독자가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처음으로 <모로 박사의 섬>을 읽었을때 느꼈던 그 신선한 짜릿함을 되새겨보려 애쓰는 것처럼.-58쪽

조르주 쿠르틀린의 <균형>중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자, 말해보시오. 저번에 신에 대해 말씀하시던데 그를 아시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점에선 안다고 할수 있지만, 당구를 함께 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거든요."-92쪽

나도 긴긴 여름에 예상치 못한 성적 예비 교육을 받게 해준 온갖 책들을 시원한 이불보 밑에서, 살갗을 뜨겁게 달구는 햇볕 아래서, 마침내는 손전등으로 책을 비추며 읽다가 나도 모르게 곯아 떨어져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던 기억이 난다.-97쪽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나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내 겉모습을 꿰뚫어서 모든 비밀을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걸려서 추궁을 당한다면 생각마저도 그리 오래 감춰두지 못하고, 날카로운 탐정처럼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온갖 종류의 금지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낼까봐 겁이 났다.-111쪽

P.D.제임스는 말한다.
"추리소설의 본질은 살인이 아니라 질서의 복원이다."-114쪽

침대옆에 쌓아둔 책들은 내가 잠을 자는동안 큰소리로 글을 읽어주는 것 같다. 불을 끄기전에 책 한권을 넘기면서 한두 구절을 읽은 다음 내려놓고, 또 다른 책을 집어든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면 그 책들을 다 알게 된 것 같다.-158쪽

페트라 폰 모르사타인의 <저녁이 오기전에> 에서 옮겨본다.

어느날
아무것도 찾고 싶지 않은 날.
그런 날은 차곡차곡 모아
잘 간직해야 한다.-191-192쪽

빌려온 책은 어쩐지 그만 가줬으면 하는데도 눈치없이 앉아있는 손님같다. 내것이 아니라는걸 알고 책을 읽으면 개운치 않은 느낌 즐기다 만 느낌이 든다.-199쪽

제인 오스틴은 편지에서 이런 속내를 드러낸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 사근사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 사람들을 많이 좋아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잖아."-229쪽

마르게리트 유르스나르 또한 책읽기에 대해 이처럼 밝히고 있다.
"우리의 진정한 출생지는 우리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지적인 시선을 던지는 곳이다. 나의 첫번째 고국은 내 책들이었다."-241쪽

테레사 수녀는 신을 갈구하는 그을린 영혼에게 "전부를 잃지 않았다면 약해지지 마십시오.눈물에 지고 말테니까요.한 방울의 눈물이 또 한 방울로 이어질 테니까요."라고 말했다.-288쪽

나를 깨어있게 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책읽기다. 경지에 달한 불면증 환자들의 직업은 독서다.-266쪽

마차토의 말들이 또 어떤 책으로 나를 이끌지, 아직은 나도 모른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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